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3

2013.11.18

‘음악 게임’ 재미 이상의 아름다운 이야기

‘히든싱어’

  • 윤희성 대중문화평론가 hisoong@naver.com

    입력2013-11-18 11: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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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 게임’ 재미 이상의 아름다운 이야기
    “모창처럼 들린다”는 말은 가수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하는 혹평이다. 풍부한 성량과 기교를 가졌다 하더라도,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증명하지 못하는 가수는 진정한 음악인으로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이 오디션 심사위원 대부분의 생각이다.

    그러나 종합편성채널 JTBC ‘히든싱어’는 모창 능력이 바로 참가자의 실력이라고 말하는 프로그램이다. 외모를 볼 수 없도록 가려 놓은 무대 위에서 가짜 가수들과 진짜 가수가 노래 한 곡을 소절별로 나눠 부르고, 방청객들은 가짜 가수를 가려내는 투표를 한다. 최종 우승 상금은 노래를 가장 잘한 사람이 아니라 주인공으로 초대받은 진짜 가수와 가장 똑같이 부른 사람 몫이다. 목소리는 물론 외모까지 실제 가수와 빼닮은 모창 가수들의 경쟁은 과거 예능에서도 종종 볼 수 있던 풍경이지만, ‘히든싱어’는 진짜 가수를 모창자와 경쟁 구도에 놓아 색다른 흥미를 유발한다. 심지어 최근 방송을 시작한 ‘히든싱어 2’에서는 신승훈, 조성모 등 진짜 가수가 경쟁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해 결말에 대한 긴장감을 더한다.

    사실 긴장감은 ‘히든싱어’가 모창이라는 낡은 소재를 새롭게 활용할 수 있게 한 결정적 장치다. 기존 모창 대회가 다양한 캐릭터 각축장에 가까웠다면, ‘히든싱어’는 가수 한 명을 주인공으로 정해둠으로써 경쟁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방청객은 물론 시청자에게도 추리의 시간을 제공해 프로그램에 대한 몰입을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시청자는 출연자 목소리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되고, 제작진은 목소리 구분이 더 어려운 문제를 제출해 난도를 높인다.

    진짜 가수의 동료 자격으로 참여한 연예인 패널이 정답을 추측하게 돕거나 교란시키는 정보를 제공하며 결과 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요컨대 ‘히든싱어’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그러나 결과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게임 구성으로 음악을 전달하는 새로운 방식의 프로그램인 것이다.

    음악 게임이란 참신한 방식은 재미 이상의 미덕도 지닌다. MC 전현무가 게임을 전담해 진행하는 동안 작곡가나 동료들은 진짜 가수와 노래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출연한 모창자들이 가수의 오래된 팬으로서 간직했던 사연을 털어놓으면서 방송은 신변잡기와 인생역정에 집중하는 토크쇼와 달리 음악을 통해 가수의 인생과 진심을 설명한다. 그 덕에 경쟁에서 탈락한 모창자들은 동경했던 가수와 한 무대에 선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소감을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고, 가수 역시 승부를 떠나 프로그램의 진정한 주인공이 된다.



    예를 들어 자신 역시 모창 가수로 음악을 시작했음을 고백하며 출연자들이 뮤지션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한 신승훈은 데뷔 20년을 넘긴 대선배다웠다. ‘끝사랑’과 관련해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털어놓은 김범수의 목소리는 끝내 방청객들을 울리기도 했다. 결국 ‘히든싱어’가 꼼꼼한 추리로 가려내는 것은 진짜 가수의 목소리뿐 아니라, 노래의 매력과 사람들이 그 노래를 사랑했던 이유다. 그러니까 ‘싱어’를 둘러싼 아름다운 추억과 감상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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