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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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는 아름다웠지만 불행했다

뮤지컬 ‘엘리자벳’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2-03-12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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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후는 아름다웠지만 불행했다
    황후 엘리자베스 곁엔 늘 ‘죽음’이 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엘리자베스의 곁에 스르륵 등장하는 죽음은 늘 모든 걸 안다는 표정으로 “결국 넌 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 출 것”이라고 단언한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역사상 가장 아름다웠지만 가장 불행했던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베스(1837~1898)의 일대기를 담았다. 왕가의 몰락, 황제와의 불화, 황태자의 자살, 그 때문에 평생 황궁 밖을 떠돌며 살았던 엘리자베스. 그는 평생 자유를 찾아다니지만 결국 죽음에 무릎 꿇는다. 검은색 상복을 벗어던지고 죽음과 입 맞추는 그는 어느 때보다 평온하다.

    말 타고 외줄타기를 즐기던 시씨는 운명의 장난처럼 오스트리아 함부르크가 황후 자리에 오른다. 어린 황후는 달콤한 사랑과 화려한 황궁에 녹아들었지만 행복은 찰나였다. ‘제국의 유일한 사내’라 부를 정도로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시어머니 소피는 엘리자베스의 인생까지 좌우하려 든다. 무능력한 남편은 그를 보호해주지 못한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황제가 소피의 계략에 빠지자 엘리자베스는 황궁을 떠난다. 그렇게 20여 년간 떠돌아다닌다. 황제와 갈등에 빠져 자신에게 도움을 구하는 아들 루돌프를 외면한다. 결국 루돌프는 자살하고 엘리자베스는 암살당한다.

    엘리자베스가 얻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황제는 “당신에게 자유를 주겠다”고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내가 스스로에게 자유를 주겠다”고 말한다. 황제는 “나의 주인은 엘리자베스 당신”이라고 말하지만 그는 “내 주인은 바로 나”라고 외친다. 엘리자베스는 헝가리의 독립을 돕고 궁궐에서 서커스를 즐기며 평생을 여행으로 보냈지만 결국 자유롭지 못했다. 자신이 원하는 자유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평생 찾아만 다녔으니, 인생은 늘 미완이었다.

    황후는 아름다웠지만 불행했다
    앙상블 합창의 볼륨 조절이 안 돼 가사 전달이 미흡했던 점, 후반부 황제와 루돌프의 갈등이나 엘리자베스의 고뇌를 전달하는 장면에서 연결성이 떨어져 각기 독립된 에피소드처럼 느껴진 점은 아쉬웠다. 특히 노년의 엘리자베스 목소리는 옥에 티였다. 한 배우가 엘리자베스의 10대부터 60대까지를 연기해야 하는 만큼, 배우는 세월의 변화를 보여주려고 10대 때는 어린 목소리, 50대 이상에서는 한층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노래했다. 시도는 좋았지만 감성을 100% 발휘해야 할 뮤지컬 넘버를 ‘연기하는’ 목소리로 부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듣기 불편한 가공의 목소리로 부르니, 감동도 반감됐다.



    김선영, 김수용, 박은태, 송창의, 김준수, 류정한, 이태원, 민영기 등 한국 뮤지컬 대표선수가 주·조연으로 총출동해 역시 이름값을 한다. 그중 엘리자베스 배역을 맡은 옥주현은 정말 놀라운 발전을 보여준다. 1막 마지막 장면, 희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옥주현이 쩡쩡 울리는 고음으로 당당히 ‘나는 나만의 것’을 부르며 엘리자베스의 초상화 앞에 섰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뭔가 뭉클 퍼져 나왔다. 5월 13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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