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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떠나지 못한 당신도 즐겨라! 서울의 숨은 쉼터 03

아직 휴가지 고민? 숲이 있잖아요

몸도 마음도 살리는 최적의 장소…‘피톤치드’ 넘치는 ‘치유의 숲’ 강추

  • 전영우 국민대 산림환경시스템학과 교수

아직 휴가지 고민? 숲이 있잖아요

아직 휴가지 고민? 숲이 있잖아요

숲길 걷기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없앤다.

전남 장성군 축령산 자락에 자리 잡은 편백 통나무집 ‘휴림(休林)’. 거실에 모두 세 쌍의 중년 부부가 아침식사를 위해 모였다. 전날 저녁처럼 아침 식단도 조촐했다. 연잎밥과 주변에서 채취한 몇 가지 산나물로 차린 소박한 밥상을 받은 중년 부부들은 오래된 간장과 된장으로 맛을 낸 정갈한 음식을 한 입 한 입 음미하며 즐기는 듯했다.

숲길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

식사가 끝난 후 두 쌍의 부부가 찻상(茶床)을 들고 나와 합석했다. 이들 부부가 ‘치유의 숲’으로 유명한 장성 편백 숲을 찾은 방문객임을 뻔히 알면서도 질문을 던졌다. 눈요깃감도 별로 없고, 편의시설도 부족한 곳에서 하루나 이틀 밤을 묵고 가는 이유를 알고 싶다는 나의 의뭉한 질문에 전북 익산에서 온 50대 부부의 답변은 의외였다. 남편이 교사로 재직 중이라고 밝힌 이 부부는 빠르고 현란한 디지털 문명에서 조금 벗어나 자연 속에서 그냥 조용히 몸을 쉬게 할 목적으로 작년에 이어 다시 찾았다고 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산림 치유의 거창한 효과와 상관없이 나무로 지은 작은 집에서 소박한 음식 먹고,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서 숲길을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했다. 특히 인터넷이나 TV가 없는 조용한 곳에서 잊었던 자신을 만나는 시간을 갖고, 살아온 지난날을 반추해보는 기회이기에 올해도 이 숲에서 하루나 이틀 묵고 가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서울에서 온 부부는 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갖는 내외만의 오붓한 외출이라고 대답했다. 아이들이 모두 여름방학 캠프에 참가한 덕분에 시간을 낼 수 있었고, 또 부부가 숲길 걷기를 좋아해 치유의 숲으로 유명한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이틀 동안 묵으면서 축령산에 최근 만들어진 치유 코스와 프로그램을 가능하면 빠짐없이 체험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직 휴가지 고민? 숲이 있잖아요

장성 치유의 숲 안내센터.

7월 하순에 산림최고경영자 과정을 운영하는 한국산림아카데미가 ‘숲의 문화적 가치’에 대한 현장 강의를 요청해왔다. 그 강의를 하려고 하루 일찍 축령산으로 내려가 변동해 선생이 운영하는 ‘휴림’에서 하룻밤 묵은 것인데, 이 덕분에 실제로 숲을 삶의 활력소로 이용하는 중년 부부를 만날 수 있었다. 숲을 바라보는 시민 의식이 바뀌듯, 숲을 이용하는 사람의 양태도 변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만했다. 이런 대화 내용을 편백 숲 현장에서 산림최고경영자 과정 수강생들에게 들려주었음은 물론이다.



최근 주요 일간지와 TV 방송이 산림 치유의 가치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면서 그 방법이나 효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다. 더구나 암 같은 무서운 질병을 이겨내는 데 숲이 효과적이라는 다소 선정적(?)이기까지 한 보도는 산림 치유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여 놓았다.

그래서 외국의 숲 치유 사례와 숲 치유 효과, 산림 치유 프로그램, 그리고 현재 산림청에서 지정한 치유의 숲 세 곳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휴가철 숲에서 마음의 안식을 찾거나 치유의 효과를 얻고자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휴가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면 숲을 찾아보라! 북한산 둘레길도, 창덕궁 후원도, 왕릉 주변 숲도 좋다.

△외국 사례 | 산림 치유의 사례는 독일과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 독일은 1800년대 중반부터 숲과 온천을 중심으로 자연 치유에 대한 관심이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돼 증대했다. 지금은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400여 군데의 산림 휴양지에서 운영한다. 바이에른 주 남부의 중소도시 바트 뵈리스호펜(인구 약 1만5000명)에는 연간 100만여 명이 치유 목적으로 방문한다.

일본은 2004년부터 숲이 제공하는 건강과 생리적 효과에 대한 연구를 국가적 프로젝트로 추진해 ‘삼림세라피 인증제도’를 운영한다. 2009년 말 현재 37군데의 삼림세라피 기지가 인증을 받아 등록 및 운영 중이다.

△한국 | 2006년부터 산림학계, 의학계 등 학제 간 연계를 통해 산림치유포럼을 만들었고, 2007년부터 국가 주도로 치유의 숲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힐리언스 선 마을’ ‘아토피친화학교’ 등 산림 치유와 관련한 시설을 이때부터 도입했다.

△치유 효과 | 산림 치유 효과는 산림의 환경 요소(경관, 소리, 음이온, 향기, 피톤치드, 온도, 습도, 광선)가 쾌적감을 느끼게 만들고, 그 덕분에 신체 면역력이 향상해 건강이 증진한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숲은 환경적 측면에서 도시와 다른 다양한 특색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공기를 들 수 있다. 숲의 공기에는 도시의 것과 달리 피톤치드와 테르펜이 들어 있다. 식물은 다른 미생물로부터 자기 몸을 방어하고자 식물성 살균물질(피톤치드)을 발산한다. 나무가 발산하는 이 살균물질은 공기 중의 세균이나 곰팡이를 죽이고, 나무에 해로운 곤충의 활동을 억제한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 없애는 효과

아직 휴가지 고민? 숲이 있잖아요

1 산음자연휴양림의 산림 치유 코스.

피톤치드와 함께 테르펜도 산림 치유에 중요한 구실을 한다고 알려졌다. 식물체의 조직에 들어 있는 정유 성분인 테르펜은 편백, 화백, 전나무, 소나무 등 침엽수에 많이 있으며, 특히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없애는 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숲의 공기 중에 있는 음이온도 인체 조직과 정신 상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음이온은 폭포, 계곡 물가, 분수 등 물 분자가 격렬하게 운동하는 곳이나 소나무, 삼나무 등 침엽수로 이루어진 숲에 많다. 음이온은 우리 몸의 자율신경을 조절하고 진정시키며 혈액 순환을 돕는 등 건강 유지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졌다. 숲을 천천히 거니는 것만으로도 아토피 피부염, 스트레스, 우울증, 고혈압, 주의력결핍 등을 개선하거나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는 숲을 살아 있는 병원 또는 묘약이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다.

△가볼 만한 ‘치유의 숲’ | 산림청은 치유의 숲으로 장성 ‘편백 치유의 숲’, 양평 ‘산음 치유의 숲’, 횡성 ‘숲체원의 치유의 숲’을 지정했다. 이들 치유의 숲을 운영하는 주체는 각각 다르다. 산음 치유의 숲은 산음자연휴양림(전화 031-774-8133)과 연계돼 자연휴양림(www.huyang.go.kr)을 찾는 사람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숲체원의 치유의 숲(전화 033-340-6300, www.soop21.kr)은 운영자인 한국녹색문화재단이 자체 숙박체험 시설을 보유한 곳으로, 개인이나 단체가 체류하면서 이용할 수 있다.

편백 치유의 숲은 조림왕 임종국 선생이 조성한 편백 숲을 국가에서 다시 매입해 자연휴양림으로 개발한 곳으로, 주변 산촌마을과 연계해 관광까지 할 수 있다. 안내센터(전화 061-393-1777, cafe.daum.net/mom-mamhealing)가 최근 운영을 시작하면서 올 상반기에만 7만여 명이 다녀갈 만큼 인기가 많다.

아직 휴가지 고민? 숲이 있잖아요

2 숲 속에 숙박시설을 완비한 숲체원. 3 조림왕 임종국 선생이 만든 장성 편백 숲.

편백 치유의 숲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산림 치유 프로그램의 내용을 엿볼 수 있다. 산림 치유 프로그램은 연령층에 따라 각각 다른 내용으로 구성된다. 이용자 특성에 따라 해피 락(Happy 樂), 캐어 락(Care 樂), 키즈 락(Kids 樂), 투게더 락(Together 樂), 실버 락(Silver 樂), 꾸러기 락(樂), 드림 락(Dream 樂)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캐어 락의 프로그램 내용은 다음과 같다.

10~11시 | 오리엔테이션, 자유 활동 전후 숲 그림 그리기

11~12시 | 음이온이 풍부한 터에서의 명상

13시~14시 30분 | 숲 속에서 하는 호흡법 강화훈련, 감각 훈련(후각), 뒤로 걷기

14시 30분~16시 | 소통의 길, 침묵의 길

16~17시 | 긍정적인 생각과 건강, 자유 활동 전후 숲 그림 그리기 평가

사족 하나. 국립공원은 물론이고, 명산대찰의 사찰림, 왕릉 주변의 솔숲, 북한산 둘레길도 치유의 숲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정상 정복’ ‘몇 시간 만에 전 코스 완주’같은 속도에 대한 강박관념을 벗어던지고 숲길을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우리 주변의 모든 숲은 상처받은 영혼을 어루만져주는 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798호 (p40~42)

전영우 국민대 산림환경시스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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