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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l 충청도의 재발견

충청도가 찍으면…대통령 됐시유

역대 대통령선거 ‘캐스팅보트’ 필승 공식…영호남 세력 대결 속 치밀한 ‘전략적 선택’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jcbae@randr.co.kr

충청도가 찍으면…대통령 됐시유

충청도가 찍으면…대통령 됐시유

세종시 명물 한두리대교와 첫마을 아파트의 불빛이 어우러진 모습.

미국 대통령선거(대선)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지역 가운데 하나가 플로리다 주다. 2000년 대선에서 플로리다 주의 개표 결과가 대통령 당선인을 결정했다. 뉴욕 주에서 대패한 부시 후보는 플로리다 주에서 537표 차이로 이기고 선거인단 27명을 확보해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당시 플로리다 주지사는 부시 후보의 동생 젭 부시였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플로리다 주의 중요성을 인식했고, 두 차례의 대선 모두 플로리다에서 승리를 놓치지 않았다. 말 그대로 플로리다 주는 미국 대선을 좌우하는 캐스팅보트(casting vote) 지역이다.

한국의 플로리다 주는 역대 대선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충청도다. 박빙의 승부에서 충청권을 손에 쥐는 것이 대선 승리의 열쇠였다.

1997년 대선 결과는 39만여 표 차이에 불과했고, 전체 득표 차에서 충청권의 비중이 27.7%(10만여 표)에 달했다. 충청 표심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게 쏠렸을 경우 김대중 대통령의 탄생은 불가능했다.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통한 충청권에서의 선전이 결정적이었다.

2002년 대선은 충청권의 캐스팅보트 파워가 극대화한 선거였다. 노무현 후보는 57만여 표 차이로 당선했는데, 충청권에서의 득표 차가 전체의 50%에 가까운 25만여 표였다. 노 후보가 내놓은 회심의 카드인 ‘수도권이전’ 공약이 위력을 발휘했다.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당인 자유민주연합(자민련)과의 공조는 없었지만, 당시 힘이 빠진 지역 맹주 JP보다 ‘세종시 건설’ 공약이 히든카드가 된 것이다. 당시 노 후보의 충청권 지지율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2년 대선은 ‘이념 전쟁’이 지배한 선거라 지역구도가 크게 작동하진 않았지만, 2000년 대선보다 충청권 득표 차가 더 크게 나왔다. 그리고 ‘충청권에서 승리해야 대통령에 당선한다’는 필승 공식도 틀리지 않았다(그래프1 참조).



충청도가 찍으면…대통령 됐시유
벌써부터 충청 민심 잡기 물밑 경쟁

충청권의 대선 영향력이 2002년 대선에서 극대화한 것을 알 수 있다. 대선 직전까지도 노무현 후보의 승리를 확신하기가 쉽지 않았다. 2002년 4월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후 높은 지지도를 보였지만, 6월 지방선거 패배 이후 노 후보의 지지율은 연일 급락했다. 이때 사실상 ‘수도이전’이라는 큰 선물을 던져줌으로써 충청권 민심이 격변하기 시작했다. 리서치앤리서치의 2002년 11월 29일 조사 결과, 노 후보는 충청권에서 이회창 후보(29.2%)보다 11.8%p 높은 41.0%의 지지율을 보였고, 전체 지지율 역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프2 참조). 즉 2002년 대선에서 노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결정적 힘은 ‘행정중심복합도시’ 바람을 일으킨 충청이었다.

그럼 미래의 충청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호남보다 유권자가 더 많은 충청의 미래를 잡으려는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새누리당에서만 이인제, 이완구, 정우택 의원 등 전·현직 지사 및 다선의원의 승부가 뜨겁다. 야권인 민주당에서도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해찬 의원이 있고, 대권 재도전 의지를 불태우는 안철수 의원에 대한 충청인의 관심도 매우 높다.

통계청의 장래 인구 추계(2010~2040)를 보면 충청의 정치적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충청권 인구는 2020년 546만 명, 2030년 567만 명, 2040년 568만 명으로 불어난다. 반면 호남권은 2020년 505만 명, 2030년 502만 명, 2040년 491만 명으로 줄어든다. 특히 충북은 지금 전남과 비교하면 30만 명 이상 적지만, 2040년에는 171만 명으로 전남을 1만 명 이상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충청도가 찍으면…대통령 됐시유
꾸준히 지역발전, 인구도 증가

그렇다면 충청 유권자 수가 늘어나는 것은 정치적으로 누구에게 유리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흔히 ‘충청도 양반’이라고 표현하므로, 이념 대결 양상이 다음 대선에 나타날 경우 새누리당이 더 유리하다고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대선 투표일 직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충청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 이념적 중립지대에 서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무조건 보수정당을 지지하거나 진보정당을 지지할 마음이 애당초 없는 것이다(그래프4 참조).

특정 정당도 특정 이념도 충청권에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면 과연 충청 민심의 향배는 무엇에 달렸을까. 역대 선거를 분석해보면, 충청을 ‘핫바지’로 보지 않고 깊은 관심과 함께 지역개발에 대한 ‘선물’을 내놓아야만 지역 민심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개인적 인기가 높았음에도 충청권 득표 차는 크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역발전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은 데 대한 반감이 컸기 때문이다. 덧붙여 새누리당에서 내놓은 지역 공약이 민주당에 비해 정책 반응성, 효율성, 실효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결국 충청도민들은 영호남의 팽팽한 세력대결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쪽에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다. 이를 통해 꾸준히 지역발전을 지속해왔고, 지속적으로 인구가 증가했으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그럴 것이다.

충청도민의 마음을 잡으려면 무엇이 지역에 가장 큰 이익이 될지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충청도민들의 ‘전략적 투표’ 스타일을 감안한다면 다음 대통령 역시 충청이 결정할 개연성이 높다.



주간동아 2013.12.02 915호 (p12~13)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jcbae@rand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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