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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CJ푸드월드’에서 한국 식문화 미래를 만나다

CJ제일제당센터, 농장 체험부터 외식 공간·R&D까지 총망라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CJ푸드월드’에서 한국 식문화 미래를 만나다

‘CJ푸드월드’에서 한국 식문화 미래를 만나다

서울시 중구 쌍림동의 CJ제일제당센터.

황금연휴, 휴가, 주말, 주일만 되면 아이들과 ‘뭘 먹지’ ‘뭘 하지’ 하는 고민에 빠지는 가장이나 주부에게 귀가 쫑긋 서는 소식이 있다. 곡식이 어떻게 재배돼 식재료가 되며, 또 요리가 돼 식탁에 올려지는지를 한 건물에서 모두 체험하면서, 그 결과물인 각종 요리까지 식성대로 취향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는 장소가 생겼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건물에는 각종 식재료와 음식을 직접 구입할 수 있는 쇼핑공간까지 있어 먹을거리에 관한 모든 것이 구비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50여 개 제품 17개 외식 브랜드 입점

7월 20일 CJ그룹(회장 이재현)이 서울 중구 쌍림동에 문을 연 CJ제일제당센터가 바로 그곳. 이 센터에는 밀가루와 설탕 등 기초 식재료부터 디저트까지 총 500여 개의 제품과 17개 외식 브랜드가 망라된 푸드몰 ‘CJ푸드월드’가 들어섰으며, 벼와 콩이 자라는 실내 농장과 원재료부터 천연 그대로의 맛을 살리는 조리과정 시연까지 체험하는 공간도 꾸며놓았다. 국내 식품업계에서 이처럼 농장, 외식, 요리, 쇼핑 등 모든 식문화를 한곳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꾸민 플래그십 스토어를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 20층에 연면적 8만400㎡(약 2만4300평) 규모인 이 건물 1층에는 창업주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의 홀로그램 흉상(상자기사)과 1953년 설탕 생산으로 출발한 CJ의 발자취를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CJ 디지털 헤리티지’가 있다. 또한 △벼와 콩 등 곡식 재배과정을 볼 수 있는 330㎡ 규모의 실내형 논밭 ‘CJ 더 팜(The Farm)’ △유명 셰프의 요리 강연이 열리는 쿠킹스튜디오 ‘백설 요리원’ △ 홈메이드 베이커리 ‘뚜레쥬르’, 공정무역커피를 사용하는 ‘투썸커피’,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전문점 ‘콜드스톤’ 등 3개 매장도 들어섰다.

“풀이다. 벼 나무다!”



CJ제일제당센터에 도착해 삼색의 CJ 로고와 하얀 각설탕맨을 지나치면 아이들의 이런 외침이 들려온다. 벼와 콩 등 곡식의 재배과정을 볼 수 있는 330㎡ 규모의 실내형 논밭인 CJ 더 팜 때문이다. 사방을 유리로 감싼 공간에서 놀랍게도 벼와 콩, 토마토가 자라고 있다. 특수한 불빛을 받은 벼는 자라서 ‘햇반’재료가 된다. 벼를 생전 처음 보고 풀이나 벼 나무라고 말하는 어린아이들에겐 교육의 장 노릇도 톡톡히 한다. 논에는 다량의 우렁이를 들여놓아 친환경농법으로 농사짓는 현장을 볼 기회를 주는 한편, 아이들의 호기심도 자극한다.

논 옆에 있는 밭에서는 콩이 자란다. 콩은 다 자라면 CJ 두부 브랜드인 ‘행복한콩’의 원료가 된다. 아이들은 “야! 이게 우리가 먹는 두부가 되는 거야”라며 마냥 신기해한다. 논밭 옆에는 케첩을 만드는 데 쓸 토마토도 자란다. 농사짓는 데 실제 쓰는 수동 펌프와 탈곡기, 간단한 농기구들은 도심 속 농장 분위기를 자아내는 한편, 나이 든 세대에겐 추억을 자극한다. 온 가족이 도심 한가운데 이런 공간이 있다는 데 다시 한 번 놀란다.

‘CJ푸드월드’에서 한국 식문화 미래를 만나다

(왼쪽) 실내형 논밭인 CJ 더 팜. (오른쪽) 한식 세계화의 대표주자인 비비고.

‘CJ 자연주의 정신의 진수’

‘CJ푸드월드’에서 한국 식문화 미래를 만나다

제일제면소의 잔치 소면.

실내형 논밭은 자연과 같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천장의 인공 태양광 높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저녁 9시부터 아침 6시까지는 완전히 소등해 벼가 쉴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다. 답답한 도시에서 빌딩만 보고 자라는 아이에게 농촌을 느낄 수 있는 멋진 체험학습장이 되기에 충분하다. 방문할 때마다 벼와 콩이 자라며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더욱 좋다. 한번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는 이들 작물을 수확할 때를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농장을 지나 로비에 들어서면 우드 톤의 쿠킹 스튜디오 ‘백설 요리원’이 눈에 들어온다. CJ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을 위한 쿠킹 클래스도 계획 중이다. 요리 프로그램에 가입만 하면 연중 요리 실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관심이 있는 일반인은 홈페이지에 들어가 프로그램 신청을 하면 된다”고 밝혔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지하로 내려가야 한다. 총 4600㎡(약 1400평) 1100석 규모의 지하 1층에는 마켓과 식당을 결합한 신개념 푸드몰 CJ푸드월드가 있다. 한식 세계화의 대표 브랜드 비비고를 비롯해 빕스, 차이나팩토리, 로코커리등 CJ 외식 브랜드 14개가 망라돼 있다. 이 가운데 행복한콩, 삼호어묵, 백설관, 프레시안 등은 동명의 식품 브랜드를 그대로 레스토랑 이름으로 사용했다. 브랜드와 제품 간 시너지를 극대화한 것. 이 밖에 CJ 제품을 쇼핑할 수 있는 프레시마켓, 올리브영, 직접 만든 수제소시지 전문판매점 프레시안 델리카트슨이 들어섰다. 외식 창업 상담을 해 주는 CJ 창업센터도 자리해 있다.

‘CJ푸드월드’에서 한국 식문화 미래를 만나다

직접 가공한 빵을 공급하는 뚜레쥬르.

지하로 내려가면 먼저 비비고와 차이나팩토리가 눈에 들어온다. 한식 세계화의 일인자 비비고를 뒤로하고 차이나팩토리 쪽으로 발을 옮기면 자장면, 짬뽕, 딤섬 등 중국요리와 함께 헐리우드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중국음식 테이크아웃 박스가 눈에 띈다. 벌써부터 퇴근할 때 ‘부인님’의 지시로 테이크아웃 중국음식을 사러오는 남편이 보인다.

하지만 일단 지하로 내려온 사람이라면 한군데 앉기란 좀체 쉽지 않다. 먹을 것도, 볼 것도 무척 많다. 다 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앉는다면 그만큼 손해. CJ의 14개 외식 브랜드가 제각각 원재료부터 천연 그대로의 맛을 살려 음식을 만드는 과정까지 시연하니 살피는 맛도 쏠쏠하다. CJ그룹 측은 “‘CJ 자연주의 정신의 진수’를 손님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일’ ‘최고(第一)’의 면(麵)을 만들겠다는 포부와 장인정신을 담았다는 의미에서 이름 붙인 ‘제일제면소(第一製麵所)’를 찾으면 CJ의 60여 년 밀가루 생산 역사를 만날 수 있다. 백설 밀가루와 물, 천일염 3가지로만 반죽한 뒤 특별 숙성실에서 26시간 숙성시켜 직접 뽑은 국수를 가마솥에 넣어 삶아내는 ‘자가제면(自家製麵)’의 우동. 이곳에선 반죽에서 제면까지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다. 실제 CJ는 지난 60여 년 동안 밀 수매, 밀가루 생산, 우동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해온 유일한 기업이기도 하다. 20℃ 전후의 온도를 변함없이 유지하는 제면실에서 오랜 시간 숙성시킨 국수는 입속으로 매끄럽게 쭉 빨려 들어가 탱글탱글 머물다 쫄깃하게 씹힌다.

‘CJ푸드월드’에서 한국 식문화 미래를 만나다

(왼쪽) CJ제일제당센터의 핵인 R&D센터. (오른쪽) CJ푸드월드는 어떤 음식을 시켜도 함께 먹을 수 있다.

‘CJ 브랜드 총아이자 백화점’

어른들이 비빔밥, 우동, 중국음식에 감탄하는 사이 아이들은 빕스 버거 버스를 보고 환호성을 지른다. 피자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한 프레시안 브라제리도 아이들에겐 인기가 많은 코너. CJ푸드월드의 특징 중 하나는 먹을 것, 볼 것이 많지만 가족끼리 또는 친구끼리 싸울 필요가 없다는 점.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시켜 한곳에서 먹을 수 있도록 좌석을 배치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음식만 먹자니 아쉬운 사람은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시켜 나눠 먹으면 된다. 예를 들어 초·중등학생을 둔 5인 가족이라면 프레시안 브라제리에서 화덕에서 구워낸 담백하고 바삭한 피자, 뚜레쥬르에서 갓 구워낸 부드러운 번(빵) 속에 육즙이 풍성한 두터운 패티가 들어 있는 빕스 버거, 비비고의 비빔밥, 제일제면소의 우동과 튀김을 함께 주문하면 싸울 가능성은 별로 없다.

CJ푸드월드의 또 다른 특징은 슈퍼에서 흔히 보던 제품 브랜드가 실제 레스토랑 이름으로 쓰인다는 점. 프레시안 델리카트슨, 삼호어묵, 행복한콩, 백설관 등 익숙한 이름의 음식점이 순서대로 위치했다. 이곳에서는 CJ가 가공해 유통하는 제품의 요리과정을 직접 보여주고 그 결과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함으로써 제품에 대한 친근감을 높이고 신뢰를 쌓는 다. 실제 이들 레스토랑의 주방은 벽을 유리로 만들어 조리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재료부터 제조과정까지 모두 볼 수 있으니 먹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진다. 행복한콩 레스토랑에서는 베이커리처럼 신선한 두부가 나오는 시간까지 표시된다. 콩과 간수밖에 들어가지 않은 무첨가 두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두부를 간장에 푹 찍어먹는 그 맛, 안 먹어본 사람은 알기 힘들다.

저녁 퇴근길 장 보러 온 아내도, 아내의 장 심부름 온 남편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장소가있다. 100% 도미살로 만든 수제 어묵과 구운 어묵을 직접 만들어 파는 삼호어묵이 그곳. 셰프가 일본에서 공수해온 연육을 테츠구리(손으로 연육을 비벼 만드는 공간)에서 어묵으로 변신시키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먹는 점이 포인트다. 이곳은 오후 6시부터 ‘사케 바’로 변신하는데, 신선한 어묵과 그것을 우려낸 국물에 곁들인 사케 한잔은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린다.

카레 전문점 로코커리에선 엄선해 블렌딩한 23가지 스파이스를 조합해 24시간 이상 숙성시킨 깊은 맛의 소스를 매운 정도에 따라 3단계로 나눈 카레를 골라먹을 수 있으며, 프레시안 델리카트슨에서는 햄과 소시지를 만드는 과정의 시연을 직접 보며 음식을 고를 수 있다. 이곳은 독일의 육가공 장인인 전문 마이스터가 직접 설계한 곳이다. 이곳에서 만든 햄과 소시지는 완전히 수제다. 주말 줄서서 먹어야 했던 빕스의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도 이곳에선 넉넉한 분위기에서 맛볼 수 있다. CJ푸드월드는 ‘CJ 브랜드의 총아이자 백화점’이라는 표현이 헛되지 않다. 심지어 이곳에는 얼굴 팩과 립크림을 사려는 여성들이 즐겨찾는 올리브영과 젤리 브랜드인 쁘띠첼도 있다. 젤리만 파는 줄 알았더니 프레시 과일주스도 판매한다.

‘CJ 백화점’에는 실제 CJ 제품만으로 채운 슈퍼가 있다. 프레시안 델리카트슨 매장 옆에 위치한 프레시마켓이 그곳인데 웬만한 먹을거리는 자체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다. 이 슈퍼를 본 사람들은 종류가 워낙 많아 “이게 정말 다 CJ에서 만든 제품이냐”는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다. 이 건물 인근에 근무하는 남편들은 아내의 잦은 장 심부름 때문에 고생 좀 할 듯.

한편 CJ제일제당센터에는 이 건물의 각 음식점과 CJ가 생산하는 각 제품의 맛을 책임지는 숨은 공간이 있다. 3층의 R·D 센터가 바로 그곳. 상주 연구원만 100여 명으로 30년 경력의 한식 전문 셰프부터 양식 및 중식 전문가, 바리스타, 음료 전문가, 단체급식 전문가 등 식음료 부문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 연구원들은 CJ제일제당, CJ푸드빌, CJ프레시웨이 등 3개 식품 계열사의 모든 제품과 메뉴 개발 작업 등을 주도하는 한편, 연구 개발한 메뉴를 지하 1층의 CJ푸드월드 매장으로 내려보내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한다. 새로운 메뉴에 대한 피드백이 현장에서 바로 이뤄지다 보니 소비자의 기호를 빠르게 제품에 반영해 개선할 수 있다.

‘CJ푸드월드’에서 한국 식문화 미래를 만나다

로코커리에서 만든 커리밥.

장도 보고 이곳저곳 구경하다 보면 아이들은 금세 배가 고프다고 성화다. 이럴 때 다시 1층으로 내려가면 고민이 해결된다. 투썸과 뚜레쥬르, 콜드스톤이 한곳에 밀집해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시켜 함께 먹을 수 있다. 어른은 투썸의 커피에 뚜레쥬르의 갓 구워낸 빵 한 조각, 아이는 콜드스톤의 아이스크림이면 한두 시간은 흥겹게 놀 수 있다. 뚜레쥬르에서는 예약하면 색색의 ‘슈가 크래프트’ 케이크도 만들어준다. 집에 가는 길, 가족들은 맛의 천국에 다녀온 것 같은 환상에 빠진다.

CJ푸드월드를 총괄기획한 노희영 CJ 브랜드 전략 고문은 “설탕과 밀가루 제조업체로 시작한 CJ가 편리하고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글로벌 생활문화 기업으로 변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6월 중순 방한했던 살림의 여왕 마샤 스튜어트는 CJ제일제당센터의 푸드월드를 돌아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런 복합 식문화 공간은 처음이다. CJ그룹의 새로운 발상이 대단하다.”

CJ역사관은

故 이병철 회장 홀로그램 눈길 사로잡아


‘CJ푸드월드’에서 한국 식문화 미래를 만나다

갤러리현대, 문경원·전준호 作.

CJ제일제당센터를 방문하는 사람은 일단 1층 로비(CJ 역사관, CJ 디지털 헤리티지)의 이색적 홀로그램에 눈길을 빼앗긴다. 국내 대표 기업가인 고(故) 이병철 회장(1910~1987)의 흉상을 홀로그램 영상으로 처리했는데 이런 작품은 국내에선 첫 시도이며, 해외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사례가 드물다. 70X55cm의 아담한 크기지만 전방과 좌우 등 3방향에서 관람이 가능한 홀로그램 입체 영상이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CJ그룹 관계자는 “통상 기념 흉상이라 하면 청동이나 대리석으로 만든 것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번 흉상에는 고인의 선도적 이미지와 미래지향적 비전, 인본주의에 대한 생각을 형상화하기 위해 홀로그램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CJ 역사관에서는 홀로그램 흉상 외에 이 회장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볼 수 있는데, 이 회장이 미술·국악·서예 등 국내 고유문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애정을 쏟았다는 점에서 착안해 자수성가한 사업가의 모습뿐 아니라, 우리 문화유산을 사랑하고 널리 알리려 애썼던 문화 전도사로서의 이미지도 강조했다. 평면 벽에 설치한 대형 화면이 아니라 나뭇가지(미디어 트리)에 설치한 LCD 모니터를 통해 영상을 볼 수 있는 것도 한 특징.

이에 대해 CJ그룹 측은 “나무 형태로 구현한 것은 식품으로 시작해 정직한 길을 걸어온 CJ의 창업 당시부터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새로운 미래까지, CJ의 역사가 현재에 멈추지 않고 계속 자란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주간동아 798호 (p44~47)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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