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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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장이라면 ‘말썽꾼’ 뽑을까요?

평판조회의 힘

  • 임정우 (주)피플스카우트 대표 hunter@peoplescout.co.kr

    입력2011-08-01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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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사장이라면 ‘말썽꾼’ 뽑을까요?
    정년퇴직으로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 등 일부 직종 종사자를 제외하면 일반 기업에선 더욱 그렇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고, 평생직업 개념이 더 자연스러운 시대가 됐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직은 이제 누구나 한 번쯤 거치는 통과의례가 돼버렸다.

    이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중요한 관문이 바로 평판조회다.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기고 여기서 발목 잡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안타까울 따름이다. 예전에는 헤드헌팅으로 충원하는 중요 직위의 경우에만 평판조회를 했지만, 요즘에는 직위를 가리지 않고 평판조회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이직을 준비하는 후보자로선 결코 달갑지 않는 이야기다.

    평판조회 때문에 희비가 엇갈린 사례를 소개하려고 한다. 외국투자법인인 명품 소비재회사에서 마케팅 본부장급 직위에 최종 후보 두 명을 놓고 평판조회를 실시했다. 첫 번째 후보자 L씨. 그는 국내 명문대와 미국 유수 대학에서 MBA를 받고 미국의 한 명품 소비재회사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 뛰어난 업무 능력과 철저한 자기 관리는 기본. 다년간의 외국생활을 통해 유창한 영어 실력까지 갖췄다. 하지만 L씨에 대해 평판조회를 실시한 결과는 이와 딴판이었다. 사생활이 복잡한 데다 사내에서 직원들과 불화가 잦아 같이 일했던 사람 대부분이 그를 좋지 않게 기억하는 것이다.

    두 번째 후보자 K씨. 대학과 대학원을 모두 국내에서 졸업한 순수 국내파로 인간관계가 무척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와 함께 일했던 사람은 하나같이 업무능력보다 털털하고 인간적인 성격을 먼저 떠올렸다.

    당신이 사장이라면 ‘말썽꾼’ 뽑을까요?
    외국 본사와의 업무 협의가 많은 직위였기 때문에 외국어 실력이 중요한 채용조건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K씨의 외국어 실력이 L씨에 비해 훨씬 떨어지는데도, K씨를 최종 선택했다. 평판조회 결과 누구 하나 그를 나쁘게 말한 사람이 없었던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마케팅 본부장직은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한 직위다. 외국어 실력도 갖춰야 하지만 대인관계가 더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면서 L씨와 K씨의 희비가 엇갈린 것이다. 이직에 성공하려면 경력관리를 잘해야 할 뿐 아니라, 평소 대인관계도 좋아야 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 임정우 대표는 대기업 인사부장 출신 헤드헌터로 각종 초청강연과 칼럼 연재를 하는 커리어 컨설팅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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