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1

2011.06.13

낮엔 기관총 밤엔 네온사인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1-06-10 17: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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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북한과 인접한 파주시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여럿 있었습니다. 먼저 자유로 강변에 군 초소가 부쩍 늘었습니다. 새 초소가 여럿 세워진 것입니다. 촘촘해진 초소만큼 물샐 틈 없이 경계하겠다는 뜻이겠죠. 파주시 탄현면에 위치한 군 사격장에서는 한동안 밤늦도록, 때로는 새벽 2시가 넘어서도 총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침 출근길에는 완장을 찬 군인이 총을 들고 거리 곳곳에 배치돼 마치 실전처럼 근무하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기관총까지 설치해놓은 것을 보니 가상이지만 훈련 강도가 만만치 않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밤이면 밤마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어김없이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습니다. 먼저 형형색색 네온사인이 행락객을 유혹합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와 헤이리 예술마을, 영어마을이 자리 잡은 파주 통일동산 일대에는 유명 맛집과 숙박시설이 밀집해 있습니다. 평일에도 외식을 하러 온 행락객의 차량 행렬이 줄을 잇고, 주말에는 수백m를 돌아온 뒤에야 맛고을 초입에 진입할 수 있을 정도로 붐빕니다. 밤 풍경과 주말 모습만 보면 과연 이곳이 북한과 몇 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최접경 지역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서울 시내 중심에서 불과 50km 떨어진 파주시는 아침저녁으로 이처럼 상반된 풍경을 연출하며 분단과 평화가 공존합니다.

    낮엔 기관총 밤엔 네온사인
    최근 이명박 정부가 비밀리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다 북한의 폭로로 곤경에 처한 모습입니다. 북한의 폭로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있습니다만, 자칫 남남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아침저녁 분단과 평화가 공존하는 어정쩡한 파주, 나아가 대한민국을 후대에까지 그대로 두어서야 되겠습니까. 파주의 밤과 낮이 항상 평온한 그날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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