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1

2011.11.07

아내는 돈만큼 섹스도 좋아한다

남자와 여자

  • 입력2011-11-07 1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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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는 돈만큼 섹스도 좋아한다

    ‘시장 풍경’, 보이클래어, 1567년, 목판에 유채, 149×215, 안트베르펜 왕립미술관 소장.

    남자는 결혼과 동시에 아내와의 섹스에 흥미를 잃는다. 속된 말로 잡은 물고기에 미끼 주는 것을 봤느냐는 식이다. 여자는 반대다. 결혼과 동시에 섹스에 엄청난 관심을 보인다. 혼전 임신에 대한 불안이 사라진 까닭이다.

    남편의 무관심 탓에 바람난 아내를 그린 작품이 요아킴 보이클래어(1533~1574)의 ‘시장 풍경’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시장 풍경은 16세기 네덜란드에서 인기 있는 소재였다. 수많은 과일, 채소는 자연의 풍요로움과 은밀한 성생활을 암시하는 좋은 소재여서 화가들은 비도덕적인 행위에 대한 경고로 시장 풍경을 그리기도 했다.

    화면 중앙에서 젊은 여인은 과일을 팔고, 젊은 남자는 과일을 고르는 중이다. 젊은 여인 뒤로 노파가 물레 가락을 들고 앉았다. 이 작품에서 물레 가락은 노파가뚜쟁이라는 것을 암시하는데, 젊은 남녀가 서로 시선을 피하지만 뚜쟁이의 등장은 두 사람이 이미 눈이 맞았음을 나타낸다.

    화면 왼쪽 젊은 남자의 복장을 보면 그가 새 사냥꾼임을 알 수 있다. 새 사냥꾼은 네덜란드어로 바람둥이라는 뜻을 가졌다. 젊은 남자는 두 개의 화살이 교차한 장식으로 멋을 낸 모자를 썼는데 화살은 에로스를 상징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과일과 채소는 당시 한 계절에 함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양배추는 겨울, 포도는 9월에 수확했다. 또한 이 작품 속 과일은 당시 최음제로 알려졌거나 성적 표현을 나타낼 때 사용하던 것으로, 달콤한 사랑을 의미한다.



    아내는 돈만큼 섹스도 좋아한다

    ‘에로틱한 장면’, 피카소, 1903년, 종이에 유채, 개인 소장(위). ‘연애편지’, 페르메이르, 1669~1675년경, 캔버스에 유채, 44×38,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 소장.

    어떤 남자는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서 가끔씩 찔끔찔끔 아내와 섹스를 한다. 그것도 마치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남편과의 섹스가 연중행사인 아내는 밤낮으로 젊은 남자의 품이 그립다.

    젊은 남자와의 달콤한 섹스에 빠진 여인을 그린 작품이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에로틱한 장면’이다. 상의만 걸친 남자는 좁은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다리를 벌렸고, 벌거벗은 여자의 긴 머리칼이 남자의 성기를 가렸다.

    목까지 채운 줄무늬 셔츠, 짧게 깎은 머리, 앳된 얼굴은 남자가 소년이라는 것을 나타내며, 화면 속 여자의 풍만한 가슴은 농익은 여자라는 것을 암시한다.

    여자가 얼굴을 남자의 성기에 묻었는데, 소년이 머리를 감싼 모습은 절정에 이르렀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구겨진 침대 시트는 섹스 중이라는 것은 의미하며, 쿠션에 상체를 기대고 앉은 소년의 자세는 편안하게 즐긴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 작품에서 아무 장식이 없는 방과 좁은 침대는 학생의 방이라는 것을 암시하며, 화면 오른쪽 젖힌 커튼과 정면을 바라보는 소년의 시선은 섹스 경험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심리를 나타낸다. 피카소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전통예술아카데미 실습시간에 데생 연습을 하면서 누드모델을 보고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제작했다.

    남자는 사회로부터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라면 세상 그 어떤 곳에든 간다. 남편이 아내에게 무관심한 이유 중 하나가 여자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우면 만족스러워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는 돈만큼 섹스도 좋아한다. 20대 과부는 수절해도 30대 과부는 수절하지 못한다는 속담처럼, 아내는 긴긴 밤을 홀로 외롭게 보내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성공도 좋지만, 집을 장기간 비워두면 가정의 평화는 깨지게 마련이다.

    남편의 부재로 바람난 아내를 그린 작품이 얀 페르메이르(1632~1675)의 ‘연애편지’다. 이 작품은 부도덕한 행동을 경고하고자 만들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여자가 편지를 쓰는 것을 혼외정사로 이어지는 위험한 행동으로 간주했다.

    묶인 커튼 사이로 안주인이 벽난로 옆에 앉아 편지를 건네준 하녀를 바라본다. 두 사람은 시선을 주고받으면서 주인과 하녀라는 신분을 뛰어넘어 연애를 공모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왼쪽 벽에는 지도가 흐릿하게 보이고 안주인은 무릎에 류트(16세기 유럽에서 유행하던 악기)를 올려놓았다.

    류트는 보통 행복과 화목을 나타내지만 혼외정사를 다룬 그림에서는 향락과 음란, 경박을 상징한다. 류트를 무릎에 올려놓은 안주인의 모습은 음악을 연주하면서 사랑의 몽상에 잠긴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하녀 머리 위쪽으로 배경 구실을 하는 두 점의 그림이 보인다. 아래쪽 그림에서 폭풍우 치는 바다를 항해하는 배는 사랑의 위험을 암시한다. 커튼에 가려 반쯤만 보이는 그림에서는 남자가 길을 걷는데, 그 길은 사랑의 여정을 암시한다.

    페르메이르는 이 작품에서 바닥에 벗어놓은 실내화를 통해 여자의 음부를 나타냈다. 비스듬히 문에 기댄 빗자루는 안주인의 사랑이 부정한 연애라는 것을 암시한다. 바닥에 뒹구는 쿠션과 옷가지는 여자가 사랑에 빠져 집안일을 소홀히 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 박희숙은 서양화가다. 동덕여대 미술학부,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을 9회 열었다. 저서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클림트’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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