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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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인터뷰 유정복 인천시장

“빚 2조7600억 상환… 이제 ‘부자 인천’으로 놀러 오라”

로맨틱 로드, 어촌체험코스, 168개 섬 “인천은 휴가 최적지”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7-07-31 1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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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정복 인천시장(사진)은 “이제 한숨 돌렸다”며 환하게 웃었다. 2014년 6·4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13조 원 부채 도시 인천을 부자 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한 뒤 3년. 그는 6월 26일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2년 반 동안 빚 2조7600억 원을 줄여 인천시가 재정 정상 단체로 재탄생하게 됐다”며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하루 이자만 12억 원을 내야 하는 부채 도시 수장으로서 그동안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었지만, 그는 약속대로 시장의 족쇄이자 인천의 숙명인 ‘부채(負債)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듯했다. 7월 25일 시장실에서 만난 그에게 아침부터 돈 얘기를 꺼냈다. 묻는 기자나 답하는 시장이나 머쓱하긴 매한가지다. 

    ‘인천시가 재정 정상 단체로 재탄생하게 됐다’고 선언했는데요.  
    “제가 취임한 첫해인 2014년 말 인천시 부채가 13조1000억 원이었어요. 하루 이자로만 12억 원이 나갔죠.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39.9%였어요. 6월에 계산해보니 인천시 총부채 규모는 10조4000억 원으로 2년 반 새 2조7600억 원이 줄었어요. 통계에 잡히지 않는 법정경비와 개발사업 부담금 등 채무 6823억 원도 갚았으니 다 합치면 약 3조4423억 원의 부채를 줄였습니다. 예산 대비 채무비율도 24.1%로 떨어졌고요. 내년엔 8조4000억 원 규모로 부채를 더 줄일 겁니다. 현재 행정안전부 지정 ‘재정 주의’ 단체이지만, 연말이면 ‘재정 정상’ 단체로 진입할 거 같아요.”



    허리 졸라매는 비결

    ‘허리를 졸라맨’ 비결은 뭔가요.
    “비법이 따로 있나요.(웃음) 입금통장을 여러 개 만들고, 지출은 최소화하는 거죠. ‘국비상황 추진보고회’를 수시로 열어 각 국·실장에게 국비 확보를 책임지게 하고, 시 공무원들이 중앙 부처와 국회를 수시로 들락거리며, 싼 이자로 돈을 빌려 차환(借換·새로 돈을 빌려 먼저 빌린 돈을 갚음)도 했죠. 이건 숫자로 다 나와요. 보통교부세를 매년 3000억 원 이상(3년간 총 1조3457억 원) 확보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국고보조금(올해 2조9640억 원)을 따낸 것도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여기에 중복 사업에 대한 세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재정 전담조직을 만들어 잠재적 리스크를 줄여나갔어요. 탈루·은닉 세원(稅源)도 찾아내고, 전국 리스·렌터 자동차업체 사장들을 만나 유치사업을 벌였죠. 전국 리스·렌터 자동차업체의 58%를 인천에 등록시켜 세원 수천억 원을 발굴한 거죠. 과거 내무부에 근무할 때 세원 발굴에 관한 연구를 많이 한 게 도움이 됐어요.”



    3조라고 하니 감(感)이 안 오네요.
    “그렇죠? 매일 1억씩 갚아도 다 갚으려면 80년 걸리는 큰돈입니다.”

    인천시 자산인 토지를 팔아 부채 감축이 가능했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송도 땅 팔아 빚 갚았다는 말을 하는데, 민선 6기 3년간 토지 매각 규모는 6900억 원이고, 이 중 인천시 회계로 온 것은 3000억 원입니다. 2년 반 새 2조7600억 원을 갚았는데 땅 판 돈으로 가능했겠습니까. 민선 5기(송영길 시장 시절) 때는 1조8000억 원 규모의 토지를 매각했는데….”

    그동안 부채 상환 대신 선심성 예산을 풀고 싶었을 거 같은데요.
    “조기 상환한 돈을 (선심성 예산으로) 풀었다면 박수 받았을 겁니다.(웃음) 이런저런 원성을 샀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빚부터 갚아야죠. 인천 시민도 진정성을 알아줄 거라 믿어요. 생각해보세요. 하루 12억 원 내던 이자도 이제 6억 원 정도로 줄었는데, 가정이나 기업이 이처럼 어마어마한 이자를 내야 한다면 어땠을까요. 당장 허리띠 졸라매거나 사방팔방 이자 싼 은행을 찾아다녔을 겁니다. 그런데 정부 빚은 대부분 절박하게 생각지 않더라고요. 그래선 안 되죠. 우리 자녀들, 인천 미래세대에게 빚을 전가할 순 없죠.”

    세출 구조조정을 말씀하셨는데, 시 씀씀이도 많이 줄였겠네요.
    “그럼요. 씀씀이를 통제한다는 건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워요. ‘재정 건전화 방향이 옳다’고 하던 사람들도 막상 자신과 관련된 예산을 줄이면 손사래를 쳐요. 시장 업무추진비를 줄이고 시 공무원들로 하여금 연가 보상금을 반납하게 하면서 나부터, 우리부터 앞장서자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시의원들에게도 차근차근 설명했죠. 중복지원 사업을 손보면서 사회복지 예산은 오히려 늘렸어요. 쓸 덴 써야죠.”

    인천이 부채 도시가 된 데는 인천도시공사 등 공기업과 산하기관 탓이 크다. 영종·도화·검단 등 대형 개발사업과 도시 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 초기 투자비용을 외부 차입금에 의존했고, 글로벌 경기침체로 공사채를 발행해 ‘돌려막기’를 하면서 빚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경기장 건설도 부채 규모를 키웠다.



    “중앙정부가 우월하다는 인식 깨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여야(與野)가 바뀐 만큼 국고보조금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지는 건 아닌가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자문위)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를 보면 인천을 중심으로 한 남북 경협사업(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과 해양경찰청 인천 부활 등은 인천에게 기회일 수 있겠어요.
    “대통령의 대선공약은 대부분 지역의 바람을 담아낸 거잖아요. 누가 대통령이 되든 공약이 잘 이행되도록 긴밀히 협조해야죠. 국정자문위에 우리 의견도 냈고요. 사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한 몸’입니다. 시민이 곧 국민이고, 지방이 건강하고 행복하면 국가도 행복합니다. 우리는 서울과 지방으로 나누는 데 익숙하고, 국가나 중앙은 지방보다 우월하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는데, 지방분권 시대를 개막하려면 이런 인식부터 깨야 해요. 문 대통령이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하겠다’고 했을 때 저는 ‘그렇게 생각하니 고맙고 제대로 이행되도록 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중앙에서 내려주는 교부금으로 지방정부를 줄 세우는 것도 문제가 있어요.”

    빚을 많이 갚았으니 휴가 계획은 세웠나요.
    “지난 주말 휴가를 계획했는데 집중호우로 수해 현장을 찾았어요. 그날 경기 북부에 집중호우가 온다고 했는데 인천에 시우량(時雨量) 100mm 이상 쏟아졌죠. 수해 복구가 마무리되면 가려고 해요.”

    인천시장이 추천하는 휴가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여름은 바다가 좋잖아요. 인천은 섬이 168개나 되다 보니 곳곳에 아름다운 섬과 해변이 많아요. 수도권에서 한두 시간 거리에 이런 보물이 널려 있어요. 보물이 무척 많아 고르려 하니 힘드네요.(웃음) 일단 6월 28일 연륙교(석모대교)가 개통된 석모도는 유서 깊은 사찰 보문사와 삼산 노천온천에서 바라본 낙조가 절경입니다. 석모도 아래 동검도에는 아름다운 예술극장이 있어요. 소래포구에서 싱싱한 수산물을 살 수 있고, 소래습지생태공원에서 염전과 갯벌체험도 가능하고요. 그리고 인천은 개항의 역사를 품은 도시잖아요. 인천을 찾는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차이나타운과 인근 근대 공장 건물을 활용해 만든 인천아트플랫폼, 자유공원 등 당일 관광도 좋아요. 송도국제도시 야경이나 청라 호수공원 음악분수도 추천하고요. 1박 2일 테마여행도 좋은데….”



    석모도 힐링코스, 시티투어

    테마여행요?
    “석모도 민머루해변과 보문사, 미네랄 온천을 즐기고 자연휴양림에서 1박하는 것도 괜찮고요. 자녀가 있다면 선재도에서 해물바지락칼국수를 드시고 장경리해수욕장에서 1박한 뒤 어촌체험을 해보는 것도 권하고 싶어요. 인천시티투어나 인천대교, 개항장 카페거리 등 ‘로맨틱 로드’도 좋고요. 인천관광공사(www.travelicn.or.kr)에서 다양한 체험·테마여행 코스를 소개하고 있으니 적극 활용해보세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줄었을 거 같은데요.
    “피해가 적지는 않아요. 과거 류샤오보 작가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둘러싼 중국 정부의 노르웨이 연어 수입 금지 조치, 일본과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을 봐도 이 문제는 1년 이상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어요. 전화위복 기회로 삼고 잠재시장을 발굴하면서 실타래를 풀어가야죠. 3월엔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이라 부르는 ‘보아오포럼’에 한국 유일의 정부인사로 참석해 ‘지방정부 역할론’을 강조했어요. 교류협력은 계속해야죠. 동시에 일본과 동남아시아 관광객 유치를 위한 관광 설명회를 열고, 중국 투자 철회 및 통관지연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게 500억 원 규모의 특별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고요.”

    인천 화장품 공동브랜드인 ‘어울(Oull)’ 판매도 영향을 받을 거 같은데요.
    “중국과 맺은 2건의 수출계약건에 대해 중국 측에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수출은 가능할 듯해요(인천시는 인터뷰 다음 날인 26일 중국 정저우시에서 ‘어울 론칭 행사’를 열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태국과 90만 달러(약 10억 원) 규모의 신제품 계약을 체결해 이미 수출했고, 인도네시아와 러시아 시장도 개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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