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2

2007.04.24

고개 떨구는 부동산시장

  • 김종선 경원대 교수·경제학

    입력2007-04-18 17: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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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 떨구는 부동산시장

    한 은행 주택자금 대출 창구.

    한사춘기 소녀가 또래 아이들에게 우상으로 대접받는 인기 가수의 콘서트에 가려고 하는데 아버지가 극구 만류한다. 아버지로선 공부는 제쳐두고 가수 뒤만 쫓아다니는 딸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아버지는 타일러보기도 하고 야단도 쳤지만, 아이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대안으로 연극, 클래식 음악회에도 데려가 다른 세상을 보여줬지만 아이가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아버지는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용돈을 끊어버리고야 비로소 아이의 편향된 취미활동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돈줄 죄고 세금부과 가수요 차단, 정부 승기 잡아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고 눈치 빠른 수도권 사람들이 부동산시장을 기웃거렸다. 은행들도 뒷돈을 대주며 불을 붙였다. 정부도 처음엔 건설경기 부양을 통해 나라 경기를 회생시킬 욕심에 묵인하는 태도를 보이다 투기 광풍으로 번지자 뒤늦게 불길을 잡으려 뛰어들었다. 하지만 세무조사니 뭐니 하며 겁을 주었지만 효과가 없었다. 또 신도시를 개발하겠다고 나섰다가 아파트값 상승에 부채질만 했다. 그러던 것이 올해 들어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생각을 바꿔 돈줄을 죄자 모양새가 완전히 달라졌다.

    얼음은 망치가 아니라 송곳으로 깬다는 말이 있다. 문제의 핵심을 바로 알고 정곡을 찔러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이 다른 데 가 있어 합리적인 대화로는 설득이 어려운 아이의 발목을 잡아두려면 통신수단과 교통비를 차단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투기 광풍의 일차적 원인이 유동성에 있는데 이를 바로잡지 않고 언저리만 두들기니 바람이 잡힐 리 없었다. 금융당국은 뒤늦게나마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가는 자금만 죄는 정책으로 부동산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연초부터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강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급격히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지난해 11월 4조1600억원, 12월 3조1800억원에 달했지만 올 1월에는 7400억원으로 둔화됐고, 2월에는 1월 수준보다 더 위축된 4000억원에 그쳤다. 부동산시장이 고강도 다이어트에 돌입한 것이다. 먹는 게 없으니 기운이 날 리 없다. 그래도 썩어도 준치라고 끌려가듯 주춤주춤 하락세로 들어서던 부동산시장이 급기야 말 많던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부과되자 고개를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종부세는 아파트값을 내리기보다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부적절한 정책이라고 공격받기도 했다. 세금을 부과하면 공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오른다는 교과서적 단순논리를 적용한 탓이다. 그러나 작금의 부동산 투기는 가수요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종부세가 이 가수요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면서 시장을 진정하는 특효약이 됐다는 평가다. 주택담보대출 억제로 아파트 가격 오름세가 예전 같지 않은 데다 종부세로 보유비용마저 올라가면서 투기꾼들의 기세가 꺾였다. 종부세가 공급뿐만 아니라 수요까지 끌어내린 것이다.

    9월부터 청약가점제, 분양가상한제 같은 새로운 수요억제 정책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면 아파트 가격 하락세는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투기꾼과 정부의 지루한 기싸움에서 정부가 확실히 승기를 잡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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