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1

2012.04.02

긴장의 파도 높아가는 포클랜드

대규모 원유 매장 추정에 영-아르헨 또 군사적 충돌 가능성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입력2012-04-02 11: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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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클랜드 전쟁이 발발한 지 4월 2일로 30주년이 되는데, 영국과 아르헨티나는 또다시 영유권을 놓고 티격태격하고 있다. 남대서양의 마젤란 해협에서 동쪽으로 760km 떨어진 포클랜드는 동포클랜드와 서포클랜드라는 두 개의 큰 섬, 그리고 200여 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진 제도다. 전체 면적이 우리나라 경기도보다 조금 큰 1만2000km2로 현재 민간인 3140여 명이 거주하며, 영국군도 1650명 주둔하고 있다. 포클랜드는 아르헨티나에서 500km, 영국에서는 1만3000km 떨어져 있다. 양국은 포클랜드를 놓고 상당히 오랜 기간 영토 분쟁을 벌여왔다.

    포클랜드는 영국 탐험대가 1690년 맨 처음 발견했다. 탐험대는 당시 영국 장군 포클랜드 백작의 성을 따서 섬 이름을 지었다. 이런 포클랜드에 처음 사람이 정착한 때는 1704년으로 프랑스인들이었다. 프랑스인들은 1766년 포클랜드에 대한 권리를 스페인에 양도했고, 이후 스페인이 50년간 관할했다. 그런데 스페인 식민지였던 아르헨티나가 1816년 독립하면서 포클랜드에 대한 권리도 함께 승계했다.

    하지만 영국은 1833년 전함을 보내 포클랜드를 무력으로 점령했다. 아르헨티나는 1973년 유엔에 포클랜드 영유권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청원했다. 유엔은 양국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결의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결과도 도출하지 못했다. 양국은 1982년 4월 2일부터 6월 14일까지 75일간 전쟁을 벌였다. 영국이 승리했지만, 양국 모두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영국의 경우 병사 255명이 전사했고 항공기 25대, 함정 13척을 잃었다. 아르헨티나도 병사 655명이 전사했으며 항공기 94대, 함정 11척이 파괴됐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포클랜드에 대한 영국의 우월적 지위를 인정했지만, 영유권은 인정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가 최근 들어 포클랜드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남미 역사상 여성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재선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말비나스는 아르헨티나 영토”라면서 “영국이 말비나스를 불법 점유한 것은 식민주의의 연장”이라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는 영국이 실효지배하는 포클랜드를 말비나스라 부른다. 그리고 정쟁과 국론 분열이 극심한 상황임에도 포클랜드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만은 여야 정치인을 비롯해 국민이 한목소리를 낸다. 포클랜드 영유권 회복을 국가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포클랜드 전쟁 30주년 또 영유권 싸움



    아르헨티나는 남미 국가들과 연대해 영국을 압박한다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영국보다 국력이나 군사력이 약한 아르헨티나로선 포클랜드 영유권 분쟁을 국제문제로 비화시켜 유엔을 통해 해결 방법을 모색하하는 편이 유리하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말비나스는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남미 전체의 문제”라면서 “유엔이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남미국가연합 회원국 정상들에게 4월 2일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포클랜드 전쟁 30주년 행사에 적극 참가해줄 것을 당부하며 초청장을 보내기도 했다. 남미 국가들도 아르헨티나 편을 들어 주고 있다. 남미국가연합 회원국들은 3월 17일 발표한 특별성명에서 “아르헨티나는 포클랜드 영유권 분쟁에서 합법적인 권리를 갖는다”고 선언했다.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회원국들과 라틴아메리카·카리브국가공동체(CELAC) 회원국들도 아르헨티나의 영유권 주장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브라질, 우루과이, 파라과이, 칠레 등은 아르헨티나와 함께 포클랜드 깃발을 단 선박의 자국 항구 이용을 금지하는 조치까지 내렸다.

    영국은 아르헨티나의 움직임에 맞서 포클랜드 인근 지역에 군사력을 강화하는 등 단호한 방침을 내렸다. 영국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최신예 구축함 돈틀리스호를 포클랜드 인근 해역에 배치했다. 돈틀리스호는 적의 전투기나 대함미사일을 탐지해 격추할 수 있는 레이더와 대공미사일을 장착했다. 영국 정부는 이와 함께 트라팔가급 핵 잠수함 1척도 비밀리에 파견한 것으로 보인다. 트라팔가급 핵 잠수함은 승무원 148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최신식 어뢰 등으로 무장한다.

    또 군복무 중인 왕위 계승 서열 2위 윌리엄 왕자가 2월 2일부터 3월 21일까지 포클랜드에서 실시한 군사훈련에 참가하기도 했다. 공군 대위인 윌리엄 왕자는 찰스 왕세자와 1997년 교통사고로 숨진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장남으로, 2008년 입대해 수색구조 헬기 조종사로 복무해왔다. 올해 30세인 윌리엄 왕자는 지난해 4월 29일 평민 출신인 케이트 미들턴과 결혼해 영국은 물론 국제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바 있다.

    펭귄이 뛰어노는 사우디 되나

    포클랜드 군사훈련에 참가한 윌리엄 왕자에 대해 영국 언론은 포클랜드 군주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고 윌리엄 왕자는 왕위 계승 서열 2위이기 때문에 포클랜드가 영국 영토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정부가 구축함과 잠수함을 파견한 이유도 포클랜드 전쟁 30주년을 맞아 아르헨티나에 일종의 무력시위를 벌이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포클랜드는 영국 영토”라면서 “포클랜드 주민은 영국령으로 남고 싶어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포클랜드 문제로 아르헨티나 정부와는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영토 주권 문제에 제3자가 관여할 이유가 없다”는 방침을 고수한다.

    양국의 갈등과 대립이 더욱 증폭되는 이유는 원유 때문이다. 지질학자들은 포클랜드 인근 해저에 최대 600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한다. 영국은 2010년부터 원유 시추 작업을 해왔는데, 원유 매장이 확인될 경우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채굴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포클랜드가 펭귄이 뛰어노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는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포클랜드 인근 해역에서의 석유탐사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모든 법적 조치를 감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리적으로 볼 때 포클랜드는 인류의 마지막 자원 보고라는 남극 대륙에 진출할 수 있는 전진 기지가 될 수도 있다. 포클랜드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영국이 해군기지로 사용하기도 했다. 또 포클랜드 주변 해역은 각종 어류가 서식하는 풍족한 어장이기도 하다. 만약 이 해역에서 상당한 양의 원유가 나올 경우 아르헨티나가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포클랜드를 놓고 양국 감정이 갈수록 악화되면 자칫 30년 전처럼 무력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포클랜드에는 양국이 벌인 전쟁의 상흔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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