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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김정일 콤플렉스’ 이용 땐 北 체제 치명타 줄 수 있다”

前 대북 심리전 책임자의 고언…김일성 죽음과 관련 불편한 감정 자극 필요

  • 심진섭 충주대 교양학부 심리학 외래 교수 전 합참 민사심리 전 참모부 심리전 계획 담당

“‘김정일 콤플렉스’ 이용 땐 北 체제 치명타 줄 수 있다”

“‘김정일 콤플렉스’ 이용 땐 北 체제 치명타 줄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놓고 아버지 김일성(오른쪽)과 갈등했던 김정일(왼쪽)의 콤플렉스를 이용하면 통일의 물꼬를 틀 수 있다.

심리학 이론 가운데 조건형성이론이라는 게 있다. 고전적 조건형성과 조작적 조건형성으로 나눠 설명할 수 있는 이 이론은 흔히 콤플렉스와 공포증을 설명하는 데 쓰이곤 한다. 어린 시절 동물과 접촉하다 혐오스러운 경험을 한 적이 있어 공포증을 가진 사람은 고전적 조건형성에 해당하고, 동물과 관련된 행동을 했다가 처벌받아 공포증을 가졌다면 조작적 조건형성이 적용되는 셈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도 몇 가지 공포증이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장거리 여행을 할 때 비행기를 마다하고 기차만 고집하는 것은 폐쇄공포증 혹은 고소공포증 때문이다. 중국 외의 나라와는 정상회담을 잘 하지 않는 행동 패턴도 이러한 콤플렉스가 작용한 탓으로 보인다. 6월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하고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을 무산시키며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한 일이 그 사례가 될 것이다.

김정은 수술은 아버지 콤플렉스 때문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가 있은 다음인 1994년 6월 미국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적극 검토했다. 상황이 이렇듯 긴박해지자 20년 가까이 국정을 아들에게 맡겨놓았던 김일성 주석이 전면에 나서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열고, 핵 개발 중단을 약속했다. 이후 미국이 폭격 준비를 중단하고 남북한은 정상회담 준비에 착수하는 등 상황은 급격히 반전했다.

이 무렵 김 위원장이 아버지의 선택에 반발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 대표적인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는 정상회담을 17일 앞두고 김 주석이 급사(急死)한 것이 김 위원장과 관련 있다는 북한 내부의 충돌설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한 아버지에게 반발해 그가 회의석상에서 총을 뽑아드는 바람에 김 주석이 쇼크를 받아 심장발작으로 쓰러졌고, 김 위원장의 제지 때문에 의료진이 즉각 김 주석에게 달려가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사실이라면 김 위원장의 콤플렉스 한 자락을 유추해볼 수 있다.



권력의 몰락에는 언제나 징후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권력자는 패륜을 패륜이 아닌 것으로 포장하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는 콤플렉스나 공포증으로 자리 잡는다. 김 위원장이 아들 김정은을 김일성처럼 보이게 하려고 여섯 번이나 성형수술시켰다는 전언은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나 공포증이 작용한 결과다. 심장발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방치한 죄책감이 이러한 형태로 발현하는 것이다. 후계구도의 난관을 피하려는 이러한 성형수술은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의 발로이자 정치 리더십에서 아버지와 비교되는 데 대한 공포증을 투사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니 이러한 선택은 그의 입지를 더욱 경직시킨다는 점에서 결코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최근의 정상회담 논의도 이와 연결해 해석할 수 있다. 5월 방중 당시 김 위원장은 북한의 개혁개방 문제를 놓고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마찰을 빚었다고 전해진다. 이때 경험이 그의 심리 깊은 곳에 잠재한 1994년의 기억을 자극했을 수 있다. 6월 들어 러시아, 한국과의 정상회담 추진을 중단시킨 것은 그 결과물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2000년과 2007년에 열린 남북정상회담은 진보 성향 대통령과의 회담이었다는 점에서 1994년 김영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논의와는 사뭇 다르다. 아버지 죽음과 관계된 기억이 보수 성향 남한 대통령과의 회담을 피하는 방향으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정일 콤플렉스’ 이용 땐 北 체제 치명타 줄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아버지와 김영삼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반대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 과정에서 그가 일정 수준의 콤플렉스를 갖게 됐다면, 그가 이명박 정부와의 정상회담 논의에 쉽게 응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옳다. 그는 물러설 수 없는 상황까지 몰려야 비로소 관련 논의에 응할 공산이 크다. 북한이 대화를 제의한다 해도 선뜻 받아들이지 말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지속해온 압박정책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구석에 몰리면 새로운 도발로 돌파구를 찾는 것이 그간 김 위원장의 행동 패턴이었으므로, 천안함→연평도→농협 해킹에 이은 네 번째 도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권력 승계 막는 것이 첫 번째 과업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그가 갖고 있을지 모르는 불편한 감정을 역이용하는 방법도 모색해볼 만하다. 행동주의 심리치료 방법에는 체계적 둔감법이라는 것이 있다. 특정 증상의 원인을 알았을 때 부담이 적은 자극을 준 뒤 차츰 수위를 올리면 나중에는 둔감해져 큰 자극을 줘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방법을 구사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므로 김 위원장의 나이를 고려하면 적절치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체계적 둔감법과 유사하면서도 약간 다른 조건형성법을 적용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북한이 회담을 제의하면, 우리는 전제조건을 달아 응하는 것이다. 이를 반복하면 북한은 우리가 내건 조건에 맞추려고 변화를 모색하는 노력을 할 것이다. 반면 우리의 대응이 못마땅하면 도발에 나설 텐데, 이때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탈리오법칙에 따라 강력히 대응하면 된다. 이러한 접근법을 체계적으로 설계해 구사한다면 김 위원장의 콤플렉스를 우리 의도대로 활용할 수 있다.

김 주석 사망 이후에도 북한이 혼란에 빠지지 않은 것은 김 위원장이 권력 장악을 이미 마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수명이 길어질 경우 김정은 역시 권력 장악을 끝낼 수 있다. 그렇다면 그의 사망 이후에도 북한은 위기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 급변사태를 원한다면 평양의 원만한 권력 승계 프로세스를 막는 게 첫 번째 과제다.

김 위원장은 이미 뇌졸중으로 쓰러진 적이 있으므로 그의 의도가 성공하지 못하도록 하면 그는 또 한 번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권력이라는 구슬을 꿰는 ‘목걸이 줄’ 구실을 하는 그가 유고 상태에 빠진다면 특히 김정은이 권력을 안정적으로 장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북한 체제는 줄이 끊어져 구슬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목걸이와 비슷해질 것이다. 권력의 구심점이 가진 무서움이다.

최근의 북한 상황을 이용해 통일을 이루고자 한다면 김 위원장의 심리를 깊이 있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험에 빠지지 않는다(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격언은 최고지도자의 심리 문제에서 해결책을 찾으라는 중요한 권고다.



주간동아 798호 (p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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