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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난민의 섬 ‘伊 람페두사’

북아프리카人 2만8000명 몰려 들어 골머리 … 관광객 찾지 않아 주민 생계 큰 타격

  • 람페두사= 김경해 통신원 kyunghaekim@tiscali.it

난민의 섬 ‘伊 람페두사’

이탈리아 남부 람페두사 섬은 요즘 북아프리카 각국에서 온 난민으로 초비상이다. 며칠 전엔 3000여 명의 대규모 리비아 난민까지 도착했다. 북아프리카 민주화운동이 유혈사태로 번지면서 직격탄을 맞은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 섬. 이탈리아 현 정부의 최대 난제도 바로 이 난민이다. 관광휴양지가 난민 섬으로 변하면서 프랑스 등 주변국과도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다.

4월 20일 찾은 람페두사 섬은 마치 군대 요새 같았다. 로마에서 출발해 람페두사 섬에 도착하기까지는 꼬박 7시간 반. 직항편이 없어 시실리를 경유해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는 여정이었다. 람페두사는 지중해의 한 점에 불과한 이탈리아 작은 돌섬이다. 하지만 튀니지에 더 가깝다 보니 해풍에서도 아프리카 냄새가 났다. 주민 5000여 명이 거주하는 이 작은 돌섬은 튀니지 재스민 혁명과 리비아 내전을 피해 북아프리카를 탈출한 난민들의 ‘꿈의 목적지’가 됐다. 하지만 그들의 유럽행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하다.

섬 전체가 군 작전기지 방불

관광지로 잘 알려진 람페두사 섬에는 관광객은 전혀 없었고 해안경찰(이하 해경), 재경경찰, 국립경찰, 군 병력이 섬 전체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군 작전기지라는 느낌까지 들었다. 마을 중심에 있는 가게는 대부분 문을 닫았다. 해경 코지모 니카스트로 공보관은 “람페두사 섬에서 해상 경비를 하는 해경은 해상 인명 구조가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2월부터 지금까지 람페두사 섬에 도착한 난민은 2만8000명이 넘는데, 이들 대부분은 구명조끼나 구명정 같은 기본 안전장비도 없이 지중해를 건너왔다. 난민들은 먹을거리와 식수가 부족한 상태에서 수영도 제대로 못해 익사 등의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실제로 4월 6일 310여 명이 탄 난민선이 3m 넘는 파도에 전복됐다. 해경의 도움으로 51명은 구조됐지만, 250명이 목숨을 잃었다. 난민 대부분은 튀니지인. 그러나 최근 3주간은 리비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난민이 많았다. 표류하는 난민선에 관한 정보는 해상 순찰을 담당하는 재경경찰, 해군 함정, 공군 정찰기와 지중해를 오가는 화물선, 고기잡이 어선들에서 들어온다. 때로는 난민이 직접 위성전화로 이탈리아에 사는 친지나 해경에 구조를 요청하기도 한다.

현재 람페두사 섬에는 100여 명의 해경 인력과 쾌속정 7척, 헬기 1대, 정찰기 1대가 상주한다. 가까운 시실리 카타니아 시에서도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정찰기를 지원한다. 난민선이 람페두사 섬에 도착하기 전날엔 잠수 특수부대가 난민선 전복 시 신속하게 인명 구조작업을 펼칠 수 있도록 대기한다.

니카스트로 공보관의 안내로 해경 쾌속정에 승선해 잠수부원들의 장비와 내부시설 등을 둘러봤다. 이곳에는 유럽 각국과 미국, 일본, 호주 취재진도 다녀갔다. 난민 수백 명이 탄 배가 언제 도착할지는 예측불허. 4월 19일엔 리비아 난민 760명을 태운 선박이 해경에게 구조됐다. 이 선박에 타고 있던 한 리비아 임신부는 양수가 터진 채 고초를 겪다 람페두사 섬에 도착하자마자 아기를 낳았다.

람페두사 섬에 도착한 난민은 경찰의 신원확인과 건강검진을 받은 후 난민수용소로 옮겨진다. 난민수용소는 외부와 철저히 차단돼 접근조차 어려웠다. 주민들도 수용소 위치를 잘 알려주지 않았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도 항구나 해경 쾌속정을 중심으로만 소식을 전한다.

가까스로 난민수용소를 찾았지만, 헌병대가 정문 앞에 지프차 두 대를 세워놓은 채 출입을 통제했다. 다른 외신기자들도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렸다. 그 앞에서 우연히 만난 이탈리아 사진기자 안토넬로는 정문은 출입이 금지됐지만,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방법이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20여 일간 헤매다 그 산길을 찾아냈다며 친절하게 진입로까지 안내해줬다. 주변에 집 한 채 없는 야산의 돌길을 따라 한참 들어가니 계곡에 파묻힌 난민수용소가 눈앞에 나타났다.

난민 처리 유럽연합과 갈등

건물은 모두 4동으로 헌병대, 육군, 경찰 같은 경비 병력은 물론 소방차와 구급차도 대기하고 있었다. 야산 등성이에는 초소 10여 개가 일정한 간격으로 있었고, 각 초소에는 2~6명의 군인이 수용소를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서 경비를 서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필자를 본 한 보초병이 다가와 일반인 접근이 금지된 군사지역이니 경계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했다. 취재를 하고 싶다며 보초병과 실랑이를 벌이는데, 수용소의 난민들이 필자에게 손을 흔들며 목이 터져라 외쳤다.

“튀니지는 일자리도 없고 먹을거리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하나 둘씩 나타난 난민은 이탈리아어와 영어로 “이탈리아에 가고 싶다!” “유럽에 가고 싶다!”고 외쳤다. 몇몇 난민은 필자를 중국인으로 생각하고 “니하오”를 외치기도 했다. 또 “담요가 없다”며 수용소의 열악한 환경을 호소하기도 했다. 다시 보초병에게 난민들과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겠느냐고 묻자 “외부인과 간접적으로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수용소 내부 분위기가 격화돼 소요가 일어날 수 있다”며 재차 접근을 막았다.

난민 문제로 최근 이탈리아와 유럽연합 회원국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일단 난민들에게 셴근조약(1985년 유럽 각국이 공통적인 출입국 관리 정책을 사용, 국가 간 통행에 제한이 없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은 조약)에 따라 유럽지역을 6개월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임시 여행허가증을 내줬다. 그러나 프랑스를 기수로 주변 유럽국이 “국경을 통제하겠다”며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가까스로 벤티밀리아를 거쳐 프랑스에 도착한 난민들은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강경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한 탓에 이탈리아로 되돌아와야 했다.

이탈리아는 셴근조약 위반이라고 반발했고,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됐다. 튀니지인은 프랑스로 이민을 간 친인척이 많아 대부분 프랑스에 가길 원한다. 그들에게 람페두사 섬은 프랑스에 가기 위한 경유지일 뿐이다. 이탈리아 로베르토 마로니 내무장관은 유럽연합과 이탈리아에 난민 문제를 떠맡기는 회원국의 반응에 대해 “(회원국이) 계속 이렇게 나온다면 유럽연합에 속해 있을 이유가 없다”며 강하게 맞섰다.

이탈리아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도 “람페두사 섬이야말로 이탈리아 국경을 떠나 유럽연합의 최남단 국경이므로 공동 대응하고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 등 다른 유럽국은 “북아프리카 난민을 우리가 분산 수용하긴 어렵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자 이탈리아 정부는 튀니지 정부와 4월 5일 이후 도착한 불법이민자는 바로 송환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탈리아 정부의 결론은 튀니지인은 프랑스로 이민하기 위해 조국을 버린 만큼 난민이 아닌 불법이민자로 간주하며, 내전을 피해 탈출한 리비아인은 난민으로 인정하겠다는 것. 이에 4월 10일 튀니지 난민들은 람페두사 섬에서 폭동을 일으켰고, 수용소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난민의 섬 ‘伊 람페두사’

(왼쪽) 아프리카 난민들이 유입되면서 생계에 타격을 입은 섬 주민들은 정부에 세금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오른쪽) 람페두사 섬 바닷가에 방치된 아프리카 난민선을 지키는 이탈리아 군인들.

“난민 때문에 우린 망했다”

밀려오는 난민을 바라보는 람페두사 섬 주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난민이 2만 명을 넘어서면서 주민들도 인내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를 의식한 듯, 군함과 여객선을 동원해 난민을 시칠리아와 풀리아 주 등 다른 지방으로 서둘러 분산 수용했다. 람페두사 섬을 긴급 방문한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동요하는 주민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람페두사 관광개발사업 추진과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골프장과 카지노를 세워 지중해 최대 초호화 관광 섬으로 발전시키고, 난민 문제에 대한 보상책으로 세금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깜짝 정책도 내놓았다.

하지만 주민들의 생계는 생각보다 큰 타격을 입었다. 람페두사 항구뿐 아니라, 육지에도 난민선이 수백 척 뒤엉켜 있어 어업을 포기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어부 살바토레는 “난민선 때문에 일을 나가지 못하는 날이 대부분이다. 어쩌다 그물을 던져도 난민 시체가 걸리는 경우가 허다해 어업을 중단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거의 자포자기 상태. 주민 주세페 알베로는 “여기는 오로지 관광업으로 사는데 난민 때문에 망했다”고 호소했다. 부활절 휴가가 시작됐지만 람페두사 섬에 외지인이라곤 국내외 취재진뿐이었다. 호텔, 레스토랑, 기념품점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아예 람페두사 섬을 떠난 상인도 적잖았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리비아 사태에 이탈리아가 적극 개입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람페두사 섬에 리비아 난민도 급증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최대 연정 파트너인 극우파 북부동맹당은 리비아 난민의 대규모 유입을 우려해 이탈리아의 참전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집권당 내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 그토록 살갑던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배신당한 카다피는 이탈리아에 항전하겠다고 협박해 람페두사 섬에는 또 다른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주간동아 2011.05.09 786호 (p60~62)

람페두사= 김경해 통신원 kyunghaekim@tiscali.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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