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1

2011.11.07

“똑똑한 LTE 너만 믿는다, 믿어”

LG전자 또다시 적자의 늪…조직 전반 피로감에 히트 제품 없어 고민

  • 김현수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kimhs@donga.com

    입력2011-11-07 1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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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한 LTE 너만 믿는다, 믿어”
    LG전자가 또 적자의 늪에 빠졌다. 지난해 10월 구본준 부회장이 취임한 뒤 올해 1분기(1∼3월)와 2분기(4∼6월)에 흑자를 냈지만 3분기에 다시 적자로 돌아선 것. LG전자는 3분기에 매출 12조8973억 원, 영업 손실 319억 원을 냈다. TV와 생활가전은 선방했지만 문제는 스마트폰이었다. LG전자의 휴대전화를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3분기에 1388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LG그룹의 전자산업 삼총사인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이 모두 적자를 내면서 LG그룹 안팎에선 전반적으로 위기감을 느낀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의 위기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조직 전반에 피로감과 구조조정에 대한 두려움이 퍼진 게 더 큰 문제”라며 “뭔가 도약의 계기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TV와 생활가전 부문의 영업이익률도 높은 편은 아니다. TV 부문인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부가 1.9%, 생활가전을 맡은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부가 2.9%를 기록했다. 얼어붙은 글로벌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이는 상당히 선방한 수치다. 유럽발(發) 재정위기로 선진국 소비자가 지갑을 닫으면서 TV와 개인용 컴퓨터(PC), 생활가전 시장에서 LG전자뿐 아니라 모든 기업이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소니는 수년째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파나소닉도 올해 예상되는 적자 폭이 6조 원에 이른다.

    LG전자 스마트폰 끝 모를 적자

    하지만 스마트폰은 다르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 태블릿PC와 함께 유일하게 급성장하는 시장이다. 스마트폰과 연관된 산업은 모두 성장세다. 게다가 이번 3분기는 한국 휴대전화 업계로선 최상의 기회였다. 휴대전화 업계 최강자의 힘이 약해진 시기였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 시기에 신제품이 없었고, 과거 제왕이던 노키아는 바닥까지 내려왔다.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사(MS)와 손잡고 만든 윈도폰을 3분기에 내놓지 못했다. 두 강자가 약해진 틈을 타 이들의 물량을 내 것으로 가져올 수 있는 시기였다.



    삼성전자는 기회를 잘 활용해 결국 3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휴대전화 매출액 기준으로도 애플과 노키아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한 지 15년 만의 일이다. 그 덕분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처음으로 반도체 영업이익(1조5900억 원)을 넘어선 사상 최대 실적(2조5000억 원)을 냈다.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0% 성장했다.

    중국의 중저가 스마트폰 업체 ZTE, 화웨이 등은 중저가 시장을 장악했던 노키아의 빈자리를 메웠다. 대만 HTC도 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성장했다. 판매량도 1320만 대로 분기 최대 수치를 찍었다. 하지만 LG전자는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오히려 줄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LG전자는 2분기에 스마트폰 620만 대를 팔아 6위에 올랐지만 3분기에는 440만 대로 8위까지 떨어졌다. 이는 소니에릭슨(760만 대), 모토로라(480만 대)보다 줄어든 수치다. 두 회사는 3분기 흑자를 냈다.

    3분기에 스마트폰과 일반 휴대전화 판매량이 줄면서 LG전자 MC사업본부의 적자도 2분기보다 늘어났다. 지난해 3분기 영업 손실이 3038억 원으로 바닥을 친 뒤 꾸준히 적자 폭을 줄여왔지만 이번에 다시 늘어난 것. 지난해부터 6분기째 누적된 휴대전화 부문 총 적자는 약 9913억 원으로 1조 원에 육박한다.

    적자 폭이 커진 이유에 대해 LG전자는 “제품 라인업에 공백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3분기에 히트할 수 있는 신제품을 내놓지 못했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경쟁 환경이 좋아졌는데도 실적이 좋지 않다는 말은 제품과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잘라 말했다. 보급형 스마트폰인 옵티머스원이 꾸준히 팔리면서 적자 폭을 보전해왔지만 그 후 내놓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옵티머스3D, 블랙은 실패했다는 말도 나온다.

    ‘LTE 한 방’으로 전세 회복 자신감

    사실 내년에 LG전자를 둘러싼 경쟁구도는 그렇게 밝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운영체제(OS)다. 구글은 공식적으로 안드로이드를 모두에게 개방했다. 하지만 새 OS를 제조업체에 공개하는 시점이 문제다. 이 시점은 업체마다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1위인 삼성전자는 이미 구글과 ‘갤럭시 넥서스’를 공동개발하며 최신 안드로이드 OS인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에 대한 노하우를 챙겼다. 속도가 생명인 모바일 시장에서 남보다 빨리 새 OS를 탑재한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에도 이 같은 특혜를 줄 수 있다. 8월에 인수한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HTC는 안드로이드 2위로 구글과 파트너십을 돈독하게 유지해왔다. LG전자가 OS 전략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셈이다.

    게다가 내년에는 본격적인 4세대 통신망(4G) LTE폰 경쟁이 시작된다.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시리’를 탑재한 애플의 아이폰4S도 위력적이다. 노키아는 MS 윈도폰을 최근 공개했다. MS에 지불해야 할 안드로이드 OS 관련 특허 사용료도 부담스럽다. 삼성전자와 HTC는 이미 MS에 로열티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그럼에도 LG전자는 자신 있다는 반응이다. 모바일 시장은 히트작 하나가 전세를 완전히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방’이 곧 나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특히 LTE 시장으로 전환되는 시점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LTE 기술에 2006년부터 투자해왔다. 그래서 LTE폰을 빨리 낼 수 있었고, 앞으로도 기술력이 좋은 LTE폰을 낼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LG전자는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앤드코가 실시한 조사에서 가치가 높은 세계 LTE 특허 1400여 개 가운데 23%를 보유하며, 그 가치는 79억 달러(약 9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왔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특허와 관련해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LG전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LTE 특허를 보유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정도현 부사장은 10월 여의도에서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한국 시장 기준 LTE폰 출시 열흘 만에 15만 대를 공급했고, 4분기에는 북미와 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며 “LTE폰 분야에선 의미 있게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MS와의 특허 계약에 대비해 충당금을 미리 마련해놨다고 덧붙였다.

    LG전자는 옵티머스LTE, 그리고 프라다와 다시 손잡고 만든 ‘프라다K2(가칭)’에 기대를 건다. 특히 프라다K2는 얇고 세련된 디자인이 특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LTE 시장이 미국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커지는 내년 말쯤에는 의미 있는 실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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