“플레이 볼(Play Ball)!”
프로야구 팬은 1월 1일이 아니라 시즌 개막일(2019년은 3월 23일)에 새해를 맞는다. 그래서 제야의 종소리가 아닌 심판의 ‘플레이 볼’ 콜이 새해를 알린다. 이즈음 야구 팬이 가장 그리워하는 외침이기도 하다.
“만약(If).”
물론 ‘야만없’(야구에 만약은 없다)은 진리다. 그래도 야구 팬에게 제일 큰 ‘겨울 놀이’는 ‘올해 만약 ◯◯이 터져준다면…’이라고 기대하는 것. 어떤 의미에서 야구 팬이 된다는 건 낙관주의자로 살겠다는 선택이다.
“황금돼지(Golden Pig).”
2019년 기해년(己亥年)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어디에서 ‘황금돼지’를 찾을 수 있을까. 구단별 키워드를 통해 아주 이르게 올해 프로야구를 점검해봤다. 물론 현실에 꼭 희망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순서는 지난해 최종 순위 역순이다.
NC 다이노스 ‘뉴 페이스’
지난해 10위 NC에는 올해 유독 새 얼굴이 많다. 먼저 ‘무명 선수 출신’ 이동욱(45) 감독이 새로 ‘현장 리더십’을 책임지게 된다. 이 감독은 10이라는 숫자와 악연이 있다. 선수로서 방출 통보를 받은 날도, 첫 코치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이야기를 들은 날도 10월 10일이었기 때문. 물론 올해도 10위라는 성적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 밖에 안방마님 자리는 자유계약선수(FA)시장에서 영입한 양의지(32)가 차지하고, 외국인 선수 세 자리도 모두 새 얼굴이다. ‘창원NC파크’로 이름 붙은 새 구장도 문을 연다. 일단 새로운 건 모두 희망이다.
kt 위즈 ‘절정(絶頂)’
이육사 시인은 그 유명한 작품 ‘절정’에서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라고 읊조렸다. 막내 구단 kt가 1군 무대에 머문 네 시즌은 계절에 상관없이 겨울이었다. 지난 시즌 9위가 역대 최고 성적일 정도로 ‘형님들’을 따라가는 데 애를 먹었기 때문. 그나마 ‘슈퍼 루키’ 강백호(20)를 발굴한 게 고무적인 요소다. 그런 점에서 ‘교수신문’에서 지난해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은 ‘임중도원’(任重道遠·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은 올해부터 kt 지휘봉을 잡게 된 이강철(53) 감독에게도 어울리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과연 이 감독이 수원 하늘에 무지개를 띄울 수 있을까.
LG 트윈스 ‘DTD라 쓰고 두산이라고 읽는다’
지난해 전반기를 마쳤을 때 LG는 48승 41패로 4위였다. 하지만 시즌이 끝날 때쯤에는 68승 1무 75패로 8위까지 떨어졌다.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DTD’ 저주에 또 한 번 시달리고 만 것. 제일 큰 문제는 역시 두산 베어스에게 1승 15패로 처참히 무너졌다는 점이다. 두산 상대 승패 마진이 -14니까 다른 팀을 상대로는 +7을 기록한 셈이다. 만약 두산을 제외하고 9개 팀끼리 경쟁했다면 LG는 67승 1무 60패(승률 0.527)로 SK 와이번스(0.551), 한화 이글스(0.539)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릴 수도 있었다. LG가 다시 ‘유광점퍼’를 입으려면 두산을 꺾는 법부터 찾는 게 필수다.
롯데 자이언츠 ‘최기문’
지난해 롯데에서 포수로 나선 타자들의 기록을 모두 합치면 OPS(출루율+장타력) 0.518(9위)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롯데 포수들이 수비에서 빼어났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런 점에서 2012년 이후 7년 만에 친정팀에 돌아온 최기문(46) 배터리 코치의 어깨가 무겁다. 최 코치는 ‘선배’ 백업 포수로, 또 배터리 코치로 롯데에 몸담으면서 강민호(34)의 성장에 큰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 타깃(포수)의 안정 없이 투수진 활약을 바라기는 힘들다.
삼성 라이온즈 ‘3’
삼성에서 ‘레전드 3루수’로 활약했던 김한수(48) 감독이 세 번째 시즌을 맞는다. 타자친화적인 구장을 안방으로 쓰면서도 지난해 팀 장타력(0.432)이 뒤에서 세 번째였던 삼성은 3각 트레이드를 통해 SK 출신 김동엽(29)을 영입하면서 장타력 강화에 나섰다. 삼성은 최근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만약 삼성이 올해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팀 역사상 최장 포스트시즌 실패 기록을 쓰게 된다.
KIA 타이거즈 ‘류승현’
한때 광주일고는 이 팀의 ‘팜(farm)’ 같은 존재였다. 선동열(56) 전 국가대표 감독, 이종범(49) LG 코치 등 이 학교 출신이 KIA를 이끌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올 시즌 KIA 등록선수로 1군 경험이 있는 선수는 주로 백업으로 출장하는 3루수 류승현(22)뿐이다. 지난 시즌 KIA 소속 광주일고 졸업생 가운데 정성훈(39)은 은퇴했고, 심동섭(28)은 입대(사회복무요원)로 팀을 떠났다. 육성선수(옛 연습생) 중에서는 윤중현(24·투수), 전은석(26·외야수)이 KIA 소속 광주일고 졸업생이다.
히어로즈 ‘키움’
2019년 1월 1일 현재 아직 공식 팀명이 없는 이 팀의 키워드로 ‘키움’을 선택한 건 그저 키움증권에서 새로 메인 스폰서를 맡기로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FA시장이 열릴 때마다 선수가 빠져나가기 일쑤고, 주전 포수와 마무리 투수가 불미스러운 일로 전력에서 이탈한 팀이라면 성적이 곤두박질쳐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이 팀은 그때마다 어디선가 대체할 자원을 찾아냈다. 그러니 올 시즌에도 어디선가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가 붙박이 자리를 꿰찬다 해도 놀라지 마라.
한화 이글스 ‘피타고라스’
지난해 한화는 총 득점과 실점을 토대로 승률을 예측하는 ‘피타고라스 승률’로 따졌을 때 8위에 해당하는 기록(0.480)이 나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0.535로 3위였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살펴봐도 실제 승률과 피타고라스 승률의 차이가 지난해 한화보다 컸던 팀은 전체 293개 팀 가운데 9개뿐이다. 세이버메트릭스(야구통계학) 관점에서 볼 때 지난해 한화가 성공을 거둔 데는 ‘운’이 크게 작용했다는 뜻이다. 한화가 올해 더 높은 곳을 원한다면 일단 이 운을 붙잡아둬야 한다. 한화는 2011년에도 같은 경험을 했고 이듬해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두산 베어스 ‘안방’
두산은 지난해 안방 잠실LG·두산홈야구장에서 승률 0.708(51승 21패)을 기록했다. 1994년 LG(0.714) 이후 안방 승률이 가장 높은 팀이 지난해 두산이었다. ‘잠실 라이벌’ LG를 상대로 치른 방문 경기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두산은 잠실에서 0.738(59승 21패)로 승률이 더 올라간다. 거꾸로 말하자면 두산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준우승 상처를 이겨내고 ‘대권’에 도전하려면 안방에서 또 다시 이 정도 성공을 거둬야 한다는 뜻. 두산 안방마님이던 양의지가 지난해 잠실에서 기록한 OPS 0.981도 누군가 채워줘야 한다.
SK 와이번스 ‘캐나다’
올 시즌 개막을 한국에서 맞는 외국인 선수 30명 가운데 캐나다 출신은 딱 2명. 그 2명이 모두 SK에서 뛴다. 올해로 한국 무대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는 제이미 로맥(34), 메이저리그로 떠난 메릴 켈리(31)를 대신해 선발 한 축을 책임져야 하는 브록 다익손(25)이 주인공. 두 선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캐나다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전력이 있다. 이 캐나다 출신 듀오가 기대대로 활약한다면 SK는 지난해 우승을 발판 삼아 또 한 번 ‘왕조’ 구축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