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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파워블로거들 ‘3·1 절필 운동’

다음뷰 공정 관리와 범죄자 퇴출 요구… 베스트 경쟁 심화 결론은 돈인가

  • 이미숙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기자 leemee@donga.com

파워블로거들 ‘3·1 절필 운동’

파워블로거들 ‘3·1 절필 운동’
인터넷 포털사이트(이하 포털) 다음 블로거들이 ‘3·1절 인터넷 항쟁’을 펼쳤다. 다음에서 활동하는 블로거 100여 명은 국경일인 3월 1일을 ‘다음뷰에 글 발행 안 하는 날’로 정하고 다른 블로거에게 이 움직임에 동참하라는 취지의 ‘3월 1일 노 포스팅 데이’ 캠페인을 벌였다. 이들은 ‘다음뷰의 공정한 관리와 범죄 블로거 퇴출’을 요구했다.

캠페인을 주도한 사람은 다음에서도 손꼽히는 베스트 블로거들이다. 이들은 스스로 좋아서 블로그를 운영해왔다. 그런 이들이 왜 이런 황당한 캠페인을 벌였을까.

Y씨와 H양 사건이 시발점

우리나라 포털 중 네이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유저를 블로거로 확보한 다음의 블로그 회원 수는 30만 명에 육박한다. 소도시 시민 수만큼 많은 인원이 상주하는 블로고스피어(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 구실을 하는 모든 블로그의 집합)에서는 늘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다음뷰의 운영이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과 일부 블로거의 부도덕한 행태를 비판하는 글이 많아진 것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다음뷰는 다음 블로거들이 글을 발표하는 공간이다.

급기야 다음뷰 운영진에게도 지난해 말부터 뷰에서 벌어지는 불미스러운 사건을 수차례 고지하고 그에 따른 시정과 후속 조치를 요구했으나 운영진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후 캠페인을 주도하는 이츠하크(블로그 ‘이츠하크의 라이브에듀’) 등 베스트 블로거들은 이런 사실을 담은 연판장을 다음 블로거들에게 보름간 연속 발행했다. 캠페인에 동참한 이 중에는 다음이 해마다 뛰어난 활동을 펼친 블로거에게 수여하는 ‘황금펜’ 수상자도 있다.



온라인 시위의 시발점은 지난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춘남녀가 모이는 곳에 늘 있게 마련인 연사(戀事)가 대필사건 폭로로 번졌고, 급기야 고소사건으로 비화했다. 그럼에도 문제 블로거의 글을 줄곧 ‘베스트’로 선정하자 여러 블로거가 다음의 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남녀상열지사’에서 불거진 일이 ‘다음 대 블로거 간 대전(大戰)’ 양상으로 변한 것이다.

사건 단초가 된 남녀는 다음 블로그 스포츠 분야 1위인 ‘○○○의 야구세상’을 운영하는 블로거 Y씨와 한 음악 베스트 블로거 H양이다. Y씨는 해외 야구 전문 블로거로 명성을 날리다가 지난해 5월부터 지역방송인 금강방송 야구해설가, 서울신문 해외야구통신원 등으로 활동해온 야구 전문가다. Y씨는 “H양과 연인 사이였다”고 주장하고, H양은 “스토커였다”고 맞선다.

Y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2011년 1월 H양이 쿠키를 만들어 보내주겠다며 연락해왔다.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지난해 5월부터 7개월간 61개 글을 대필해줬다. 이상하게 내가 쓴 글이 모두 베스트 글로 갔고 그 덕에 H양은 황금펜 블로거가 됐다. 그런데 이상했다. 한 번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래서 내 글을 돌려달라고 했는데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공개했다.

그는 “내가 대필해준 글은 음악인이 아니면 쓸 수 없는 글이다. 특히 기록적인 추천 수가 나왔던 ‘탑밴드’ 관련 글 여러 편은 과거 밴드 활동을 했던 경험에서 쓴 글”이라며 대필 증거로 내세웠다.

반면 H양은 “사귄 적이 없다. 연인이라는 것은 Y씨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글을 대필시킨 적도 결코 없다. Y씨가 나랑 사귀고 대필을 해줬다고 주장하는 기간에 댓글과 문자, 이메일 등으로 폭언과 협박을 일삼아 스토킹 수준의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H양은 이런 정황을 모두 녹취해 증거물로 보존한 뒤 2011년 11월 Y씨를 ‘온라인상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H양은 그간의 과정과 ‘결백’을 담은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했다. H양이 발행한 글에 따르면 Y씨는 수사를 계속 기피하다가 막바지에 몰려 자신의 죄를 일부 시인했다고 한다.

파워블로거들 ‘3·1 절필 운동’
다음 운영진 “자발적 공간 최소 규제”

파워블로거들 ‘3·1 절필 운동’
사건의 본질은 ‘남녀상열지사’고, 결론은 돈이다. 인터넷 활동으로 돈을 버는 것은 모든 블로거의 꿈이다. 이는 다음뷰뿐 아니라 블로그를 하는 모든 이가 바라는 일이기도 하다. Y씨 사례에서 보듯, 블로그로 대박을 터뜨린 스타급 블로거가 이미 여럿 등장했다. 대박은 화제의 블로거가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 마케팅에 참여하거나 사업 제안, 출판 제의를 받아들이면서 만들어진다.

블로그를 기반으로 한 사업이 우후죽순 늘어나자 다음뷰 블로거들은 공정한 운영을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만든 게 ‘열린 편집자 제도’다. 다음은 현재 매주 12명의 열린 편집자를 선정한다. 다음뷰에는 유저들이 좋은 글을 추천할 수 있도록 손가락 아이콘도 만들었다. 그런데 다음뷰에서 일반 유저의 추천으로 베스트 글로 뽑히기는 불가능하며, 반드시 열린 편집자의 추천이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블로거 사이에서는 베스트로 선정되려는 물밑 움직임이 치열하다. 많은 블로거가 다음의 운영 방식에 우려를 제기하는 이유다.

그러나 다음 운영진의 생각은 다르다. 다음 측은 “다음뷰는 블로거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공간이라서 운영진은 자유를 억제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규정만 적용하며, 선정 과정에서 일부 회원의 짐작처럼 운영진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한다.

블로그는 1인 미디어시대를 가능케 했다. 어느 사회 현상이나 그렇듯 블로그 문화 역시 동전의 양면성을 지닌다. 좋은 글쓰기를 통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도 물론 많다. 그러나 지난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네이버 파워블로그 공동구매’ 사건에서 보듯 그림자도 짙다. 돈을 목적으로 한 제품광고 블로그는 물론, 요리 블로거를 자처한 이들의 무전취식도 문제가 되고 있다.

다음 베스트 블로거로 활동하면서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한 일러스트레이터 강춘 씨는 “요즘 포털 ‘블러거’들의 파워, 블로거 간 비리와 질투 같은 문제는 정치인의 행태와 비슷하다. 이번 ‘다음 블로거 대란’은 네이버 파워블로그 공동구매 사건만큼이나 사회적 이슈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3·1절 노 포스팅 데이 캠페인을 주최한 측은 이번 캠페인의 정신을 계승해 다음뷰의 불공정성을 모니터링하고 견제할 수 있는 자발적 단체를 결성할 예정이다. 이츠하크는 “다음뷰 고객센터의 신고접수를 신뢰할 수 없다”며 “‘공정한 다음뷰 관리를 위한 블로거 모임’(가칭)을 만들어 악덕 블로거의 횡포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포털에서 퇴출하는 등의 적극적인 방법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파워블로거들 ‘3·1 절필 운동’




주간동아 827호 (p34~35)

이미숙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기자 leem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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