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4

2014.04.21

스마트폰, 날마다 혁신 전쟁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부터 도난 방지 기술까지 눈부신 진화

  • 양충모 객원기자 gaddjun@gmail.com

    입력2014-04-21 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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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날마다 혁신 전쟁

    삼성전자의 갤럭시S5(왼쪽)와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갤럭시 기어.

    스마트폰의 눈부신 기술 진화에 한계가 왔다는 지적이 있다. 근거가 전혀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수년간 스마트폰 시장에는 판도를 뒤엎을 만한 혁신 기술이 등장하지 않았다. 신기술보다 생산비 절감 등 가격 경쟁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제고하려는 업체들의 최근 동향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업체들이 잠시 ‘숨 고르기’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기술 경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또 한 번의 치열한 전투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후자 의견에 힘을 싣는다면, 때는 어느 정도 무르익은 것처럼 보인다. 포문은 삼성전자 ‘갤럭시S5’가 열었다.

    4월 11일 125개국에서 동시 출시한 갤럭시S5에 대한 초기 반응이 심상치 않다. 전 세계적으로 선주문만 1000만 대를 넘어섰고, 국내에서도 하루 1만 대 이상 팔린다. 프랑스 파리 마들렌에 위치한 삼성 스토어에서는 8시 개장 직후 한 시간 만에 200대를 판매하고, 준비한 수량 800대가 매진됐다.

    스마트폰 시대에 누구보다 스마트한 선택을 하는 것은 소비자다. 스마트폰 기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 소비자는 갤럭시S5의 주요 구매 요인으로 카메라 성능, 방수·방진 기능, 뛰어난 디스플레이를 꼽았다. 갤럭시S5는 패스트 오토 포커스(최고 0.3초의 빠른 포커스 속도)를 장착한 16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했으며, 먼지 유입을 완전히 방지하고, 1m 수심에서 고장 없이 30분간 버틸 수 있는 수준의 생활 방수·방진 기능을 갖췄다. 5.1인치 1080p 풀HD 슈퍼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디스플레이도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잡아끈다.

    하지만 이것들은 기술 ‘향상’이라고는 할 수 있을지언정 ‘혁신’이라고 부르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다. 갤럭시S5에서 눈여겨볼 기능은 사실 다른 것일지도 모른다.



    갤럭시S5에서 ‘세계 최초’라는 설명을 붙일 수 있는 기능은 ‘심박 수 측정 센서’다. 갤럭시S5는 세계 최초 심박 수 측정 스마트폰이다. 심박 수 측정 센서에 손가락을 대면 심장이 뛰는 속도(bpm)를 알 수 있다. 이 기능은 갤럭시S5와 함께 발표한 스마트 시계 ‘삼성 기어2’ ‘삼성 기어 핏’ 등에도 적용됐다. 이들 기기를 연동해 실시간 피트니스 코칭 기능을 활용하면 사용자가 스스로 운동량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스마트폰

    또한 삼성전자의 독자적인 전력 최적화 기술인 울트라 파워 세이빙 모드도 눈에 띈다. 배터리 잔여량 10%만으로도 24시간 대기할 수 있다. 경쟁업체인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가 배터리에서 단점을 보이는 것을 고려한다면, 소비자에게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갤럭시S5는 해외 정보기술(IT) 매체 ‘폰아레나’와 ‘어낸드테크’가 실시한 배터리 수명 테스트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운데 수명이 가장 길고 충전 속도도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진정한 혁신 기술의 등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에게 첫선을 보인 곡면 스마트폰은 그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스마트폰, 날마다 혁신 전쟁

    LG전자가 2013년 11월 출시한 ‘G플렉스’. 상하 곡면 디스플레이로 삼성전자 ‘갤럭시라운드’와 차별화했다. 이 제품의 가장 큰 의미는 배터리까지 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시작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좌우 곡면 스마트폰인 ‘갤럭시라운드’를 발표했다.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 디스플레이를 통해 휘어진 스마트폰을 만든 것이다. 그다음 달 LG전자는 상하 곡면 디스플레이인 ‘G플렉스(Flex)’를 내놓으며 한 발 더 나아가 휘는 배터리까지 선보였다.

    사실 곡면 디스플레이 자체로는 혁신의 완성이라 볼 수 없다. 소비자는 종이처럼 자유자재로 휘는 디스플레이인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를 원한다. 곡면 디스플레이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전 단계로, 스마트폰 진화 과정에서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구현되면 접거나 둘둘 말 수 있는 롤러블(rollable) 디스플레이와 접을 수 있는 폴더블(foldable) 디스플레이라는 구체화된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걸음마 단계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이 구현된다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자주 스마트폰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사람은 디스플레이의 유연성 덕에 더는 비싼 돈을 주고 서비스센터를 찾지 않아도 된다. 홈 버튼을 굳이 누르지 않아도 스마트폰 옆면에 항상 떠 있는 시계를 통해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평소에는 접어서 휴대하다 영화나 TV를 볼 때는 넓게 펴서 시청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폰보다 큰 화면으로 작업하려고 구매했던 태블릿PC의 자리를 스마트폰이 다시 대체할 개연성도 있다. 네모 모양 일색인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스마트기기도 나올 것이다.

    전문가들은 완벽한 형태의 플렉서블 스마트폰까지는 1~2년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시기가 되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술을 가진 선도 기업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다시 재편될 공산이 크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개발은 착용 가능한 기기인 웨어러블(wearable) 디바이스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착용하는 것 자체가 신체 곡선에 적합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다양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다. 안경, 시계, 옷, 신발 등 몸에 착용 가능한 모든 제품에 ‘스마트’라는 형용사를 갖다 붙일 수 있다. 2월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미래를 읽을 수 있는 자리였다. 스마트폰 업체들은 신체에 착용한다는 특성을 살려 ‘건강’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다양하게 출시했다.

    이 행사에서 LG전자는 손목밴드 형태의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인 ‘라이프밴드 터치’를 전시했다. 사용자 움직임을 추적해 칼로리 소모량과 걸음 수, 움직인 거리 등 운동량을 알려준다. 또 스마트폰과 연동해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기록을 확인하거나 음악재생 등 스마트워치 기능도 일부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케이블 없이 자동으로 충전

    스마트폰, 날마다 혁신 전쟁

    소니 스마트밴드 ‘SWR10’. 건강관리에 엔터테인먼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능을 결합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전작인 갤럭시 기어보다 더 가볍고 얇으면서 사용 시간이 늘어난 삼성 기어2와 ‘삼성 기어2 네오’를 공개했다. 심박센서를 탑재해 사용자의 심박 정보와 운동 상태 같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방수·방진 기능을 지원해 손을 씻을 때 시계를 벗지 않아도 된다.

    일본 소니는 스마트밴드 ‘SWR10’을 전시했다. 이 제품은 건강이나 운동 기록을 넘어서 엔터테인먼트와 소셜 네트워크 활동까지 기록한다. 사용자는 기록을 보며 과거를 추억하고 현재를 관리하면서 미래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스마트폰은 기본적으로 통신 기기다. 자연스럽게 통신 속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1984년 음성통화만 가능한 아날로그 이동통신서비스에서 30년이 지난 2014년 이보다 1만 배 이상 빨라진 데이터 전송 속도를 가진 광대역 LTE(롱텀에볼루션)와 LTE-A(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까지 통신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다. 속도 전쟁은 또 하나의 혁신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MWC에서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뿐 아니라 속도 전쟁에서의 ‘무기’도 전시됐다. 국내 통신업체의 LTE 기술력이 빛난 자리였다. SK텔레콤은 최대 450Mbps 속도를 내는 3밴드 LTE-A를 선보였다. 현재 서비스하는 LTE-A의 3배 속도로, 800MB 용량의 영화 1편을 15초 안에 내려받을 수 있다.

    KT는 광대역 LTE-A와 기가 와이파이(Wi-Fi)의 주파수 대역을 묶어 최고 8배 빠른 600Mbps 속도 구현에 성공했다. 특히 데이터 트래픽 전송을 시간차를 두고 보내고 받는 방식인 시분할 방식(TDD)과 서로 다른 주파수 대역으로 보내고 받는 주파수 분할 방식(FDD)을 동시에 묶어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를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LG유플러스는 3밴드 주파수 묶음 기술(CA)을 시연했다. 단일 주파수 대역이 지원하는 최대 속도인 150Mbps 이상을 제공하며, 하향 20MHz 폭의 광대역 주파수 3개를 묶을 경우 기존 LTE보다 6배 빠른 최대 450Mbps 속도까지 가능하다.

    생활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할 일이 많아진 만큼 사용자가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배터리 관련 고민은 더는 안 해도 될 것 같다. 배터리 자체 성능 발달도 그렇지만, 충전 분야의 혁신도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편의점에 스마트폰 충전을 맡겨놓고 굳이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스라엘 벤처기업 스토어닷은 잔량이 얼마 남지 않은 스마트폰 배터리를 30초 만에 100% 충전하는 충전기 시제품을 개발했다. 스토어닷은 현재 노트북 충전기 정도인 시제품의 크기를 줄여 2016년 하반기를 목표로 상용화 작업에 나섰다.

    밤늦은 시간에 스마트폰에 뜬 배터리 경고 표시를 보고 충전 케이블을 찾지 않아도 된다. 무선 충전을 이용하면 ‘놓아둔 자체’로 충전할 수 있다. 무선 충전이란 말 그대로 별도의 충전 어댑터나 전원케이블과 연결하지 않고 자동으로 2차 전지가 충전되는 기술을 뜻한다. 최근 무선 충전 기능을 제품에 탑재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제조업체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가장 처음 만든 노키아는 스마트폰 모델 ‘루미아’에 무선 충전 기능을 넣었고, 구글 역시 ‘넥서스4’와 ‘넥서스5’ ‘넥서스7’에 무선 충전 기능을 탑재했다.

    지문인식에서 홍채인식으로

    스마트폰, 날마다 혁신 전쟁

    개인정보보호에 특화한 ‘블랙폰’. 제3자에게 단말기 정보나 위치정보가 유출되지 않게 기술을 지원하고 모든 전화번호와 문자메시지, 저장 파일 기록은 암호화된다.

    분실 위험에 대비하는 기술도 속속 등장한다. 어딘가에 떨어뜨리거나 택시에 두고 내려도 안심할 수 있다. 고가 스마트폰 분실, 도난에 의한 이용자의 피해가 상당 부분 줄어든다.

    대표적인 도난 방지 기술은 킬스위치(Kill Switch)다. 킬스위치는 단말기 분실 및 도난 시 원격제어나 사용자 설정으로 단말기를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소프트웨어다. ‘내 디바이스 찾기’를 통해 모바일 잠금, 데이터 삭제하기, 위치 찾기도 할 수 있다.

    향후 국내 제조사에서 만드는 모든 신규 스마트폰에 킬스위치가 탑재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5 모델, LG전자는 3분기 출시 모델부터 킬스위치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앞서 팬택은 지난해 2월 출시한 ‘베가 No.6’ 모델부터 킬스위치 기능인 V프로텍션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보안 기술에서는 지문인식이 이미 개발돼 상용화한 상태다. 지문인식은 비밀번호, 패턴 그리기 같은 보안 방식보다 해킹 및 도용 등에 한층 안전할 뿐 아니라 스마트폰의 크기와 디자인을 고려할 때 현재로선 가장 편리하고 적합한 보안 기술로 꼽힌다. 현재 삼성전자, 애플, 팬택 등 주요 스마트폰 업체가 지문인식 기술을 자사의 스마트폰에 탑재한 상태다. 가짜 지문에 쉽게 뚫리는 등의 치명적 문제를 보인다는 점은 이들 업체가 보안해야 할 과제다.

    지문인식이 선도하는 생체인식기술은 ‘홍채인식’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처럼, 홍채가 각각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점을 이용해 스마트폰의 보안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전문가들은 2019년 무렵 홍채인식이 지문인식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암호화 서비스 개발업체인 사일런트 서클과 스페인 스마트폰 제조업체 긱스 폰이 내놓은 ‘블랙폰’도 보안 분야의 혁신 후보로 꼽을 만하다. 블랙폰은 모든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파일 전송 및 저장, 영상통화 등을 암호화해 해킹이 불가능하다. 사일런트 서클의 설립자 필 짐머만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이라 할지라도 블랙폰을 도청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폰은 6월 시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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