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중국 류샤오보(Liu Xiaobo)가 7월 13일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 등을 위해 싸워온 그는 4차례 감옥에 갔다. 그리고 국가 권력의 붕괴를 꾀했다는 죄목으로 11년형을 선고받았다. 8년간 형을 산 뒤 병보석을 받은 상태에서 세상을 떠난 것이다.
2010년 노벨위원회는 중국인의 인권을 위해 오랫동안 평화적인 싸움을 계속해온 류샤오보의 공로를 칭송하며 그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류샤오보는 노르웨이 오슬로에 가서 노벨평화상을 직접 받지 못했다. 그의 친지나 가족이 대신 받지도 못했다. 중국 정부의 위협 앞에 어느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다. 결국 노벨위원회는 빈 의자에 메달과 상장을 놓고 시상식을 했다. 150만 달러에 이르는 상금도 받아가지 않았다. 류샤오보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세계 많은 지식인과 지도자는 중국인의 기본 권리를 위한 그의 평생에 걸친 싸움을 기리고, 현재 중국에 살고 있는 그의 부인에 대한 망명 허가를 요청하기도 했다.
경제보복 불러온 류사오보 노벨평화상 수여
스웨덴이 수여하는 다른 노벨상과 달리 노벨평화상은 노르웨이에서 수여한다. 노벨위원회는 노르웨이 의회에서 선정한 위원 5명으로 구성된다.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기관이다.2010년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후 노르웨이는 중국으로부터 경제적인 보복을 받았다. 중국은 노르웨이와 각종 회담을 취소해버렸고 경제협상 또한 중단했다.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기 직전인 2009년 노르웨이의 대중(對中) 수출액은 22억8000만 달러(약 2조5650억 원), 그리고 중국의 대노르웨이 수출액은 52억5000만 달러(약 5조9000억 원)였다. 노르웨이가 중국에 수출한 품목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것은 화학 관련 제품이었고 기계, 의료제품도 주요 수출 품목이었다.
중국의 보복은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서 노르웨이를 제외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 있는 중국대사관에 가면 특별한 이유 없이 중국 여행비자를 거절당한 노르웨이인이 화를 내며 대사관을 나서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노르웨이 언론인, 그리고 교수는 중국비자를 가장 받기 어려운 사람들이라고 한다. 중국 정부가 이들을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데 가장 크게 공헌한 사람들이라고 여기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2010년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중국의 경제보복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노르웨이의 대중 수출, 그리고 중국으로부터 수입을 보면 2010년 이후에도 계속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자료 : 노르웨이 통계청).
그러던 지난해 12월 노르웨이 외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이후 두 나라는 관계를 정상으로 회복하기로 결정했다.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거의 6년이 지난 후였다. 두 국가는 관계 회복에 대한 발표문을 중국어와 영어로 발표했다. 발표문을 보면 ‘노르웨이는 두 나라의 관계가 악화된 이유를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많은 일을 해왔다’는 문장이 있다. 왠지 노르웨이가 자국이 이미 수여한 노벨평화상을 놓고 너무 비굴한 태도를 보이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중국의 경제보복이 있었지만, 두 나라 간 무역교류는 계속 증가해왔다. 또한 많은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노르웨이가 입은 경제적 손실은 그다지 크지 않다. 오히려 무시할 수 있는 정도라는 견해가 압도적이다. 그런데 왜 노르웨이 정부는 이렇게까지 자세를 낮췄을까.
노르웨이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은 실질적인 경제적 손실보다 국제 정치에서 갖는 상징성이 더 크다는 해석이 많다. 좀 더 중요하게는 미디어 효과다. 미디어로 하여금 계속 관련 이야기를 하게 해 많은 사람이 알게 되고, ‘중국이 싫어하는 일을 하면 이렇게 벌을 받는다’는 예를 보여줬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보는 이가 상당수다.
중국의 국제사회 길들이기 전략
그럼에도 중국의 경제보복이 확연하게 드러난 품목이 있다. 바로 노르웨이산 연어다. 2010년까지만 해도 노르웨이는 중국에 연어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였다. 그러나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이후 대중 연어 수출은 해마다 줄어 지난해에는 중국에서 노르웨이산 연어를 보는 일이 무척 힘들어졌을 정도다. 지난해 12월 두 나라의 관계가 개선된 이후 노르웨이와 중국은 바로 해산물교역동의서(Seafood Trade Agreement)에 서명했다.
2025년까지 노르웨이 연어를 14억5000만 달러(약 1조6313억 원)어치 이상 중국에 수출한다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무역조약이다. 이후에도 중국은 여러 선물 보따리를 노르웨이 측에 보냈다. 물론 그 선물 보따리에는 관광객도 포함돼 있다. 이번 여름에는 오슬로 시내 한복판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노르웨이는 중국과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국제사회는 자국 경제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때로는 치사한 싸움도 벌인다. 만약 자신이 뽑은 정치인이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유권자는 자신의 한 표를 아까워할 것이다. 지난해 12월 노르웨이 정부가 중국에 연어를 더 많이 팔기 위한 무역협정에 서명하지 못했다면 노르웨이 정치인들은 엄청난 비난에 직면했을 테다. 경제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합리적 선택을 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때로는 ‘누군가 꿋꿋하게 다른 것을 고집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 비단 비합리적인 생각일 뿐일까. 사망한 지 이틀 만에 화장돼 바다에 뿌려진 류샤오보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국제사회의 비정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영주 닐슨
•전 헤지펀드 퀀타비움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
•전 Citi 뉴욕 본사 G10 시스템트레이딩헤드
•전 J.P.Morgan 뉴욕 본사 채권시스템트레이딩헤드
•전 Barclays Global Investors 채권 리서치 오피서
•전 Allianz Dresdner Asset Management 헤지펀드 리서치헤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