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빌리 엘리어트’로 돌아보는 사각형의 진실
신화에서 영웅은 남들보다 더 큰 ‘무언가’에 삶을 바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2000·스티븐 돌드리 감독)의 주인공 빌리 역시 그런 면에서 ‘작은 영웅’입니다. 신화 속 영웅처럼 ‘무언…
| 신연우 아트라이터2018년 01월 09일대칭
어린 시절 미술시간에 누구나 한 번은 했던 미술기법 가운데 데칼코마니가 있다. 종이 한쪽에 물감을 흘린 뒤 반으로 접으면 반대쪽에 물감이 찍혀 양쪽에 같은 무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어떤 모양이 나올까 궁금해하며 신이 나서 여러 번…
신연우 아트라이터2017년 12월 26일‘하강’의 두 얼굴 실패의 두려움, 하지만 찰나의 짜릿함
같은 일을 반복하다 지친 동료가 한마디 내뱉는다. “시시포스가 된 것 같아.”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시시포스는 힘든 일상에서 종종 회자될 정도로 익숙한 인물이다. 교활하고 꾀도 많은 그는 신들을 속인 죄로 똑같은 일을 끝없이 되풀이…
신연우 아트라이터2017년 12월 05일‘붉은 노을’이 슬퍼 보이는 이유
‘난 너를 사랑하네. 이 세상은 너 뿐이야. 소리쳐 부르지만 저 대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 서울 광화문 한복판을 걷던 중 어디선가 귀에 익은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반가운 마음에 노랫소리를 따라갔더니 자그마한 무대에서 남성 …
신연우 아트라이터2017년 11월 21일관심의 거리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가운데 하나인 ‘모나리자(Mona Lisa)’가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가 그린 여인의 초상화에는 끊임없이 이슈가 따라 다닌다. ‘모나리자가 사실은 남자라더라’ …
신연우 아트라이터2017년 11월 07일긴장감을 머금은 ‘선’
선물로 받은 한라봉 나무 화분이 제법 크다. 놔둘 장소가 마땅치 않아 그늘진 곳에 두고는 바쁜 일상에 치여 옮기지 못했다. 연두색이던 한라봉 두 덩어리가 노란색으로 익어가는 동안 나뭇잎들이 말라 떨어졌고 잎 사이에 가려져 있던 나뭇…
201710252017년 10월 23일인내의 결정체 물방울형
원형은 중심에서 중요한 것을 포용하는 모양이다. 태아를 잉태한 임부의 배, 생명 에너지를 비추는 태양, 삶의 터전인 지구 등 원형은 생명을 보호하고 키우며 감싸 안는다. 물방울 모양(물방울형)은 원형에서 약간 변형된 형태다. 아래가…
201710182017년 10월 17일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육각형
오래전 배낭여행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간 적이 있다. 처음으로 혼자 떠난 배낭여행이라 잔뜩 긴장한 데다 찜통더위까지 겹쳐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때였다.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의 건축물들을 감상하느라 …
201709202017년 09월 19일‘다름’이 명확할 때 더욱 빛나는 ‘대비’의 美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초, 지인의 가족이 세상을 떠났다. 조문하려고 찾은 장례식장 곳곳에서 ‘대비’의 이미지를 만났다. 집안 어른들은 상주를 붙잡고 통곡하고, 어린 상주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휴가를 떠나는 길에…
201709062017년 09월 05일'연결'의 미학
매주 주말드라마를 챙겨 보는 재미에 저녁 시간을 기다린다. 다음에 일어날 장면을 상상하며 넋 놓고 있다 보면 어느새 ‘다음 이 시간에…’라는 자막이 뜬다. 하필이면 중요한 장면에서 끊어 시청자의 애간장을 태운다. 궁금한 장면을…
201708162017년 08월 14일삶의 여정과 닮은 곡선
예전에 여행 갔던 경남 통영에서 일행 모두가 가장 좋았다고 손꼽은 데가 미륵산 전망대다. 바람에 흔들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으로 올라가는 재미뿐 아니라 하늘, 바다, 섬이 어우러진 풍경에 감동이 몰려오는 곳이었다. 케이블카 도착…
201708092017년 08월 07일고립의 사각형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라는 악당이 있다. 옛 그리스의 케피소스 강 주변에 살던 그는 아테네로 가는 길목에서 나그네들을 자신의 여인숙으로 유인했다. 그가 손님들을 맞이하는 방식은 이상야…
201707262017년 07월 25일몰입의 기쁨 알려주는 ‘소실점’
부산으로 가는 KTX. 기차가 출발하기 전까지 맞은편 자동문은 쉴 새 없이 푸싱, 푸싱 소리를 내며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한다. 단체여행을 가는 앳된 얼굴의 여대생들이 우르르 들어와 빈자리에 앉고, 뒤이어 스페인어를 쓰는 외국인 가…
201707052017년 07월 04일살아 움직이는 방사형
중앙에서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모양을 의미하는 방사형은 문양 디자인에 자주 등장한다. 특히 원모양과 좌우상하 대칭의 꽃모양은 많은 패턴 디자인에 영감을 줬다. 아라베스크(Arabesque)는 풀과 꽃 같은 식물을 기하학적으로 디자인한…
201706142017년 06월 09일닮은꼴이 주는 편안함
어느 날 문득 하늘을 보니 학 한 마리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나무를 피해 제대로 찍으려고 몇 걸음 옮기는 사이, 벌써 몸체가 흐트러지고 꼬리가 날아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흩어졌다. 학이 아니었다. …
201705312017년 05월 30일신성하고 완전한 원
반팔 차림새가 종종 눈에 띄는 5월의 봄날, 서울 성동구 서울숲 곳곳에 꽃이 활짝 피었다. 분홍색, 흰색, 붉은색의 화려한 튤립 정원을 지나니 하늘을 향해 튀어 오르는 황매화나무가 보였다. 달콤하고 고소한 향이 날 것만 같은 샛노란…
201705172017년 05월 15일시작과 끝의 반전
퀴니가 벤자민을 안고 거실로 올라왔다. 양로원 노인들에게 소개해주려는 것이다. 아기 돌보기에 자신 있다는 할머니들이 벤자민 주위에 몰려들었다. 아기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한마디 한다. “세상에, 내 전남편을 쏙 빼닮았어.” 주름…
201705102017년 05월 08일살아 숨 쉬는 파랑
마크 와트니는 온통 적황색인 화성에서 홀로 561일 동안 생존한다. 지구에서 8000만km 떨어진 화성에서 살아 있는 생명체는 어쩌면 와트니 혼자일지도 모른다. 와트니는 동료들과 화성을 탐사하다 모래 폭풍을 만나 사고를 당하고 홀로…
201704192017년 04월 17일부끄러운 중첩
유난히 수줍어하는 성향을 타고난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칭찬받거나 실수를 해 주목받으면 부끄러워한다. 얼굴을 가리면 자신이 보이지 않는 듯,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거나 들고 있는 책 또는 물건, 아니면 휴대전화로 눈과 입을 가려 …
201704122017년 04월 12일쓸모 있는 배경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도형이 있다. 수학자이자 이론물리학자인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가 고안한 ‘펜로즈 삼각형’이 그것이다. 삼각형 입체 그림을 가만 보니 뭔가 이상하다. 윗면인 듯한데 어느새 아랫면이 되고, 옆면이…
201703222017년 03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