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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樂서 지상중계

“선택과 변화 스트레스 긍정적으로 해석해보세요”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신영철 교수

“선택과 변화 스트레스 긍정적으로 해석해보세요”

11월 11일 서울 신촌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 ‘열정樂서’ 무대에서는 ‘주간동아’ 914호에 소개한 김난도 서울대 교수와 함께 신영철(52)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교수도 강연했다. 이 토크 콘서트는 삼성그룹이 2010년부터 삼성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사회 각 분야 멘토가 대학생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확대하고자 마련한 것. 경북대 의대 출신인 신 교수는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근무한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이기도 하다.

오늘 강연 제목은 ‘스트레스 받는 청춘을 위하여’입니다. 학생 대부분이 받는 스트레스 가운데 가장 큰 것이 미래에 대한 불안입니다. 여러분 부모 세대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부모 세대의 스트레스와 지금 세대의 스트레스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부모 세대 때는 세상을 예측할 수 있었지만, 여러분이 사는 지금 세상은 변화가 너무 빠릅니다. 누구도 10년, 20년 뒤 세상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세상이 발전할수록 예측성은 떨어지고 변화도 수시로 일어납니다. 여러분이 사는 세상은 앞으로 더할지 모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냥 스트레스 받고 살자’입니다.

짬뽕? 짜장면? 너무 많은 결단의 순간

여러분이 받는 스트레스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내가 가는 길이 옳은 길인가 하는 점입니다. 우리 인생은 선택과 결단의 연속입니다. 저는 오늘 점심에도 고민했습니다. 짬뽕을 먹을까, 짜장면을 먹을까. 이렇게 작은 선택부터 큰 선택까지 너무 많은 결단의 순간이 옵니다. 여기서 오는 갈등과 스트레스가 가장 큽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아주 현명한 부족의 성인식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인디언 부족의 경우 대부분 용맹성을 시험하는 성인식을 합니다. 성인이 되면 용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정말 현명한 부족의 성인식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아이들을 옥수수밭에 들어가게 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가는 길에서 가장 튼튼하고 잘 여문 옥수수를 따오게 합니다. 단, 한 번 갔던 길은 되돌아올 수 없고, 옥수수를 하나 선택하면 무를 수 없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무척 감동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습니다. 과연 어떤 것이 가장 좋은 옥수수일까. 얼른 옥수수를 따는 아이도 있고 천천히 기다리는 아이도 있습니다. 누가 옳을까요.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에게 이런 순간이 오면 지식과 경험, 정보를 통합해 선택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선택이 최고일 확률은 낮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 선택했다면 ‘최선의 선택’이 됩니다.

“선택과 변화 스트레스 긍정적으로 해석해보세요”
문제는 (옥수수를) 따고 나와서 하는 남 탓과 남에 대한 원망입니다. 잠시 반성하는 것은 좋습니다. 자신이 가진 정보와 지식을 총동원하지 못했다고 반성하는 것은 좋지만, 후회하고 원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자신의 선택이 최선이라 믿고 그것을 정말 최선의 선택, 최고의 선택으로 만들 의무가 있습니다. 돌아와서 괜히 후회하고 원망하며 뒤돌아보지 마세요. 자신의 선택이 비록 최고의 선택은 아니더라도 최선의 선택을 통해 더욱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것이 바로 여러분이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 몸과 마음은 늘 일정한 상태에 있으려는 습성을 지닙니다. 이를 항상성(恒常性)이라고 합니다. 우리 체온은 아프리카에 가도 36.5도, 북극에 가도 36.5도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이것이 항상성입니다. 이 항상성을 깨는 모든 자극을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조차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아무 자극도 없는 무자극 상태가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인데 이게 가능할까요. 스트레스 지수라는 게 있습니다. 스트레스 지수 100점이 뭘까요. 배우자의 사망입니다. 결혼은 몇 점일까요. 결혼은 누구랑 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변화는 모두 스트레스입니다. 취업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이것도 30점 정도 될 겁니다. 모든 일이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는 뜻입니다.

스트레스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고 살자고 한 겁니다. 모든 스트레스가 나쁜 건 아닙니다. 긍정적 스트레스에는 감사해야 합니다. 내일모레가 시험인데 왠지 마음이 편하다면 이는 부정적인 겁니다. 이럴 때는 약간 긴장하는 게 좋습니다. 달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긴장하는 것도, 너무 풀어지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적당한 긴장은 우리 인생에서 결코 부정적인 게 아닙니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느냐, 부정적으로 해석하느냐가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고난 통해 마음의 맷집 키우기

“선택과 변화 스트레스 긍정적으로 해석해보세요”

신영철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교수는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현명한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길을 가다 곰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망가든가, 싸우든가 둘 중 하나밖에 없습니다. 스트레스를 만나면 도망가는 게 최상입니다. 문제는 죽을 때까지 도망가야 한다는 겁니다. 곰과 달리 스트레스는 모양을 바꿔가며 우리가 죽을 때까지 쫓아다닙니다.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하지만, 정말 싸우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면서 함께 가는 겁니다.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책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맷집의 문제입니다. 회복 탄력성이 중요합니다. 몸에 맷집이 있듯이 마음에도 맷집이 있는데, 적절한 고난과 좌절을 겪으면 생겨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 그런 뜻입니다. 실패한 뒤 일어설수록 마음의 맷집도 강해집니다.

그런데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자세에는 성격적인 문제도 들어갑니다. 지나치게 비관적이거나 우울한 사람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환자는 서울 종로3가에서 버스를 탔는데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게 싫어 그냥 내렸다고 합니다. 똑같은 사건이라도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고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완벽주의자는 좋은 걸까요. 좋지만 안 좋은 점도 있습니다. 융통성이 없고, 항상 긴장하면서 산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스트레스에 취약합니다. 여러분, 잘하려고 노력하세요. 그러나 살다 보면 그러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그것도 자신의 한 부분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세요.

큰 틀에서 가장 쉽게 스트레스를 이기는 법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고교 2학년 여학생이 안타깝게도 한강에 뛰어내렸습니다. 성적이 떨어져서입니다. 운이 좋아 우리 병원 응급실에 왔습니다. 전교에서 1등을 하던 아이였습니다. 난생처음 전교에서 10등을 한 성적표를 받고 하늘이 노래지면서 엄마 얼굴이 떠올랐답니다. 도저히 엄마 얼굴을 볼 수 없어 충동적으로 한강에 뛰어내렸다고 했습니다.

혹시 전교 100등 하던 아이가 뛰어내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나요. 전교 1등을 하던 아이는 자신이 왜 소중하고 귀하고 가치 있는지를 모르는 겁니다. 전교 1등이 자신의 존재 이유가 된 겁니다. 그런데 그게 사라지니까 살아야 할 이유도 없어져버린 겁니다. 남자는 직장이 사라지는 순간 자신의 존재 가치가 없어지기도 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귀하고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존재인지를 깨닫는다면 스트레스는 우리의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제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저도 힘들 때가 있지만 저를 일으켜주는 힘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난해 11월 10일 무엇을 했나요. 왜 기억이 안 날까요. 평범한 기억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날 로또에 당첨됐다면 번호 순서까지 기억날 겁니다. 이는 우리 뇌의 감정기억 때문입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선 뇌의 기억 강화가 일어납니다.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는 부정적 감정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이 기억이 남아 자신을 괴롭히는 겁니다. 우리 머릿속에 긍정적 감정기억이 남아 있다면 우리를 일으켜주는 힘이 됩니다. 그러니 청춘 여러분, 앞으로 뇌를 많은 긍정적 감정기억으로 채우세요.

“선택과 변화 스트레스 긍정적으로 해석해보세요”

신영철 교수에 따르면 뇌를 긍정적 감정기억으로 채우면 행복해질 수 있다.

부모가 돼보면 자식이 얼마나 잘난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제 경우, 의사가 된 뒤 오랫동안 교제한 여자친구를 부모님에게 소개해드렸습니다. 그 후 저를 불러 한마디 하셨는데, 평생 저를 지켜주는 말이 됐습니다. “아들아, 결혼해라”였습니다. 다른 말씀은 전혀 안 하신 채 결혼을 허락해주셨습니다. “아들아, 네가 골랐으니 참 좋은 아이일 거야. 결혼해라”고 하신 겁니다. 부모님이 이 부족한 아들을 그렇게 대접해준 기억이 평생 제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겁니다.

나를 바꾸면 세상을 바꿀 수 있어

마지막으로 제가 힘들고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떠올리는 얼굴이 있습니다. 혹시 택시 운전기사에게 팁을 받아본 적 있나요. 지금보다 힘들던 외환위기 시절, 새벽 5시에 택시를 탔습니다. 제 머릿속은 스트레스가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빨리 원고를 써야 했거든요. 깜깜한 새벽에 택시를 탔는데 운전기사가 밝게 맞아줍니다. 병원에 계시느냐, 의사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이내 목적지에 도착해 요금이 6900원 나왔기에 7000원을 주고 내렸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저를 쫓아왔습니다. 그 운전기사였는데, 저에게 뭔가를 주는 겁니다. 200원이었습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멍하니 서 있는데 “선생님, 이렇게 일찍 오셨는데 커피 한 잔 뽑아 드세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하는 겁니다. 그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스트레스에 찌든 제 모습을 보고 운전기사가 온정의 손을 내민 겁니다.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부끄러웠습니다. 저렇게 사는 분도 있구나. 그때 저는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힘을 갖고 있구나 하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나 자신이 바뀌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위대한 진리를 체험한 겁니다.

여러분, 우리 인생은 늘 스트레스의 연속입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우리는 일어서야 합니다. 지치고 힘든 나날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작은 행복, 긍정적 감정기억이 우리에게 좋은 기운을 안겨줄 겁니다.



주간동아 2013.12.02 915호 (p5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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