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5

2013.12.02

절제의 美 손때 묻어 더 좋아라

호림박물관 ‘조선의 디자인Ⅱ-소반(小盤)’ & 박명숙 ‘연꽃에 내린 달빛’

  • 송화선 주간동아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3-12-02 11: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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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제의 美 손때 묻어 더 좋아라
    옛 장인의 솜씨를 이야기할 때 곧잘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는 표현을 쓴다. 매우 뛰어난 것은 일견 서툴게 보인다는 뜻으로, 수수한 가운데서 고아(古雅)함을 풍기는 우리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말이다.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 열리는 ‘조선의 디자인Ⅱ-소반(小盤)’전은 이 네 글자에 담긴 뜻을 실감하게 하는 자리다. 19세기 양반가에서 사용한 작은 상 40여 개 가운데 어느 것 하나 눈길을 끌지 않는 것이 없다.

    부엌과 안방이 떨어진 한옥 구조상 당시 사람들에게 소반은 생활필수품이었다. 선조들은 그 ‘물건’에 인간친화적 기술을 입히고 예술적 감성을 불어넣어 오직 하나뿐인 ‘작품’을 창조해냈다. 으레 개인별로 상을 받은 조선시대 식습관을 반영해 비슷한 크기로 제작한 점, 또 나르기 쉬우면서도 음식 무게는 견딜 수 있게 가볍고 튼튼한 나무를 재료로 사용한 점 등 몇 가지 공통점을 제외하면 각각의 상은 완전히 다르다.

    천판(天板·가구의 가장 윗면) 모양부터 다채롭다. 크게 사각반, 다각반, 화형(花形)반, 원반 등으로 나눌 수 있지만 편의적인 것일 뿐 사각반의 모서리 모양이 다 다르고, 다각반 형태도 8각에서 18각까지 다양하며, 화형반의 꽃잎에는 제각각 디테일이 살아 있다. 소반은 상다리 모양에 따라 구족반(狗足盤), 호족반(虎足盤), 마족반(馬足盤)으로 구별하기도 한다.

    절제의 美 손때 묻어 더 좋아라
    이번 전시는 2010년 이 박물관에서 열었던 목가구전의 후속 전시다. ‘조선의 디자인Ⅱ’라는 제목이 붙은 건 그 때문이다. 당시 장식을 절제하고 나무의 자연스러운 멋을 살린 조선 목가구를 엄선해 소개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화려한 채색을 한 주칠반(朱漆盤), 흑칠반(黑漆盤)이나 나전상(螺鈿床)은 전시하지 않았다. 내년 2월 28일까지, 문의 02-541-3525.

    12월 4일부터 서울 종로구 더 케이 갤러리에서 열리는 박명숙 도예전 ‘연꽃에 내린 달빛’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연꽃이나 연잎, 개구리, 매화, 구름 등을 형상화한 박 작가의 작품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 물레 없이 맨손으로 빚은 탓에 손자국이 고스란히 살아 있으며, 표면에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워 색상도 전시 제목처럼 은은한 ‘달빛’이다. 전남 화순에 장작을 때는 전통 방식의 가마를 지어놓고 작품 활동을 하는 박 작가는 이에 대해 “노자의 무위, 장자의 소통, 불교의 선을 닮은 그릇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눈여겨볼 것은 이번 전시회의 도자작품을 만들 때 사용한 장작이 2005년 화재로 베어낸 강화도 양양군 낙산사의 홍송이라는 점. 박 작가는 당시 낙산사 주지스님의 배려로 폐목을 받은 뒤 8년간 그늘에 말려 이번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낙산사의 맑은 기운과 수많은 사람의 기도가 훈습된 홍송의 혼이 이 작품들에 들어갔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12월 10일까지, 문의 02-764-1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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