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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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시절 향수 간직한 독일 사운드

밤베르크 교향악단

  •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입력2014-04-21 1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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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P 시절 향수 간직한 독일 사운드

    독일 밤베르크 교향악단.

    ‘프랑켄의 로마’라 부르는 밤베르크는 독일에서 손꼽히는 유서 깊고 아름다운 도시다. 고대 로마처럼 일곱 개 언덕에 자리 잡은 이 도시는 바이에른 주 북부 레크니츠 강과 마인 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하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는 중세시대 고풍스러운 모습과 정취를 잘 간직해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외지인이 이 작은 도시를 찾는 이유는 대개 구시가에 있는 볼거리 때문이다. 사람들은 레크니츠 강가에 자리한 바로크 양식 시청사와 물의 궁전 콘코르디아, 강 건너편 언덕 위에 우뚝 솟은 두 쌍의 첨탑으로 유명한 대성당과 소담스러운 장미정원을 품에 안은 레지덴츠(궁전)를 찾아 좁은 골목길을 누빈다. 필자도 처음 이 도시를 찾았을 때는 관광이 주된 목적이었다. 그러나 올해 두 번째 방문은 밤베르크 교향악단(Bamberger Symphoniker)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밤베르크 교향악단은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가진 악단이다. 이 악단 전신은 1900년 체코 프라하에서 독일인이 결성한 ‘독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그 단원들이 독일로 망명하면서 밤베르크에 둥지를 틀었고, 46년 지금의 밤베르크 교향악단 탄생 계기가 됐다. 악단은 명장 요제프 카일베르트를 초대 상임지휘자로 맞아 독일 굴지 앙상블로 안착했고, 이후 오이겐 요훔, 호르스트 슈타인 등 정통파 거장들과 함께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다. 현재는 영국 출신 조너선 노트와 호흡을 맞추며 말러 사이클, 슈베르트 사이클 등 활발한 음반활동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3월 필자가 참관한 공연에서 밤베르크 교향악단은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현재 미국 피츠버그 교향악단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만프레트 호넥과 호흡을 맞췄다. 그리고 아름다운 디자인과 뛰어난 음향으로 소문난 요제프 카일베르트 홀에서 들었던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은 그리운 것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

    혹시 누가 ‘전형적인 독일 사운드’가 어떤 것이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밤베르크 교향악단의 연주를 한 번 들어보라고 대답하겠다. 물론 지역에 따른 개성 차는 있겠지만, 밤베르크 교향악단은 과거 LP 시절 듣던 추억의 사운드를 고스란히 재현한다. 정통 독일 악단답게 조금은 어둡고 깊은 음색을 지녔으며, 견실하고 치열한 자세로 연주에 임한다. 어딘지 구성진 가락을 들려주는 고풍스러운 멋까지! 기술적으로는 다소 투박한 면이 있지만 그마저도 독일스럽다고 하겠다. 이들에 비하면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지나치게 세련되고 국제화된 악단으로 봐야 하리라.



    공연이 끝나고 레크니츠 강변을 따라 걸었다. 때마침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을 기분 좋게 맞으며 ‘작은 베네치아’ 근처에 있는 숙소에 다다랐다. 그대로 숙소로 들어가기엔 아쉬웠다. 근처 술집으로 가 도시 명물인 라우흐비어(훈제 맥주)를 사들고 다시 강가로 향했다. ‘전원 교향곡’을 듣는 내내 기차를 타고 독일 숲과 들을 달리며 차창 밖을 바라보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 진한 독일 사운드가 머릿속에서 정겹게 메아리쳤다.

    LP 시절 향수 간직한 독일 사운드

    밤베르크 요제프 카일베르트 홀(왼쪽)과 레크니츠 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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