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4

2014.04.21

암수 마이봉 신비 느끼며 ‘벚꽃 엔딩’

전북 진안 마이산 대자연 경외감 만끽… 탑사 돌탑 120기 남다른 사연 간직

  • 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입력2014-04-21 1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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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수 마이봉 신비 느끼며 ‘벚꽃 엔딩’

    마이산 상징인 탑사. 이갑용 처사가 쌓은 돌탑이 마이산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마이산은 진안의 상징이다. 전주,무주, 장수, 임실, 금산 등지에서 진안으로 입성하려면 통과의례처럼 거쳐야 할 절차가 있다. 그것은 홀연히 나타난 마이산과 눈을 맞추는 일이다. 서로 마주한 수마이봉(667m)과 암마이봉(673m)은 바라보는 거리와 방향에 따라 하나로 보이다 둘로 바뀌고, 토끼귀가 말귀가 되며, 하늘로 치솟으려는 우주왕복선이거나 거대한 남근으로 변하고, 구름이 낀 날에는 나비처럼 나풀거리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무쌍한 모습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 진안으로 들어가는 즐거운 의례인 셈이다.

    진안팔경의 으뜸 ‘마이귀운’

    진안팔경을 꼽은 ‘월랑팔경(越浪八景)’ 가운데 으뜸은 ‘마이귀운(馬耳歸雲)’이다. ‘월랑’은 백제시대에 부르던 월량(月良)이란 말에서 유래한 진안의 옛 이름이고, ‘마이귀운’은 마이산에서 구름이 걷히는 모습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마이산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벚꽃 만발한 4월 말이다. 화사한 벚꽃 사이로 봉우리가 우뚝 솟구친 모습에서 대자연에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암수 마이봉 신비 느끼며 ‘벚꽃 엔딩’

    탑영제는 벚꽃과 마이산 봉우리들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하지만 올해는 날이 따뜻해 4월 중순 꽃이 만개했다. 진안군은 매년 개최하던 벚꽃축제는 따로 열지 않고, 벚꽃 개화에 맞춰 진안 홍삼축제를 4월 23~27일 연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 갔다가는 벚꽃이 다 졌을 확률이 높다. 벚꽃을 보려면 늦어도 셋째 주에는 가야 한다.

    마이산은 신라시대에는 서다산(西多山)으로 불렀는데, 이는 ‘섯다’ ‘솟다’라는 말의 한자음 표기로 추측된다. 고려시대에는 용출봉(湧出峰)으로, 마찬가지로 ‘솟아나다’ ‘솟아오르다’는 뜻이 담겼다. 조선시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태종이 남행해 이 산 아래를 지나다 관리를 보내 제사를 지내고 산 모양이 말귀와 같다고 해서 마이산이란 이름을 내렸다고 한다.



    마이산 벚꽃 트레킹 코스는 남부주차장에서 시작해 올라가면서 탑사, 은수사와 어우러진 마이산 절경을 둘러보고 북부주차장으로 넘어가는 것이 정석이다. 북부주차장에서 출발해 남부주차장으로 넘어오면, 내려가면서 산을 보기에 마이산의 진면목이 드러나지 않는다. 남부주차장 들머리는 오래전부터 산길이 나 있던 곳으로, 많은 식당이 자리 잡았다. 식당들은 진안 명물인 흑돼지를 구워 구수한 냄새로 손님을 유혹한다.

    식당가를 지나면 금당사를 만난다. 금박을 입힌 대웅전 건물이 번쩍번쩍 빛난다. 금당사를 지나면 왼쪽에 탑영제 둑방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그 길을 따라 둑방에 서면 탄성이 터져 나온다. 탑영제 드넓은 호수 뒤로 마이산 두 암봉이 버티고 있다. 마침, 바람에 날린 벚꽃 잎이 호수로 날아든다.

    탑영제를 지나면 마이산 봉우리 사이를 휘돌아 탑사에 닿는다. 탑사는 마이산만큼 유명한 사찰로 이갑용(1860~1957) 처사가 세운 돌탑이 일품이다. 이갑용 처사는 1885년 은수사에서 솔잎 등을 생식하며 수도하던 중 꿈에서 신의 계시를 받고 돌탑을 쌓기 시작, 10년 동안 120기를 세웠다. 신기한 것은 오로지 두 손만으로 돌을 하나하나 쌓아올렸다는 점. 돌탑은 오늘까지 무너지지 않고 마이산의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다.

    청실배나무 꽃등 켠 은수사

    암수 마이봉 신비 느끼며 ‘벚꽃 엔딩’

    은수사 뒤로 수마이봉이 우뚝하고 오른쪽으로 청실배나무가 꽃등을 켰다(위). 암마이봉 표면에는 구멍처럼 보이는 타포니가 많다.

    탑사 왼쪽으로 솟구친 봉우리가 암마이봉이다. 암마이봉을 자세히 살펴보면 윗부분에 구멍이 뚫린 듯 크고 작은 홈을 볼 수 있다. 이를 타포니(Taphony)라 한다.

    마이산 바위는 거대한 역암덩어리다. 역암이란 자갈이 진흙이나 모래에 섞인 퇴적암을 말한다. 약 1억 년 전 이 일대가 거대한 호수였을 때 상류에서 자갈이 흘러들어 차곡차곡 쌓였다가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흙, 모래와 뒤섞여 퇴적됐다. 거대한 퇴적덩어리는 수천 년에 걸친 지층의 융기 현상, 단층 현상으로 지금 같은 암봉을 이뤘다.

    마이산 역암덩어리의 두께는 지하에 잠긴 부분까지 합치면 1500m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마이산에서 시작한 역암층이 멀리 임실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하는데, 이를 지질학계에서는 ‘마이산 역암층’이라 부른다. 마이산 남쪽 사면에 발달한 타포니는 역암에서 자갈 사이를 메우는 물질인 메트릭스가 자갈보다 빨리 풍화하는 침식 작용으로 자갈이 빠져나가면서 생긴 구멍이다. 마이산 타포니는 그 규모가 세계적으로도 큰 편에 든다고 한다. 이와 같은 마이산의 지질학적 가치와 독특한 아름다움을 인정해 문화재청에서는 2003년 마이산을 명승(제12호)으로 지정했다.

    탑사를 구경하고 오른쪽 언덕에 올라서면 은수사다. 은수사에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이야기가 내려온다. 이성계가 사찰에서 물을 마시고 물이 은처럼 맑다고 해서 은수라란 이름을 내렸고, 꿈에서 마이산 신령으로부터 나라를 다스리라는 금척을 받았다는 전설도 전한다. 꿈 이야기를 그린 ‘몽금척도’가 태극전에 걸려 있다.

    은수사 경내로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수백 년 묵은 청실배나무가 환한 꽃등을 켜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386호로 높이 18m, 지름 3m 크기다. 청실배나무는 산돌배나무의 변종으로 ‘열매가 푸른 배나무’란 뜻이다. 겨울철 청실배나무 아래 정한수를 떠놓고 기도하면 물그릇 속 물이 얼면서 하늘을 향해 고드름 같은 게 솟는다. 학자들은 일종의 대류 현상 때문이라고 하지만 확실하게 입증된 것은 아니다. 이곳에 상승하는 기운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은수사에 이르면 비로소 암마이봉과 수마이봉의 전모가 드러난다. 왼쪽 펑퍼짐한 암마이봉은 생김새가 푸근하고, 오른쪽 우뚝한 수마이봉은 옹골차면서도 힘이 넘친다. 수마이봉을 자세히 보면, 한쪽 눈을 감은 할아버지 얼굴이 드러난다. 예부터 그 얼굴을 마이산 산신이라고 했다.

    은수사를 꼼꼼하게 구경했으면 북부주차장으로 넘어간다. 산길은 암마이봉과 수마이봉 사이로 나 있다. 제법 가파른 나무계단을 오르면 고갯마루에 이르는데, 이곳을 천황문(天皇門)이라 부른다. 천황문은 물을 가르는 분수령으로 암마이봉 북쪽으로 흐르는 물은 금강, 수마이봉 남쪽으로 흐르는 물은 섬진강의 원류가 된다.

    암수 마이봉 신비 느끼며 ‘벚꽃 엔딩’

    남부주차장에서 탑영제로 가는 길에 벚꽃이 절정이다.

    암마이봉 자연휴식년제 출입 통제

    천황문에서 바라보는 수마이봉은 우람한 남근처럼 보이며 바위 표면에 자리한 나무들은 마치 털 같다. 천황문에서 왼쪽 길을 따라 암마이봉 정상에 오를 수 있지만,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이 통제된 상태다. 천황문 오른쪽으로 좀 오르면 화엄굴 속 맛좋은 약수가 샘솟는다. 이 물을 마시고 산신령에게 기도하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하지만 지금은 낙석 때문에 출입을 금한다. 천황문에서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면 북부주차창에 닿으면서 트레킹이 마무리된다.

    여행정보

    ● 마이산 트레킹 가이드


    마이산은 늦게까지 벚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들머리는 북부주차장이나 남부주차장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데, 꼭 남부주차장을 선택하라고 권한다. 코스는 남부주차장 → 탑사 → 은수사 → 북부주차장이며 거리는 3.5km, 2시간쯤 걸린다. 산길은 비교적 순탄하고 크게 어려운 코스가 없다.

    ● 교통

    익산포항고속도로 진안IC로 나오면 마이산 북부주차장이 지척이다. 남부주차장은 백운면 방향으로 10분쯤 가야 한다.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 → 진안행 버스가 10:10, 15:10에 있으며 3시간쯤 걸린다.

    ● 맛집

    진안은 제주와 더불어 흑돼지가 맛있는 고장이다. 시내 우체국 옆에 자리한 열린갈비(063-433-1202)는 지역 주민이 즐겨 찾는 맛집이다. 고기가 부드러워 아이들이 좋아한다. 돼지갈비 1인 1만 원. 흑삼겹살 1인 1만2000원. 마이산 남부주차장 위쪽에 있는 식당가에는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그중 초가정담(063-432-8840)과 벚꽃마을(063-432-2007)이 유명하다. 산채비빔밥, 등갈비, 목살, 도토리묵이 모두 나오는 2인 세트 3만 원 선.

    ● 숙식

    홍삼스파빌(1588-7597)은 진안이 자랑하는 홍삼스파의 숙박시설로 스파를 체험하며 머무르기 좋다. 데미샘자연휴양림(063-290-6991)은 섬진강 발원지인 데미샘 아래 자리한 쾌적한 휴양림으로 최근 개장해 시설이 좋다.

    암수 마이봉 신비 느끼며 ‘벚꽃 엔딩’

    마이산 남부주차장 식당가에서는 흑돼지를 구워 판다(왼쪽). 데미샘자연휴양림 숲속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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