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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진보신당 죽느냐, 사느냐

지역구 1, 비례대표 2석이 목표… 정당득표율 2% 넘지 못하면 등록 취소

  • 이남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irun@donga.com

진보신당 죽느냐, 사느냐

19대 총선을 앞두고 몸값이 높아졌지만, 원외 정당인 진보신당이 갈 길은 멀다. 진보신당은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때 탈당한 심상정·노회찬·조승수 전 대표가 주축이 돼 창당했지만, 지난해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창당 과정에서 이들 ‘대표선수’가 모두 탈당해 ‘여의도 정치’에서 소외돼왔다. 영남권을 제외하고 민주당과 통진당의 전국 단위 야권연대 협상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는 설움도 겪었다. 진보신당이 이번 총선을 ‘제2 창당’ 계기로 삼겠다고 벼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보신당의 총선 목표는 지역구에서 1석 이상을 확보하고, 정당득표율 3%를 획득해 비례대표 의원 2명을 배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당득표율이 2%를 넘지 못하면 정당 등록이 취소된다.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구는 경남 거제다. 김한주 변호사가 출마한 거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진보신당이 야권 단일후보를 낸 곳이다. 3월 18일 김 변호사는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과 통진당, 진보신당 후보 3자가 합의해 진행한 경선에서 승리했다. 본선에서는 새누리당의 검사 출신 진성진 변호사, 무소속 김한표 전 거제경찰서장과 3파전을 벌인다.

박은지 진보신당 대변인은 “김 변호사는 삼성중공업 노조 측 변호사로 활동했고, 새누리당 진 변호사는 삼성중공업 측 변호사로 활동했다”며 “노동자를 위한 변호사와 대기업을 위한 변호사의 대결 구도”라고 밝혔다. 조선소 근로자가 전체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거제에서 김 변호사의 경력이 유권자에게 더 호소력을 얻는다는 게 당의 판세 분석이다.

진보신당은 서울 6곳을 비롯해 전국 23곳에서 지역구 후보를 냈다. 그러나 거제 외에 당선을 기대할 만한 곳은 없다. 오히려 야권 지지표를 분산시킨다면서 민주당 후보 등으로부터 눈총을 받는다.



#1 28.6%(민주당) 대 40.5%(새누리당)

#2 35.1%(민주당+진보신당) 대 40.5%(새누리당)

‘동아일보’가 3월 16, 17일 리서치앤리서치(R·R)에 의뢰해 4·11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는 여야 후보에 대한 지역주민 500명의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다. #1은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이계안 민주당 후보를 비교한 것으로 두 후보 간 지지율 차는 11.9%포인트. 여론조사 오차범위(±4.4%)를 넘어선다. #2는 이 후보와 김종철 진보신당 후보의 지지율(6.5%)을 더한 것으로 정 후보와의 차이는 오차범위 내인 5.4%포인트로 좁혀진다. 이 후보에게 진보신당 후보와의 단일화는 역전을 꾀할 가장 파괴력 높은 카드다.

경남 거제 김한주 후보에 기대

이 결과는 민주당과 통진당의 야권연대에서 소외된 진보신당이 19대 총선에 미칠 영향력을 잘 보여준다. 서울 동작을처럼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수도권 격전지에서 진보신당 후보가 막판 승패를 가를 ‘캐스팅보트’로 부상한 것. 5~7%의 득표력을 지닌 진보신당 후보의 거취가 민주당 후보의 당락을 위협하는 셈이다.

이범래 새누리당 후보와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초접전을 벌이는 서울 구로갑에서는 강상구 진보신당 부대표의 지지율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로갑은 18대 총선에서 이 의원이, 17대 총선에서는 이 최고위원이 한 번씩 승리를 거두었으며 이번이 세 번째 격돌이다.

경기 의정부갑에 출마한 목영대 진보신당 후보는 지역에서 뉴타운 반대 투쟁을 벌인 경력으로 인지도가 높다. 이곳은 4선의 문희상 민주당 의원과 김상도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이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인다.

진보신당 후보가 출마하는 지역의 민주당 후보들은 좌불안석이다. 각 지역의 민주당 후보 캠프는 진보신당 후보 측과의 물밑 접촉을 통해 “선거 연대를 하지 않으면 새누리당에 의석을 내준다”며 막판 후보단일화를 시도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야권연대에 대해 여전히 열린 자세지만,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한 홍보 차원에서라도 끝까지 뛰겠다는 계산을 한다.

진보신당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인 김순자 민주노총 울산지역연대노조 울산과학대지부장을 비례대표 1번에 배정했다. 그는 울산의 청소노동자 배움터 ‘노동이 아름다운 빛나는 학교’ 운영위원, 더불어숲 노동인권센터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홍세화 대표는 2번에 배치했다. 또 이명희 평택교육생협 이사를 3번, 지난해 ‘희망버스’ 사태로 구속됐던 정진우 당 비정규노동실장을 4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낸 장혜옥 당 여성위원장을 5번으로 확정했다. 그리고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를 6번, ‘최연소 당 대변인’인 박은지 당 대변인을 마지막 7번에 배치했다.

정당투표 기호가 16번인 진보신당은 이를 유권자에게 각인시키는 데도 힘을 기울인다. 각계 유명인사가 당 지지를 선언하는 ‘셀러브리티 마케팅’에 기대를 거는 중이다. 3월 26일에는 최근 인기를 모으는 영화 ‘화차’의 변영주 감독과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 광우병 전문가로 나섰던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진보신당 지지를 선언하며 지원에 나섰다. 이틀 후에는 영화 ‘살인의 추억’ ‘괴물’의 봉준호 감독이 진보신당 기호 16번을 화면에 띄운 태블릿PC를 들고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진보신당은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후보자가 공개장소에서 연설, 대담할 수 없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도 청구했다. 선거운동의 폭을 넓히려는 자구책이다.

총선 공약 첫머리는 ‘탈핵’

이번 총선에서 이정희 통진당 공동대표의 여론조사 조작 사건에 애꿎은 진보신당이 유탄을 맞기도 했다. 이 문제가 불거진 3월 20일부터 이 대표가 사퇴하기까지 사흘간 하루 20~30통의 항의전화가 진보신당에 걸려온 것. 건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통진당으로 가야 할 전화가 그치지 않는다고 한다. 당명이 비슷해 유권자들이 혼란을 겪으며 생긴 일이다. 더구나 통합진보당을 ‘진보당’이라고 줄여 쓰는 경우도 있어 이름이 더 헷갈린다.

서울 구로갑에 출마한 강상구 진보신당 부대표는 “선거 명함을 받은 한 시민이 대뜸 ‘너희 해적한다며?’라고 항의했다”며 곤혹스러웠던 에피소드를 전했다. 통진당 청년비례대표 후보로 나섰던 ‘고대녀’ 김지윤 씨가 제주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고 표현해 논란을 빚은 일을 지칭한 것이다.

통진당과의 차별성을 알리는 것도 진보신당의 고민거리다. 진보신당은 최근 통진당의 ‘진보당’ 약칭 사용에 대해 ‘유사 당명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서울중앙지법은 통진당에 “진보당이란 약칭을 쓰지 마라”고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통진당이 법원 결정에 이의를 제기해 ‘진보당’ 약칭 논쟁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총선 공약을 보면, 진보신당은 ‘탈핵’을 첫 순서에 올렸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국내 고리 원전 사고를 계기로 ‘탈핵 에너지 전환’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위해 녹색당과의 공조도 모색 중이다.

진보신당은 탈핵과 더불어 우리 사회가 벗어나야 할 5개 핵심 과제로 △탈삼성, 탈재벌 △탈비정규직 △탈경쟁, 탈학벌 △탈자유무역협정(FTA)을 꼽았다. 탈학벌이라는 당 철학에 따라 비례대표 공보물에 후보 전원이 학력을 기재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진보신당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로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부자 증세와 종교인 과세, 주거기본권 보장 등을 제시했다.



주간동아 831호 (p20~21)

이남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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