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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서울 중심에서 ‘별이다, 별!”

과학동아천문대 개관…지름 8인치 굴절망원경 이용 동서남북 뜬 별 관찰

  • 김영진 과학동아천문대장 grenola@donga.com

서울 중심에서 ‘별이다, 별!”

서울 중심에서 ‘별이다, 별!”

서울의 중심인 용산 전자상가 명물로 자리 잡은 과학동아천문대의 야경.

천문대 하면 마음속에 떠오르는 몇 가지 이미지가 있다. 동그란 망원경,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 반짝이는 별,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별자리, 그리고 산꼭대기나 시골 풍경이다. 사실 천문대나 별을 생각하면서 도시를, 그것도 도심 한복판을 떠올리는 사람은 드물다. 누가 도시에서 별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랴. 기껏해야 달과 금성일 텐데. 그래서 대부분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천문대로 간다. 그곳에 가면 정말 많은 별을 볼 수 있고, 도시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11월 말 혜성 하나가 오랜만에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당초 기대와 달리 아주 밝아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맨눈으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필자가 있는 과학동아천문대도 11월 16일 새벽 혜성 특집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시작 시간이 새벽 4시라 방문객이 많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사흘 만에 표가 매진됐다. 그만큼 도시에서도 별을 보고자 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도심에서도 별 40~50개 보여

사실 지금까지 별은 너무 멀리 있었다. 도시 한복판에서도 고개만 들면 밤하늘에 그토록 많은 별이 보이는데, 우리는 그걸 미처 알지 못했다. 도시에 살아서 별을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도시에 살기 때문에 별을 볼 수 있었다. 별이 보고 싶으나 천문대가 너무 멀어 망설였던 사람과 오늘 날씨가 무척 좋아 당장 별을 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도심 천문대가 서울에 생겼다. 바로 ‘서울의 중심에서 별을 외치다’를 모토로 문을 연 과학동아천문대가 그것이다. 서울에서도 한가운데인 용산구 나진전자월드 옥상에 11월 25일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그럼 도시에서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첫 번째로 밝은 별을 볼 수 있다. 1등성이라 부르는 밝은 별은 오히려 도시에서 잘 보인다. 어두운 별이 잘 보이지 않아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다. 사실 밤하늘에서 별자리를 발견할 때 가장 먼저 별자리 모양을 배우거나 그림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밝은 별을 찾는다. 별자리를 이루는 모든 별이 밝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모양만 보고 별자리를 찾기란 숙련자도 쉽지 않다. 그래서 눈에 잘 보이는 밝은 별을 먼저 찾아야 별자리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겨울은 별 보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당장 오늘밤이라도 불빛이 많지 않은 곳에 서서 고개를 들고 몇 분 정도만 밤하늘을 바라보자. 별 40~50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볼 수 있는 것이 이중성(다중성)이다. 이중성은 별들이 아주 가까이 붙어 있어 눈으로는 하나처럼 보인다. 하지만 망원경을 이용하면 떨어져 있는 2개(여러 개)로 보인다. 망원경이 크면 클수록 더 멀리 떨어져 보이지만, 작은 망원경으로도 충분히 구분할 수 있다.

세 번째로 태양계 행성이나 달은 어디에서나 잘 보인다. 그 천체들은 워낙 밝기 때문에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며, 작은 망원경으로도 목성 줄무늬나 토성 고리를 볼 수 있다. 도시는 공기 흐름이 안정된 경우가 많아 시골보다 오히려 더 잘 보일 때도 있다.

그래도 책에서 본 성운이나 은하의 멋진 모습을 감상하려면 멀리 있는 천문대를 방문해야 하지 않을까. 아쉽게도 우리나라에 있는 그 어떤 천문대에서도 천체사진과 같은 멋진 모습은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카메라로 찍어야만 볼 수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설령 보인다 해도 뿌연 구름덩어리 같아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천문대에서는 밝은 별과 이중성, 행성과 달을 주로 관측한다. 이는 도시에서도 다 보이는 것들이다.

천문대는 단순히 별만 관측하는 곳이 아니다. 별을 관측하려면 여러 가지를 배워야 한다. 별지도도 볼 줄 알아야 하고, 망원경도 조작할 줄 알아야 한다. 멋진 천체사진을 찍으려면 카메라 조작법은 물론, 망원경과 카메라 연결 방법 등 알아야 할 것이 무척 많다. 이 모든 것을 배우려고 먼 천문대까지 가는 건 시간 낭비다. 가까운 도시천문대도 이런 구실을 충분히 수행한다. 그렇지 않은 천문대는 단지 망원경을 전시하는 곳일 뿐이다.

과학동아천문대는 서울의 중심인 용산에 자리해 밤에 쉽게 찾아가 별을 볼 수 있다. 천문대가 옥상에 있어 시야가 좋으며, 주변이 상가라 저녁 늦게 불이 다 꺼진다. 그래서 서울 다른 지역보다 별이 더 많이 보인다. 360도 회전하는 지름 7m의 천체관측관은 벌써 용산 전자상가 명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그 안에 있는 지름 8인치 굴절망원경을 이용해 동서남북 사방에 뜬 별들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맨눈으로는 1개로 보이던 이중성이 망원경을 이용해 2개로 떨어진 모습을 확인하면 감탄을 내뱉곤 한다.

과학동아천문대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지름 8m의 돔스크린과 고성능 프로젝터를 이용해 거의 누운 상태로 가상 천체를 볼 수 있는 천체투영관이다. 이곳에서는 날씨와 상관없이 별자리와 다양한 천문 현상을 시뮬레이션해 감상할 수 있다. 이 밖에 야외에서 실습용 망원경을 직접 분해, 조립하거나 스스로 조작해 별을 관찰할 수 있다.

넌 자녀교육? 난 데이트!

서울 중심에서 ‘별이다, 별!”

과학동아천문대의 주망원경으로 관찰하는 모습.

과학동아천문대는 개관에 맞춰 나이 등에 맞춘 체험 프로그램과 매달 달라지는 별보기 행사를 시작했다. 먼저 초등학생을 위한 1년 과정 프로그램을 신설해 체계적인 천문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며, 연인과 가족을 위한 테마 프로그램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쯤 되면 천문대를 넘어선 천문공원으로서 남녀노소 누구나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마음먹고도 쉽게 가기 어려운 곳이 천문대지만, 과학동아천문대는 마음만 먹으면 그날 바로 가볼 수 있다.

도심 천문대의 대표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자리한 그리피스 천문대다. 높은 언덕에 위치해 LA 전경을 다 볼 수 있고, 워낙 많은 사람이 찾아 관측소라기보다 관광명소에 가깝다. 다양한 전시물이 있으며, 특히 플라네타륨에서 상영하는 영상이 인기다. 2006년 만든 지하 1층 전시장은 태양계 행성과 지구에 대한 자료는 물론, 체험 가능한 여러 실험기구가 있는 공간이다.

그렇다면 2014년에는 하늘에서 어떤 천문 현상을 볼 수 있을까. 10월 8일에는 개기월식이 있다.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볼 수 있지만 천문대에서 보면 좀 더 자세히 달 표면을 관측할 수 있다. 18시 15분부터 부분식이 진행돼 19시 25분 개기식이 시작되고, 20시 24분 개기식 종료, 21시 34분 월식이 종료된다. 이른 저녁 시간부터 월식이 시작되기 때문에 동쪽이 트인 곳에서 관측하는 것이 좋다. 과학동아천문대는 시야가 트여 있어 개기월식을 관측하기에 좋은 장소다. 개기월식이 일어나면 붉은 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 화제를 모으는 아이손 혜성은 1월부터 북쪽 하늘에 머물러 계속 관측할 수 있지만, 맨눈으로 관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1월 중순경 아이손 혜성이 머물던 곳에 지구가 지나가면서 펼쳐질 멋진 유성우를 기대해볼 만하다. 1월엔 목성, 4월엔 화성, 5월엔 토성이 지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자세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사람들이 별을 보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늘에 별이 있으니까, 별이 예쁘니까, 취미생활…. 필자가 별을 보는 이유는 별이 우리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별이 살아오면서, 그리고 초신성폭발을 일으키며 죽음을 맞이하면서 우주에 뿌린 것이 지구가 돼 우리가 살아갈 터전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별 태양에 의해 우리의 삶이 유지되고 있다. 명절이 되면 고향을 찾아가듯, 우리도 우리 모두의 고향인 별을 봐야 하지 않을까. 바로 오늘밤 서울 한복판에서 별을 볼 수 있다.



주간동아 2013.12.02 915호 (p56~57)

김영진 과학동아천문대장 greno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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