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3

2013.11.18

신야권연대 아전인수式 셈법

민주당·정의당·안철수 의원,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제각각 활용책 모색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3-11-15 17: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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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야권연대 아전인수式 셈법

    11월 12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진상 규명과 민주 헌정 질서 회복을 위한 각계 연석회의’에 김한길 민주당 대표, 천호선 정의당 대표, 무소속 안철수 의원 등이 참석했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대통령선거(대선) 개입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야권 연대기구가 출범하면서 향후 연대 범위와 그 파급력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과 정의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범야권 시민사회 인사가 참여한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진상 규명과 민주 헌정 질서 회복을 위한 각계 연석회의’(연석회의)는 11월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선언문을 채택하고,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 등에 대한 특별검사(특검) 및 국정원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연석회의는 “지난 대선은 국가기관이 대거 동원된 관권 선거”라며 특검 도입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결의했다. 연석회의에는 야당 인사와 안 의원 측 최상용 전 주일대사 등이 참석했으며, 소설가 황석영 씨, 조국 서울대 교수 등 야권 성향 인사 100여 명이 이름을 올렸다.

    11월 4일 안 의원이 특검 도입을 공개 제안하고, 나흘 뒤 민주당이 ‘원샷 특검’으로 화답한 뒤 연석회의 TF를 통해 야권 단일안 마련 작업이 본격화한 것이다.

    연석회의는 국가기관의 대선 불법 개입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과 국정원법 개혁 등을 요구하는 범야권 회의체 성격이지만, 지난 총선 당시 야권연대를 연상시킨다. 통합진보당의 자리를 안 의원이 대체했다. 따라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新)야권연대’를 모색하는 거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연석회의 참석자들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당별로 신야권연대를 활용하려는 표정이 읽힌다.

    민주당은 표면적으로는 “신야권연대 프레임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국한해서 보는 것”(최원식 전략기획위원장)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대선 이후 소원했던 안 의원과의 연대 물꼬를 텄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종북(從北) 낙인’이 찍힌 통합진보당을 빼고 나머지 야권이 하나로 뭉쳐 내년 지방선거에서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렸다. 민주당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총선 당시 분위기 재연



    “민주당과 앞으로 출현할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를 감안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필패(必敗)라는 인식이 강하다. 연석회의를 통해 양측이 신뢰를 쌓고 향후 선거 공조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을 중심으로 이런 인식이 팽배하다. 앞으로도 사안별로 협력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자리를 자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민주당의 한 중진인사는 다음과 같이 속내를 드러냈다.

    “당장 내년 경기도지사 선거를 생각해보라. 안 의원과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각 당 후보를 지원유세하면 새누리당은 어부지리가 된다. 아직은 이런 말을 할 때가 아니어서 지켜보는 것뿐이다. 물론 당선을 의식한 ‘나눠 먹기식 연대’가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첫 단추는 꿰었고, 연석회의 참석자들도 지난 대선에서 야권후보 단일화에 앞장섰던 분들이라 많은 충고를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민주당 내부적으론 그동안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과 사초 폐기 논란 등으로 친노(친노무현) 인사들이 부각되면서 당 쇄신 기회를 놓쳤지만, 신야권연대를 통해 김한길 대표 체제가 당 분위기를 쇄신하고 지지도 반등을 노린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안 의원은 야권연대는 언감생심이라는 반응이다. “연석회의는 사안별 협력이지 연대가 아니다. 회의 참석도 이번 한 번”이라며 못을 박았다. 안 의원 측 금태섭 변호사는 “우리로선 사안별 연대를 하는 거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불법 행위 문제에 대해 진상을 파악하려면 특검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에서 모인 것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정치세력화를 선언했고 지금 추진 중이기 때문에 선거에서 독자 후보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대외적 발언과 달리 안 의원 측 인사들 역시 현실적인 고민을 토로하며 신야권연대 카드를 힐긋 쳐다보는 눈치다. 안 의원의 전국 세력화를 위한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소속 한 실행위원의 말이다.

    “40%가 넘는 새누리당 지지도를 감안하면, 우리가 독자세력으로 승부를 걸어도 야권 표만 분산될 수 있다. 안 의원은 그동안 야권연대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방법은 새누리당을 능가하는 파괴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새 정치’를 내세우다 보니 중량감 있는 과거 인사를 영입하기 어렵고, 젊고 참신한 인재는 반대로 중량감이 떨어진다. 중도층 표를 결집할 바람을 만들고 참신한 인재를 대거 영입해 파괴력을 높여야 하는데 쉽지 않다. 파괴력 정도에 따라 야권연대가 부활할지 소멸할지 결정될 거 같다. 우리도 사실 고민이다.”

    무당층 지지율 회복이 관건

    실제 ‘동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가 11월 6일 전국 7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 전화조사(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3.7%p)를 한 결과, 안철수 신당이 출연할 경우 지지율은 22.6%로 나타났다. 안철수 신당이 나타나면 민주당은 9.8%p(23.0→13.2%) 하락해 지지율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새누리당은 5.5%p 하락해 41.9%였다. 그러나 안철수 신당이 끌어와야 할 무당층 지지도는 6.7%p(26.0→19.3%) 흡수하는 데 그쳤다. 안 의원 측이 신당에 대한 지지층을 확장하지 못한다면, 야권연대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독자세력으로 나서서 장렬히 전사하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대선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면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두는 게 중요하다”며 “내부적으로 조기 창당론과 연대 등 다양한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현재 의견을 모으는 단계”라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 틈을 파고든다. 11월 12일 국회 출입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연석회의에서 특검을 촉구하며 공조하고, 내년 6월에도 공조하고, 총선과 대선까지 같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그동안 안 의원의 독자세력화와 관련해 “야권분열의 단초가 돼 정권교체를 하지 못하면 책임져야 한다”며 압박했다.

    정의당으로서도 신야권연대는 꽃놀이패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 역시 “국정원 대선 개입 문제를 해결하자는 단일 사안 연대임을 서로 공감하고 전제로 해 모인 것”이라고 선을 긋지만, 한편으론 “사안에 따라 필요하면 연대할 수 있다는 것마저도 마치 큰일이 난 것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내부적으로도 신야권연대를 통해 ‘종북 낙인’이 찍힌 통합진보당과 완전히 차별화하고,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전국정당화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배종찬 알앤알리서치 본부장은 “신야권연대가 성공하려면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의 지지를 끌어들여야 하는데 6.7%에 그쳤다. 이는 앞으로 펼쳐질 야권의 국민여론전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라며 “민주당은 스스로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고, 안철수 신당은 안 의원 개인 지지도를 벗어나 정당으로서의 경쟁력 제고와 인재 영입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야 신야권연대가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석회의가 야권연대로 이어질지, 각 당이 지금처럼 ‘마이 웨이’를 고집할지는 앞으로 여론전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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