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4

2014.04.21

드론이 피자를 배달하는 날은?

도심형 무인기 차세대 ‘배달의 기수’로 급부상…늦어도 10년 내 상용화 가능

  •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입력2014-04-21 1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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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이 피자를 배달하는 날은?

    KAIST(한국과학기술원) 연구진이 개발한 무인기가 교내 잔디밭에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딸기를 배달하는 모습. KAIST는 4월 11일 세계 최초로 무인자동차와 무인기가 결합한 배송 시스템을 선보였다.

    4월 11일 오후 대전 KAIST(한국과학기술원) 본관 앞 잔디밭. 벚꽃축제를 즐기려고 잔디밭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학생들. 한 사람이 “과일을 좀 먹고 싶다”고 말하자 다른 친구가 스마트폰을 켜고 주문을 한다. 잠시 기다리자 하늘에서 ‘왱’ 하는 전기모터 소리가 들리는 듯싶더니 소형 무인 헬리콥터 한 대가 나타나 작은 플라스틱 통 하나를 풀밭 위에 살짝 내려놓는다. 통 속에는 갓 수확한 싱싱한 딸기 1kg이 들어 있다.

    최근 ‘드론(Drone)’이라는 단어를 자주 듣는다. 드론은 ‘낮게 웅웅대는 소리’라는 뜻. 여기서 다양한 뜻이 파생해‘수벌’ ‘악기가 내는 저음’ 등의 뜻으로도 쓴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형 무인항공기(무인기)를 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배송지까지 날아가는 신기한 기술

    북한의 정찰용 무인기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드론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고, 드론이란 단어를 ‘공격용 무인 로봇 비행기’ 정도로 아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드론은 꼭 군사용이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쓸 수 있는 무인기를 통칭한다. 4월 14일(현지시간) 구글이 무인기 회사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한 데서 알 수 있듯 글로벌 기업도 무인기 기술에 큰 관심을 가지는 상황이다.

    4월 11일 KAIST 학생이 잔디밭에 앉아 딸기를 주문한 원리는 이렇다. 딸기가 먹고 싶은 사람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주문한다. 이때 스마트폰에 내장된 위성항법장치(GPS)가 주문한 사람이 있는 정확한 장소를 함께 전송한다. 주문을 받은 컴퓨터 시스템은 이 GPS 신호를 확인해 교내 지도와 비교한다. 배달할 위치가 도로 주변이면 무인자동차에 딸기를 실어 보내고, 잔디밭처럼 차량으로 접근이 불가능한 곳일 경우 드론을 무인자동차 지붕에 올려 함께 보낸다. 드론은 무선인터넷 통신기술인 와이파이(Wi-Fi)를 통해 주문자 위치를 전달받아 배송 위치까지 자동으로 날아간다. 정밀 위치는 기내에 장착한 카메라를 통해 주변 풍경을 인식해 탐색한다. 기체 균형은 초소형 프로펠러(로터·Rotor) 8개를 이용해 유지한다. 이 드론의 이름은 ‘옥토USRG’. 로터 8개를 의미하는 ‘옥토’란 단어에 연구팀 영문 이니셜 ‘USRG(Unmaned System Research Group)’를 붙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드론을 이용한 무인배달 시스템이 사용된 건 이번이 처음. 무인자동차와 드론의 2중 배달 시스템을 구현한 건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옥토USRG는 심현철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팀이 개발했다. 심 교수는 “1.5kg 이하라면 어떤 물건이든 배달할 수 있지만 학교 인근 딸기 농가를 돕는 차원에서 배달 물품을 딸기로 정했다”며 “앞으로 이 기술을 더 발전시켜 학내에서 서류나 소규모 물품을 전달하는 시스템으로 정착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론은 모양에 따라 날개가 달린 ‘비행기(고정익)’와 로터가 회전하는 ‘헬리콥터(회전익)’ 방식으로 나눈다. 높은 하늘에서 먼 거리를 재빠르게 날아가는 데는 고정익 방식이, 낮은 고도에서 가까운 거리를 민첩하게 날아다니거나 제자리 비행, 수직 이착륙 같은 자유로운 운동에는 회전익 방식이 유리하다. 따라서 무인정찰기 같은 드론은 고정익으로 만드는 반면, 물품 배송 등에 이용하는 도심형 드론은 회전익으로 만든다.

    회전익 드론 제작 기술에서 관건은 로터 개수다. 헬리콥터를 떠올려보자. 기체 위에 달린 로터는 한쪽 방향으로 회전한다. 이에 따른 반작용으로 동체는 반대방향으로 돌아가려 한다. 이를 막으려고 꼬리 쪽에 소형 로터를 하나 더 단다. 크기가 큰 헬리콥터라면 이렇게 해도 충분하다. 그러나 드론은 이야기가 다르다. 거추장스러운 꼬리 날개를 달면 동체가 길어지고, 그만큼 무거워지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로터 1개로 기체를 띄우려면 로터 길이가 길어진다. 배송 물건의 무게까지 감안하면 로터 길이가 1~2m를 훌쩍 넘을 수도 있다. 이런 날개를 휘두르는 비행체가 도심 하늘을 무시로 날아다니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기술적으로 이미 실용화 단계

    그래서 최근 드론 제작사들은 ‘멀티로터’를 사용한다. 로터 여러 개를 서로 반대방향으로 회전하게 해 기체가 돌아가는 것을 막는 기술이다. 로터 수는 기체 안정성을 생각해 보통 4~6개, 많은 경우 8개로 한다. 개수가 많아질수록 로터 길이는 짧아지지만 제어가 까다로워져 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드론을 이용한 물품 배달은 기술적으로 이미 실용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많다. 군사용으로는 이미 실용화한 사례도 있다. 미국 ‘허니웰’이 개발한 ‘대단위 전투지원 비행로봇’이 그것이다. 로봇이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이 역시 드론이다. 하늘 위에서 장애물을 알아서 피해 다니고, 사방을 카메라로 살펴 주변 정보를 파악하며, 필요하면 작은 물건을 실어 나르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통돌이(TDL)’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성능의 드론을 개발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선 KAIST가 처음이지만 해외에서는 드론을 이용해 배달을 시도한 사례도 여러 번 있다(‘주간동아’ 920호 ‘물류용 ‘드론’ 순조롭게 이륙?’ 기사 참조).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는 이미 드론을 이용한 꽃배달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밸런타인데이를 앞둔 2월 8일(현지시간), 미국 꽃배달 서비스회사 ‘플라워딜리버리익스프레스’가 사상 최초로 시작한 것. 처음엔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제재로 배달을 중단해야 했다. 국가항공 시스템 작동을 방해하고 시민 주거지를 무단 침범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3월 7일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현행법상 FAA가 드론 사용을 금지할 권한이 없다고 판정했다. FAA가 이 판정에 불복, 연방법원에 항소했지만 현재는 배달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상태다.

    드론 상용화는 이미 세계적으로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여겨진다. 낯선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와 우리 집 초인종을 누르는 것에 비하면 훨씬 편하고 빠르기 때문이다. 사고가 없지는 않겠지만, 사고율을 오토바이 교통사고 이하로만 낮추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면 언제쯤 우리는 드론으로 피자를 받아먹을 수 있을까. 심현철 교수는 “지금의 기술 발전 속도로 본다면 길어도 10여 년 이내 현실에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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