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9

2017.05.24

골프의 즐거움

최연소 기록 다수 가진 영재 창의적 클럽 선택으로 개가

‘플레이어스’ 우승 김시우

  • 남화영 헤럴드경제 스포츠에디터 nhy6294@gmail.com

    입력2017-05-22 16:46: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김시우(22·CJ대한통운)가 5월 15일 ‘제5의 메이저대회’라 부르는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최연소로 우승했다. 지난해 시즌 마지막 대회인 윈덤챔피언십 첫 승에 이은 2승이지만 의미는 남다르다. 이 대회가 PGA투어의 대표적인 플래그십(Flagship) 대회이기 때문이다.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 주 폰테베드라비치의 TPC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는 난도가 높아 PGA투어 선수들이 기량을 겨룰 수 있는 무대인 데다, PGA투어 본부의 앞마당이기도 하다. 김시우는 제이 모너핸 PGA투어 커미셔너 등 수뇌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2위 그룹과 3타 차로 우승함으로써 한국 남자골프에 대한 세계의 시각을 새롭게 정리했다.

    한 브랜드평가업체는 PGA투어 4대 메이저급 골프대회에서 우승하면 통상 2000억 원대 홍보 효과를 보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 대회 우승 상금 189만 달러(약 21억1600만 원)는 US오픈 등 다른 메이저대회보다 많은 금액이다. 이로써 김시우의 세계골프랭킹은 75위에서 28위로 수직 상승했고, 페덱스컵 순위도 136위에서 58위로 뛰었다.

    김시우의 이번 우승이 깬 통념은 이 밖에도 많다. 먼저 통계와 예상치를 깼다. 그는 1월부터 출전한 15개 대회에서 6번이나 컷오프 됐고, 3차례 기권했다. 허리와 어깨 부상 탓에 4위로 출발한 마지막 날에도 라운드 전 마사지를 받고 출전할 정도였다. 하지만 유력한 우승 후보들이 추풍낙엽처럼 스코어를 잃는 와중에 김시우는 흔들림 없는 경기력으로 3언더파를 쳐냈다. 베팅사이트에서 김시우에게 베팅한 극소수 갬블러가 500배 배당을 받았다.

    나이 장벽 또한 뛰어넘었다. 김시우의 이력을 보면 유독 최연소 항목이 많다. 중학생 시절부터 각종 아마추어대회 우승을 휩쓸었다. 2011년 국가대표를 지낸 뒤 미국 무대를 두드렸고, 이듬해 말 PGA투어 사상 최연소(17세5개월)로 퀄리파잉스쿨(20위)을 통과했다. 하지만 너무 어려 반년을 기다려야 했다. 처음엔 경험 미숙으로 시드를 잃고 3년간 2부 리그인 웹닷컴투어를 뛰었으나, 2015년 7월 스톤브래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 1부 리그로 복귀했다. 지난해에는 바바솔챔피언십 2위에 이어 윈덤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파죽지세로 이번에 최연소(21세10개월) 우승을 거머쥐었다. 호주 애덤 스콧의 기록보다 2년여를 앞당겼다. PGA투어에서 2승째를 달성한 역대 선수 가운데 타이거 우즈, 세르히오 가르시아, 조던 스피스에 이어 네 번째로 어리다. 이는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클럽 선택도 파격적이었다. 3라운드 14번(파4·481야드(약 440m)) 홀에서 티샷이 왼쪽으로 엇나가 위기를 맞았다. 공이 놓인 카트길 옆은 솔잎이 깔렸고 홀까지 268야드(245m)나 남았다. 김시우는 안 보이는 홀을 향해 드라이버를 잡고 샷을 해 그린에 안착시킴으로써 파를 지켰다. 4라운드 18번 홀에서는 그린에 못 미친 짧은 프린지 상황에서 유틸리티우드로 공을 살짝 띄워 홀 옆에 붙이는 환상적인 어프로치로 파를 잡았다. 마지막 날 그린 적중률은 40%대에 그쳤지만 보기 없는 라운드를 할 수 있었던 건 상황마다 클럽을 창의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상금을 획득한 김시우는 대회 다음 날 애틀랜타 집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이코노미석을 탔다. 옆자리에 앉은 시민은 인증샷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놀라워했다. 골프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는 좌석을 업그레이드하지 않고 소박한 일상으로 되돌아간 글을 기사화했고, 이는 미국 골퍼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 남자골프의 잠재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이것 이상 저렴하면서도 기분 좋은 소재가 없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