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7

2012.03.05

‘승률 8할’…누가 ‘동부’ 좀 말려봐

프로농구 화제만발 흥행 드리블에 강동희 감독 전성시대

  • 김종석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kjs0123@donga.com

    입력2012-03-05 1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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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불리는 프로농구. 올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코트를 화려하게 수놓으며 화제만발이었다. 다양한 흥행 호재가 쏟아지면서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인 2008~2009시즌의 108만4026명을 돌파해 120만 명 시대를 바라본다. 정상을 향한 외나무다리 승부인 플레이오프에 앞서 3월 4일 끝난 정규시즌을 되돌아본다.

    동부는 1라운드에 8연승을 달리며 줄곧 선두를 질주한 끝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1위를 확정 지은 뒤에도 동부는 여전히 배가 고픈 듯했다.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인 SBS(현 인삼공사)의 15연승을 넘어 16연승이라는 신기록을 작성했다. 종전 시즌 최다승인 지난 시즌 KT의 41승을 넘어선 것도 동부다. 8할 승률도 지켰다.

    명장으로 발돋움한 코트의 마술사

    동부 강세의 비결은 먼저 탄탄한 조직력에 있다. 동부는 김주성, 윤호영, 박지현 등에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까지 지난 시즌과 라인업에 변동이 없어 초반부터 손발이 척척 맞았다. 눈빛만 봐도 서로 의중을 알 정도가 되면서 특히 수비에서 위력을 떨쳤다. ‘산성(山城)’이란 표현이 나올 만큼 수비벽이 높았다. 동부는 2월 26일까지 치른 52경기 가운데 상대 득점을 50점대 이하로 묶은 경기만 11차례였다. 특히 1월 12일 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선 실점을 역대 최소인 41점으로 막는 ‘짠물 농구’의 진수를 펼쳤다. 동부의 경기당 평균 실점은 역대 최소인 60점대에 머물렀다.

    김주성-윤호영-벤슨으로 연결되는 트리플 타워는 큰 키에 스피드까지 겸비해 상대 공격 라인을 철저히 봉쇄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입대하는 윤호영은 약점이던 외곽 공격력까지 끌어올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의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가드 안재욱은 한결 성숙한 기량과 과감한 배짱으로 주전 박지현과 함께 동부의 상승세를 주도했다.



    강동희 감독은 전성시대를 활짝 맞았다. 개인적으로는 프로농구 최초로 선수, 코치, 감독으로 모두 정규시즌 1위를 맛보는 영광을 누렸다. 강 감독은 1997년 기아(현 모비스)에서 선수로, 2007~2008시즌 동부에서 코치로 각각 정규시즌 정상에 올랐다. 강 감독은 현역 시절에 이어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도 2인자 이미지가 강했다. 선수 때는 ‘농구 대통령’으로 불리던 2년 선배 허재의 그늘에 가렸고, 은퇴 후 코치로 일할 때는 전창진 감독이 버티고 있었다. 당초 전 감독이 KT로 옮기면서 강 감독이 내부 승진 사례로 동부 지휘봉을 잡았을 때 지도력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오랜 세월 조연에 머물렀고 푸근한 이미지가 강해 때론 리더에게 요구되는 냉철한 판단력이나 선수 장악 부분에서 의문부호가 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 감독은 변신에 성공하며 뛰어난 지도자로 연착륙했다. 그는 오랜 농구 경험을 코트에 녹여냈으며 소통을 강조하는 리더십으로 선수를 이끌었다. 강 감독은 “시즌 전만 해도 이런 성적을 기대하지 못했다. 다른 팀 전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진 부분도 있었다”며 겸손해했다. 그는 또한 “주전, 후보 할 것 없이 열심히 한 결과다. 경기 때마다 소위 미쳐주는 선수가 나와서 편했다. 통합 우승 달성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처음 부임했던 3년 전과 달리 선수들의 의견에 자주 귀를 기울인다.

    “선수의 얘기를 청취해 전술적인 부분에 반영하면 더 열심히 뜁니다. 플레이 도중 잊어버리는 일도 없고요. 감독을 처음 맡았을 때는 주로 지시하는 편이었죠.”

    그래도 강 감독은 작전타임 때는 철저하게 일치된 모습을 강조한다.

    “선수들이 의사를 개진하더라도 경기 후에 하라고 지시했어요. 일단 코트에선 하나가 돼야 합니다.”

    올 시즌 종료 후 계약기간이 끝나는 강 감독의 유임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이번 시즌 프로농구 코트는 젊은 피의 수혈로 활력이 넘쳤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1, 2, 3순위로 지명돼 프로 유니폼을 입은 오세근(인삼공사), 김선형(SK), 최진수(오리온스)는 선배를 능가하는 기량으로 일찌감치 주전자리를 꿰찼다. 황금세대 트리오라고 부르는 이유다. 국가대표 출신 포워드 오세근은 경기당 평균 15점 안팎을 터뜨리며 최근 몇 년간 계속 하위권에 머물던 인삼공사를 일약 정규시즌 2위까지 올려놓았다.

    젊은 피 수혈 활기 넘치는 코트

    ‘승률 8할’…누가 ‘동부’ 좀 말려봐

    인삼공사 오세근이 2월 19일 부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상대 수비를 피해 슛을 하고 있다.

    가드 김선형은 육상 100m 스프린터를 떠올리게 하는 빠른 발과 폭발적인 탄력으로 인기몰이에 나섰다. 그는 187cm의 그리 크지 않은 키에도 덩크슛을 날리고 23m 버저비터를 꽂는 등 강한 인상을 남겼다.

    포워드 최진수는 미국 메릴랜드대를 중퇴하고 국내에 복귀했다. 선진 농구를 몸에 익혀 개인기가 뛰어나고 강한 승부 근성으로 저돌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시즌 초반 적응에 애를 먹기도 했지만 이동준, 허일영 등 선배의 부상으로 출전 기회가 많아지면서 제 모습을 찾았다.

    평생 한 번뿐인 신인상은 오세근이 유력하다. 프로농구 감독 10명에게 물어본 결과 한결같이 오세근을 지목했다. 기량은 엇비슷하게 뛰어나지만 팀에 미치는 영향력에서 오세근이 단연 최고라는 게 이유였다.

    모비스 신인 이지원과 김동량은 유재학 감독의 맞춤형 지도에 힘입어 수비뿐 아니라 확률 높은 득점력까지 갖춰 팀이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데 제몫을 다했다. KCC 김태홍은 과감한 속공 가담과 끈끈한 수비로 ‘제2의 추승균’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이번 시즌 새롭게 팀을 맡은 오리온스 추일승, SK 문경은, 삼성 김상준 감독은 나란히 하위권으로 처져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공통적으로 주요 선수 부상이라는 뜻하지 않은 악재에 시달렸다.

    오리온스는 시즌 첫 상대였던 KCC에 버저비터로 아깝게 패하면서 출발부터 불안했다. 젊은 선수들이 중심이다 보니 3쿼터까지 앞서다가도 경험 부족과 해결사 부재로 4쿼터에 뒤집혀 역전패한 경기가 쏟아졌다. 추일승 감독은 “다 이겼던 경기를 놓친 것만 해도 10차례가 넘는다. 그중 절반만 이겼어도 포스트시즌을 바라볼 만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호화 멤버인 SK도 부상 병동이란 말이 나올 만큼 주전이 돌아가며 쓰러졌다. 특히 매 경기 더블더블(득점과 리바운드 모두 두자릿수)을 기록하며 SK 골 밑을 지켰던 알렉산더 존슨이 다치면서 전력 공백이 심했다.

    중앙대 사령탑을 거쳐 프로에 입성한 김상준 감독 역시 부상 악령이 비껴가지 않았다. 이정석과 이규섭 등 간판 스타가 전력에서 이탈한 데다, 김동욱을 오리온스에 내주는 출혈 속에서 임의탈퇴 선수였다가 코트에 복귀한 김승현을 영입했지만 삼성은 최하위라는 수모를 안았다. 서울 잠실 연고인 삼성과 SK의 동반 부진은 흥행가도의 악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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