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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기둥, 보 모두 날림…준공검사도 잘못”

참사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부실 시공…창고·격납고 같은 가건물 수준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오소영 동아일보 인턴기자 pangkykr@naver.com

“기둥, 보 모두 날림…준공검사도 잘못”

“기둥, 보 모두 날림…준공검사도 잘못”

기둥이 휘지 않고 옆으로 기울어져 있다. 무너진 지붕(맨 위)의 서까래도 단층 구조로 돼 있다.

해묵은 안전불감증이 또 한 번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참사를 불러왔다. 대학 입학을 앞둔 꽃다운 청년들이 목숨을 잃고, 세계 건축기술 대국의 자존심은 땅에 추락했다. 2월 17일 밤 9시 16분 경북 경주시 양남면 신대리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붕괴하면서 부산외대 입학 예정자 9명 등 10명이 죽고 총 117명이 부상했다. 당시 체육관 안에선 부산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진행 중이었다.

사고 직후 정부는 중앙재해대책본부를 꾸려 추가 인명구조 작업과 사고 수습을 진행 했으며, 경찰은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마우나오션리조트 소유주인 코오롱 측은 “사고 수습 후 원인이 밝혀지면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논의된 사고 원인은 물을 머금어 보통 눈보다 3배 이상 무거운 습설이 쌓이고 지붕이 이를 견디지 못해 무너졌다는 것.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人災)

하지만 토목공학자이자 방재안전 전문가인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이 사고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부실 공사와 부실 건물에 준공검사를 내준 지방자치단체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한 전형적 인재(人災)”라고 주장한다. 다음은 조 교수와의 1문 1답.

▼ 50cm에 이르는 폭설과 물기를 머금은 습설이 지붕에 쌓이면서 건물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사고 원인을 폭설과 습설로 보는 게 옳은지요.



“폭설과 습설 문제는 전혀 아니라고 봅니다. 사람이 이용하는 건물의 지붕이라면 아무리 폭설이 내리고, 또 그것이 물을 잔뜩 머금은 습설이라 해도 ㎡당 300kg의 하중은 견뎌야 합니다. 보통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m인 공간, 즉 1㎥ 부피의 공간에 물을 담으면 1000kg이 들어갑니다. 일반적인 눈(건설)의 비중은 물의 10분의 1쯤 되고 이번 습설은 비중이 그 3배 정도 됩니다. 즉 습설의 비중을 물의 30% 정도라고 볼 때 지붕 위에 1m 눈이 쌓이면 300kg의 하중을 받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번 습설은 최고 50cm 정도 쌓였다고 합니다. 결국 지붕 1㎡가 받는 하중은 150kg밖에 안 되는 거죠. 사고 원인이 폭설과 습설 자체가 아닌, 다른 구조적 문제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라면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언론보도에 나온 사고 건물의 사진을 자세히 보면 기둥이 전혀 휘지 않았습니다. 만약 기둥이 땅 밑에 단단히 박혀 있었다면 지붕이 무너졌을 때 철제 기둥이 크게 휘어져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옆으로 기울어졌을 뿐 휘지 않았다는 것은 각 기둥이 땅에 박히지 않고 땅 위에 그냥 서 있었다는 거죠. 기둥을 지표면에 볼트와 너트로 고정해놓았는데 지붕이 무너지면서 볼트가 부러져버린 겁니다.”

▼ 언론에서는 벽돌이나 콘크리트 대신 샌드위치패널을 쓴 게 문제라고 합니다. 그것이 눈의 하중을 견디지 못했다는 것인데요.

“패널을 썼다면 그 패널을 지지하는 서까래를 특히 튼튼하게 만들었어야 합니다. 사실 이번 사고를 일으킨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붕을 받치는 서까래에 있었습니다. 흔히 우리가 보(褓)라고 하는 것인데요. 서까래 위에 지붕을 얹기 때문에 아무리 날림으로 지은 건물이라도 이 부분은 튼튼해야 합니다. 그런데 건물이 무너진 현장 사진을 보면 서까래가 서로 얽어진 형태가 아니라 단층으로 대충 만들어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뼈대 재료 여러 개를 삼각형이나 오각형으로 얽어 짠 트러스(truss) 구조로 만들었어야 합니다. 인천국제공항 청사 위에 있는 게 그런 구조입니다. 그게 결국 ㎡당 150kg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거죠.”

▼ 만약 서까래를 트러스 구조로 만들고 기둥을 땅속에 깊이 박았다면 무너지지 않았겠죠.

“그렇습니다. 눈 무게로 지붕이 휘어질 수는 있지만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 이런 부실 건물을 수백 명이 운집하는 체육관으로 썼는데 법적으로 문제는 없나요.

“사실 사고가 난 체육관은 다수 사람이 이용할 수 없는 건물입니다. 이 건물은 일명 PEB 공법(Pre-engineered Metal Building Systems)으로 지어졌습니다. 외벽과 지붕을 철골 구조로 만든 뒤 주변을 샌드위치패널로 덮어씌우는 공법이죠. 보통 PEB 공법은 창고나 격납고 같은 건물을 만들 때 사용합니다. 그럼에도 PEB 공법으로 만든 건물 다수가 체육관이나 공장으로 쓰이는 게 현실이죠. 결국 이런 건물에 허가를 내준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철저한 경찰 수사 필요

“기둥, 보 모두 날림…준공검사도 잘못”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 이런 부실 건물에 준공검사가 난 이유가 무엇일까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짓는 건물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허가 기준이 물러집니다. 대충 보고 준공검사를 내주는 거죠.”

실제 사고가 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2009년 6월 25일 경주시로부터 체육관 시설로 착공 허가를 받았고 75일 만인 9월 8일 사용 승인을 받았는데, 현장에 투입된 일부 구조 인력 사이에선 “기둥으로 쓴 철제빔 두께가 일반 철제빔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 사고 건물이 안전점검 대상은 아니었습니까.

“현행법(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안전관리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압니다. 법적으로 바닥 넓이가 5000㎡ 이상인 건물에 한해 안전점검을 실시하는데 사고 건물의 바닥 넓이는 990㎡였습니다. 그래서 2009년 6월 경주시로부터 허가를 받은 뒤 5년 가까이 안전점검을 받지 않았습니다.”

▼ 날림 시공과 부실 허가에 대한 경찰 수사가 있어야겠죠.

“당연히 경찰 수사에 들어가야 합니다. 준공검사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명백히 밝혀야 합니다. 핵심은 설계도와 실제 시공 건물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하는 점입니다. 기둥과 서까래 부실 시공 여부와 함께 철제빔 두께가 설계도대로 됐는지 봐야겠죠. 철저한 수사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한편 경북경찰청 수사본부는 2월 19일 리조트 업체와 시공 업체, 경주시를 상대로 무너진 체육관의 부실 공사와 업체의 과실 여부에 초점을 맞춰 관련자를 소환하는 등 본격 조사에 들어갔다.



주간동아 2014.02.24 926호 (p40~41)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오소영 동아일보 인턴기자 pangky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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