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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검찰發 ‘국세청 브로커’ 사건 터지나

前 국세청 간부 뇌물수수 의혹 검찰 칼 빼들었다

경찰 무혐의 처리 1년 만에… 오모 세무사 ‘국세청 로비’의혹도 수사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前 국세청 간부 뇌물수수 의혹 검찰 칼 빼들었다

검찰이 최근 Y(58)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의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이 ‘주간동아’ 취재 결과 확인됐다. 지난해 초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인천에 사업체를 둔 부동산임대업자 김모 씨의 증여세 포탈 관련 의혹을 수사하던 중 김씨가 세무브로커를 통해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Y 전 청장에게 거액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수사한 뒤 지난해 3~4월경 사건을 검찰에 넘긴 바 있다. 김씨는 세무공무원 출신인 세무사 오모 씨를 통해 조세심판원 측에도 로비하고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는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하 중앙지검) 특수2부는 3월 20일경 부동산임대업자 김씨에게 청탁받아 세금감면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는 세무사 오씨를 소환조사한 데 이어, 일부 관련자를 불러 대질심문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해 초부터 국세청과 관련 있는 사건을 여러 건 수사해온, 사실상 검찰 내 국세청 전담부서다. 한상률(59) 전 국세청장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 이희완(64) 전 국세청 국장이 김영편입학원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 대가로 3억 원을 받은 사건, 박동열(59)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의 뇌물수수 의혹 등을 수사했다.

사건 핵심 세무브로커 해외로 도주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Y 전 청장과 관련된 수사에 착수한 사실이 처음 알려진 건 지난해 1월. 검찰과 세무업계에 따르면, 2006~2007년 부동산임대업자 김씨는 자녀에게 증여한 부동산임대 수입에 대해 중부지방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나서자 이를 해결하려고 세무브로커 강모 씨를 고용했다. 그리고 강씨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세무사 이모 씨를 사업가 김씨에게 소개했고, 세무사 이씨는 이 사건에 자신의 지인이자 세무공무원 출신인 세무사 오씨를 끌어들였다.

이들의 소임은 서로 달랐다. 강씨는 중부지방국세청을 상대로 한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맡았으며, 이씨와 오씨는 2007년 7월경 김씨가 납부한 150억 원가량의 증여세 추징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제기한 심판청구 과정에 개입했다.



이 과정에서 강씨가 김씨로부터 로비자금과 자기 몫으로 수십억 원을 받아간 사실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두 세무사는 성공보수 명목으로 김씨에게 총 10억 원을 받아 4억 원(이씨), 6억 원(오씨)씩 나눠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조사에서 확인된 바에 의하면, 오씨는 유리한 결정을 받으려고 조세심판원 홍모 사무관을 상대로 전 방위 로비를 펼쳤다. 조세심판 관련 내부문건을 이메일 등을 통해 건네받는 조건으로 홍 사무관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 김씨는 심판청구를 거쳐 2009년 초 이미 납부한 세금 중 64억 원가량을 돌려받는 데 성공했다. 당시 경찰은 두 세무사가 받은 돈 가운데 일부가 조세심판원 공무원들에게 전해졌을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홍모 사무관과 오모 세무사 사이에 금품이 오갔는지는 확인해주기 어렵다. 골프와 술접대가 있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10억 원은 세무 관련 비용이라고 보기엔 너무 많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Y 전 청장은 세무브로커 강씨를 통해 37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강씨는 지난해 경찰 조사에서 Y 전 청장의 금품수수 사실을 진술한 인물이다. 그러나 강씨는 경찰 수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초 위조여권을 사용해 해외로 출국했고,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 1년 가까이 검찰이 이 사건의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던 이유도 핵심인물인 강씨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건을 잘 아는 사정기관 관계자는 “2007년 초 증여세 감면 청탁과 함께 Y 전 청장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이 청와대에 먼저 접수됐다. 이 사건에 관여한 강씨와 두 세무사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의혹이 제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Y 전 청장은 한때 이현동 현 국세청장과 국세청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던 인물이다. 9급 공무원 출신인 그는 지역 안배 차원에서 국세청장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며 한동안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김씨가 세무브로커 등을 통해 로비를 벌이던 2007년엔 중부지방국세청 국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초 Y 전 청장은 명예퇴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찰 수사가 진행돼 사표수리가 몇 달간 보류됐다. 그는 지난해 초 국세청에 “부동산임대업자인 김씨의 증여세 탈루에 관여하지 않았고 뇌물도 받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수사가 끝나가던 지난해 2월 국세청은 이례적으로 Y 전 청장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관내 부동산임대업자의 세무조사와 관련해 37억 원의 금품수수 혐의를 받았던 Y 전 중부청장이 경찰로부터 지난주에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Y 전 청장은 미뤄졌던 명예퇴직을 할 수 있었고, 이 사건은 세간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Y 전 청장은 현재 한 세무회계사무소의 회장을 맡고 있다.

오 세무사의 행적을 주목하라

前 국세청 간부 뇌물수수 의혹 검찰 칼 빼들었다
이 사건에 눈길이 쏠리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사건에서 국세청과 조세심판원을 상대로 세무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는 세무사 오씨 때문이다. 국세청과 검찰 주변에서는 오래전부터 오씨와 관련된 의혹과 제보가 끊이질 않았다. 세무공무원 출신으로 1994년부터 세무사 생활을 해온 그는 세무업계에서 마당발로 통한다. 그를 잘 아는 세무업계 관계자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세무사 업무를 하기보다 인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오씨는 지난해 초 권혁 시도상선 회장의 탈세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이름이 오르내린 바 있다. 권 회장이 거대 로펌이나 세무법인을 마다하고 오씨와 자신의 세금탈루 문제를 상의한다는 소문이었다. 오씨가 국세청 인사 관련 부서의 직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국세청 직원들과 관련된 내부 정보를 제공받아왔다는 얘기도 구체적으로 나온다. 검찰 주변에서는 오씨와 가깝게 지낸 전·현직 국세청 간부의 명단이 나돈다. 전 국세청 고위 간부 H씨와 P씨, 현직 간부인 S씨 등이다.

지난해 가을 검찰 인사 당시 한 검찰 간부는 후배들에게 “국세청의 고질적인 비리를 파헤칠 좋은 기회다. 세무사 오씨를 철저히 수사하라”는 부탁을 남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이 1년 가까이 지나 수사에 착수한 배경도 관심을 끈다. 검찰 관계자는 “Y 전 청장이 이 사건과 관련해 아무런 혐의도 없다는 국세청 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여전히 의혹이 있고, 수사해봐야 할 부분도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세무사 오씨, 이씨와 관련해 (별도로) 수사할 내용이 많다”고 말하면서 이번 수사가 Y 전 청장 혐의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시사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수사가 순조롭지 않으리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Y 전 청장에 대한 로비 의혹의 핵심인물인 강씨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 조사에서 대질심문까지 받은 두 세무사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Y 전 청장은 3월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 사건은 나와 아무런 관련도 없다. 검찰에서 연락을 받은 바도 없다. 그 사건에 대해서는 노코멘트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세무사무소를 운영하는 오씨는 “그런 것은 왜 묻느냐”며 전화를 끊었다. 이씨는 “조사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사건에 대해 무슨 말도 하기 곤란하다”는 뜻을 전했다.



주간동아 831호 (p14~15)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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