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안의 아이가 공포에 떠는 이유
네 모서리가 있는 사각형은 어디로 굴러가지 않는 견고한 도형이다. 한편으로는 변화가 없는 도형이면서 단단하게 닫혀 있는 폐쇄적인 공간이다. 사각형은 혼란스러운 외부 환경에 경계를 그어 스스로 그 경계를 풀고 나오기 전까지 자신만의 안전한 왕국을 제공한다. 반대로 강자에게 잡혀 들어간 약자 처지에서 사각형은 프로크루스테스 침대에 묶인 나그네처럼 꼼짝달싹할 수 없는 감옥과 같다.인도네시아 아동보호위원회(KPAI)의 광고에서는 사각형에 갇힌 아이의 두려움이 잘 나타난다. 광고에는 사각 링 하나가 등장한다. 밝음과 어둠의 대비가 매우 강한 흑백 장면은 집을 상징하는 사각형 공간에서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의 공포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각형 한 모퉁이에는 공포에 질린 채 어찌할지 몰라 하는 아이가 있고, 맞은편 모서리에는 성인 남성이 회초리를 들고 주먹을 쥔 채 아이를 노려보고 있다.
사각 링은 느슨한 끈 몇 개로 연결됐을 뿐이지만 사각 형태가 가진 견고함에 도망칠 구멍조차 없어 보인다. 마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분노의 주먹’(1980)에서 곧 일어날 폭력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관객이 된 기분이다. 어른이 만든 사각 링은 자기 자신에게 함몰된 고집스러운 믿음 체계이며, 아이에게 무기력을 안겨주는 높고 두꺼운 벽이다.
하나의 사각형은 타인을 제멋대로 재단하고 가두는 도형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각형을 여러 개 함께 배열하면 그 사각형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일본 인디밴드 SOUR의 ‘(매일의 음색)’ 뮤직비디오를 보면 저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처음엔 하나였던 화면이 점점 분할되더니 작은 사각형을 만들고 그 안에 자리한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팔을 뻗어 다른 사각형 안의 사람들과 연결해 화면 전체를 관통하는 무늬를 만들고, 같은 색상의 소품을 펼쳐 하나의 색상을 연출하기도 한다. 다른 사각형으로 건너가 껴안고, 여러 얼굴의 부분을 결합해 모자이크 얼굴을 창조한다. 작은 모자이크 화면 안의 사람들은 자신의 사각형을 벗어나 다른 사각형과 연결하려고 부단히 애쓴다. 그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음악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큰 모자이크 영상을 만드는 과정에 기꺼이 동참한다. 사각형 하나에서 한 발 떨어져 전체를 바라보며 경계를 넘는 짜릿함을 느낀다.
사각형에 문 하나를 내자
SOUR의 뮤직비디오가 흥미로웠던 것은 부분의 사각형에서 전체의 사각형을 지각하는 기쁨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자신만의 사각형을 만들기를 즐긴다. 나의 사각형에서 우리의 사각형으로 시야를 옮기면 계획하지 않았던 재미있는 일이 불쑥 찾아오는 행운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나의 사각형 밖에 있는 생각 하나를 받아들일 문을 열어둔다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