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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정책 하모니 이민자 끌어당기는 마력

캐나다 밴쿠버 | 천혜의 조건에 느긋한 사람들 살기 좋은 도시 입증

  • 밴쿠버=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환경과 정책 하모니 이민자 끌어당기는 마력

환경과 정책 하모니 이민자 끌어당기는 마력

스탠리 파크에서 바라본 밴쿠버 다운타운.

9월 5일 캐나다의 노동절 공휴일 아침. 밴쿠버에서 북쪽으로 120km 떨어진 휘슬러 산 자락에 차량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이곳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키 경기가 열렸던 곳으로 북미 지역 최고의 스키 리조트가 자리한다. 멀리 산 정상은 희끗희끗한 눈을 이고 있다. 스키 시즌이 아님에도 사람이 이곳으로 몰려드는 이유는 상쾌한 대자연 속에서 하이킹과 산악자전거를 즐기려는 목적에서다.

휘슬러 산에 40개가량 있는 자전거 코스로 산악자전거가 거침없이 내려온다. 난이도에 따라 마련한 코스에서 헬멧과 무릎보호대 등 안전장비를 갖춘 남녀노소가 온몸으로 스피드의 쾌감을 만끽한다. 산악자전거와 하이킹을 즐기지 않는 사람은 스위스의 작은 마을을 닮은 휘슬러 빌리지 곳곳에서 쏟아지는 태양을 맞으며 망중한을 즐긴다. 밴쿠버에서 사업을 하는 피터(35) 씨는 친구와 함께 산악자전거를 열심히 조립 중이었다.

“주말이면 가족과 휘슬러를 찾습니다. 주로 산악자전거를 타러 오지만 가끔은 가족과 바비큐 시간을 즐깁니다. 일주일의 피로를 날리는 데 이곳보다 더 좋은 휴식 공간을 찾기 힘들죠.”

미래를 내다본 도시계획 담당자

환경과 정책 하모니 이민자 끌어당기는 마력

밴쿠버 아트 갤러리(위)와 휘슬러 풍경.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1, 2위로 꼽히는 밴쿠버. 이곳에 이민자가 몰려드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천혜의 자연환경 때문이다. 곳곳에 명소가 자리한 밴쿠버 다운타운에서는 어느 방향으로든 약 15분만 걸으면 푸른 바다와 낭만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밴쿠버 공기는 항상 여유롭다.



태평양과 얼굴을 맞댄 서부 캐나다 관문이자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이하 BC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밴쿠버는 버나비, 리치몬드, 뉴 웨스트민스터, 델타, 서리, 노스 밴쿠버 등 광역 밴쿠버와 밴쿠버 다운타운으로 나뉜다. 유명 관광지는 주로 다운타운에 몰렸다. BC주엔 450만 명, 광역 밴쿠버엔 200만 명, 밴쿠버 다운타운엔 60만 명가량이 거주한다.

밴쿠버 다운타운이 깨끗하고 매력적인 곳이 된 것은 환경과 미래를 내다본 도시계획 담당자 덕분이다. 더러운 공장지대에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그랜빌 아일랜드는 환경친화적으로 개발한 대표적 명소다. 밴쿠버 다운타운과 다리로 연결한 이곳에 도착하자, 흥겨운 연주 소리가 들려온다. 시민을 위한 휴식처이자 놀이터인 이곳이 과연 40여 년 전 그 냄새나고 지저분했던 곳이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다운타운의 명물 밴쿠버 아트 갤러리도 도시 리모델링에서 빼놓을 수 없다. 건축가 프랜시스 래턴버리가 설계한 이 건물은 8년의 공사 끝에 1913년 완공, 법원으로 사용하던 것. 미술관으로 옷을 갈아입은 것은 1983년. 밴쿠버 아트 갤러리는 캐나다 대표 화가의 작품 1만 여 점을 소장한다. 평소에도 데이트 장소로 인기 있지만 밤이 되면 은근한 조명 아래 손을 맞잡은 연인이 모여든다. 도심 산책을 나온 가족에게도 인기 있다.

밴쿠버의 쾌적한 주거 환경은 곳곳에 자리 잡은 공원 덕분이다. 특히 스탠리 파크는 휴식과 운동, 사색을 위한 요소를 두루 갖췄다. 밴쿠버 다운타운에 거주하는 사람이 가장 쉽게 자주 찾는 이곳은 뉴욕의 센트럴 파크를 능가하는 규모로, 해안 방파제 산책 코스가 일품이다. 운동과 산책 등으로 하루 종일 사람으로 북적이지만, 일과를 마친 저녁시간엔 여유가 찾아온다. 건너편 버라드 만의 다채로운 전경이 눈에 들어오는 약 8.8km 산책길을 걷다 어둠이 내리면 어느새 낭만적인 곳으로 바뀐다. 그래서 태평양으로 석양이 넘어가도 쉽게 발길을 돌리지 않는다.

채석장이었던 곳을 개발해 만든 언덕 위 퀸엘리자베스 파크도 밴쿠버 시민의 호흡기 구실을 톡톡히 한다. 빅토리아 부차드 가든을 축소해 놓은 이곳엔 온갖 식물이 자란다. 주차장을 중심으로 넓은 운동시설이 있고, 여름이면 녹음이 우거져 최고의 휴식처가 된다. 다양한 열대식물이 자라는 유리온실에서 나오면 청량한 바람과 함께 시원하게 펼쳐진 밴쿠버가 한눈에 들어온다.

쾌적한 주거 환경의 일등공신은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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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파크에 있는 원주민 상징물.

“자동차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스카이 트레인을 이용합니다. 편하고 빠르며 교통체증 걱정도 없어 만족합니다. 아, 물론 경제적인 이유도 있고요.”

밴쿠버 남쪽 서리에 사는 줄리(29) 씨는 오늘도 집에서 자동차를 몰고 10여 분을 달려 게터워이역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운다. 경천철로 갈아타 30분 남짓이면 밴쿠버 다운타운 사무실에 도착한다. 광역 밴쿠버와 밴쿠버 다운타운을 연결하는 무인 경전철 스카이 트레인은 편리함과 정확성을 자랑한다. 5분 간격으로 다니기 때문에 약속 시간을 맞추기에 이만한 교통수단이 없다. 거리에 따라 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스카이 트레인은 출구에 요금을 받는 곳이 없는 ‘양심 경전철’이다. 그러나 최근엔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무임승차가 증가해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요금 징수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다.

BC주와 밴쿠버를 포함한 서부 지역은 북미대륙 중 유럽인의 발길이 마지막으로 닿은 곳이다. 초기 밴쿠버에 이민자가 몰려든 3대 요인은 모피 교역, 프레이저 강에 있는 사금, 캐나다 태평양 철도였다. 처음 이 땅을 찾은 유럽 사람은 원주민에게 유럽산 공산품을 팔고, 그 대신 야생동물 모피를 받아 유럽에 넘기는 장사를 통해 부를 쌓았다. 모피 교역은 유럽에서는 하찮은 사업이었지만 북미 지역에서는 19세기 말까지 수지맞는 일이었다. 모피 교역이 시들해질 무렵 프레이저 강에 사금이 있다는 소문으로 금 채굴꾼과 이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꾼이 대거 몰려들었다.

영국령 브리티시컬럼비아가 캐나다 연방에 속하게 된 결정된 이유는 바로 캐나다 태평양 철도다. 1886년 이 철도가 개통, 운행함에 따라 평범한 서부의 변두리 마을도 본격적인 개발의 막을 올렸다. 또한 이 해 일어난 밴쿠버 대화재는 뉴밴쿠버 도시계획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오래된 낡은 목조 건물이 모두 잿더미로 변하면서 당시 최대 부동산 소유회사인 캐나다 태평양 철도는 도시기반 시설을 정비하고 튼튼하면서도 안전한 신축 건물을 건설할 기회를 잡았다. 당시 시의회도 군사기지의 일부를 공원으로 남겨둘 것을 요구했는데, 이곳은 현재 밴쿠버의 쾌적한 녹색공간이 됐다.

BC주의 발상지인 밴쿠버 다운타운 남쪽 포트 랭글리에 가면 매트로 밴쿠버 이민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1838년 허드슨베이 회사가 캐나다 서부 지역 모피 무역 중심지로 포트 랭글리를 건설한 뒤 당시 더글러스 총영사가 영국령으로 선포한 곳이기도 하다. 2008년엔 BC주 탄생 150주년 기념식이 이곳에서 열렸다.

자연환경이 좋다고 모두가 살기 좋은 곳은 아니다. 캐나다 ‘복합 문화 정책’은 이민자를 끊임없이 불러 모으는 숨은 원동력이다. 캐나다는 각 민족의 다양한 문화가 고유의 색깔을 띠며 서로 조화를 이루는 모자이크 문화 정책을 지향한다. 동부와 서부의 정치, 경제 불균형에 퀘벡 분리 독립과 이중 언어 문제를 둘러싼 대립 및 갈등을 포용하는 것이 바로 ‘어떤 인종도 다른 인종에 대해 우월하지 않다’는 복합 문화 정책이다. 캐나다는 모든 인종과 문화의 평등한 공존 및 조화를 헌법상 보장한다.

복합 문화 정책은 뿌리 깊은 인종차별을 없애는 데 크게 기여했고, 그 정책은 오늘날 가장 친절한 캐나다인을 만든 힘이다. 캐나다 정부는 퀘벡의 분리주의를 포용하고자 1969년 공용어법을 제정해, 연방 정부의 모든 업무 및 생산품에 영어와 프랑스어를 함께 사용하도록 조치함으로써 언어적, 문화적 불만을 해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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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빌 아일랜드에서 바라본 밴쿠버 전경.

공존과 조화의 복합 문화 정책

여기에 더해 캐나다는 사회안전망 확충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다. 정부 예산의 30%에 달하는 지방 교부금 중 상당 부분을 평등화 교부금 명목으로 가난한 주에 지원해 균형 발전을 꾀한다. 또한 환자의 의료비를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사회주의 모델을 유지하며, 재원 마련을 위해 30%대의 높은 조세를 부과한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을 전후로 홍콩인이 물밀 듯 몰려들어 한때 ‘홍쿠버’라고 불렸던 밴쿠버에는 유독 중국인이 많다. 밴쿠버 거주자의 20% 정도가 화교다. 거리에서는 중국 제품 만큼이나 중국인도 많아 중국어를 자주 들을 수 있다. 초기 도로와 철도 노동자로 이 땅에 들어왔던 선조와 달리, 최근에는 주머니가 두둑한 중국 본토인도 밴쿠버 이민 대열에 합류했다.

깨끗한 도로와 폭넓은 사회안전망,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사람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도시 밴쿠버. 날아갈 듯 다섯 개의 흰 돛을 달고 바다 위에 뜬 호화 유람선 형상의 복합시설 ‘캐나다 플레이스’는 꿈과 희망을 안고 찾아오는 이민자를 변함없이 팔을 벌려 환영한다. 밴쿠버 발상지인 다운타운 동쪽 개스타운의 명물 증기시계는 매일 12시가 되면 ‘뿌뿌~’ 힘찬 소리로 밴쿠버가 가장 살기 좋은 도시임을 알린다.

인터뷰 / 드웨인 드로벗 밴쿠버시 도시계획과 감독관

“도시 기능 효율적 관리, 희망 가꾸는 장소로”


환경과 정책 하모니 이민자 끌어당기는 마력
밴쿠버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밴쿠버는 도시를 설계할 때부터 주민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직장과 거주, 휴식 공간의 공존을 추구했다. 이를테면 사무실과 집, 공원, 학교, 상점이 한곳에 위치한다. 따라서 출퇴근이나 운동, 쇼핑, 커뮤니티 활동을 할 때도 차를 가져갈 필요가 없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각자 원하는 곳까지 가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도시계획의 기본 틀은.

“도시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다. 우리는 도시를 토털 서비스 차원에서 생각해 각 지역을 개발한다. 다시 말해 도시의 기능과 구실을 시민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밴쿠버의 리뉴얼과 리모델링은 어떻게 하는가.

“우리는 지역을 한꺼번에 털어버리지 않는다. 리뉴얼 지역의 인구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개발한다. 즉, 지역의 공공 서비스와 커뮤니티 훼손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인근 지역으로 인구가 이동하는 데 따른 부담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이 높아진다.”

앞으로 밴쿠버의 발전 방향은.

“사람이 도시의 가장 근본적인 구성 요소인 동시에 발전 주체다. 우리는 매년 살기 좋은 도시에 선정되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2020년까지 경제 발전과 환경을 조화롭게 관리해 ‘그린 캐피털’로 만들 것이다. 앞으로도 밴쿠버는 많은 사람이 희망을 가꾸고 행복한 삶을 이어가는 매력적인 도시로 남을 것이다.”





주간동아 2011.11.07 811호 (p28~31)

밴쿠버=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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