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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본능? 이성? 짝짓기의 비밀 01

화려한 유혹, 헬로 짝짓기

본능과 이성 표출 ‘러브 게임’ 열풍…적자생존 유전자 본능으로 회귀?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화려한 유혹, 헬로 짝짓기

화려한 유혹, 헬로 짝짓기
# 두 남자의 구애를 받은 한 여자가 있다. 여자는 한 가지 미션을 제안했다. ‘애정촌’에서 지켜야 할 12가지 강령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외워 말하라는 것. 한 남자는 열심히 외워 여자 앞에서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 남자는 “(열심히 노력했으니) 여자가 나를 택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남자는 중간에 포기해버렸다. 그 대신 추위에 떠는 여자에게 담요를 덮어줬고 옆에 앉아 조곤조곤 대화를 나눴다. 과연 여자는 어떤 남자를 선택했을까. 여자는 중간에 포기한 남자를 ‘짝’으로 택했다. “융통성 없는 남자는 싫다”면서.(SBS 리얼 다큐멘터리 ‘짝’)

# 한 남자가 두 여자를 처음 만났다. 한 여자는 남자의 손에 볼펜을 쥐어주는 등 가벼운 스킨십을 하며 나긋나긋 이야기했다. 다른 여자도 친절하고 상냥했지만 아무런 스킨십을 하지 않았다. 남자는 두 여자 중 어느 쪽에게 관심을 가질까. 15명의 남자에게 물으니 대부분 “스킨십을 한 여자에게 관심이 생겼다”고 답했다. 이유는 “그 여자가 내게 ‘성적’ 관심을 표시했기 때문”이라는 것. ‘여자가 단순한 호의를 베풀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남자의 머릿속에 아예 없었다.(EBS 다큐프라임 ‘남과 여’)

남녀(男女). 1년 365일 뜨거운 화두이자, 다양한 예측과 진단이 쏟아져나오지만 아무도 결론짓지 못하는 게 바로 남녀관계다. 서로를 잘 안다고 믿지만 여전히 남성은 여성의 감정과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여성은 남성의 기막힌 착각에 경악한다. 이처럼 흥미롭지만 인류의 영원한 미스터리인 남녀관계, 특히 짝짓기 과정에서 남녀의 각기 다른 생각과 행동을 리얼하게 그려낸 TV 프로그램이 최근 화제를 모은다.

SBS 리얼 다큐멘터리 ‘짝’(수요일 밤 11시)을 비롯해 케이블방송 Mnet의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금요일 밤 12시), tvN ‘러브 스위치’(월요일 밤 12시), Y-STAR ‘Mr. 리치 2’(토요일 오후 1시) 등이 대표적. 남녀 어린이 6명의 사랑스럽고 순수한 모습을 생생히 담아낸 tvN ‘리얼 키즈 스토리 레인보우’(토요일 오전 11시)에서도 어린이들의 짝꿍 만들기가 큰 관심사다.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저녁 9시 50분에 방송된 EBS 다큐프라임 ‘남과 여’는 남녀의 짝짓기 심리를 다양한 실험으로 검증하고자 했다.

물론 짝짓기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 아이템이다. 하지만 과거엔 남녀가 게임과 장기자랑 등을 하며 눈빛으로 은밀히 마음을 교환했다면, 최근엔 남녀 모두 거침없이 적나라하게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한다. ‘짝’을 자주 보는 직장인 한모(38) 씨는 “일정 기간 남녀의 외모와 성격만으로 상대방을 판단하게 한 후 나중에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 등을 알려줌으로써 출연자들이 판단에 혼란을 겪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다”며 “마치 인간판 ‘동물의 왕국’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적나라함은 “남녀 차는 유전자에 새겨진 것”이라는 진화심리학적 주장을 뒷받침한다(물론 남녀 차는 사회화 과정에서 더욱 공고해진다). 진화심리학은 사람의 마음을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입각해 설명하는 학문으로, 남녀 차를 진화 과정에서 다르게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각기 다르게 진화한 남녀의 유전자 혹은 본능적인 생식 메커니즘이 서로를 유혹하고, 오해와 착각도 불러일으킨다는 것.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짝짓기는 본능적 끌림과 이성적 판단이 치열하게 다툰 결과인지도 모른다. 방송 프로그램은 물론 각종 미팅 및 소개팅, 연애와 결혼 과정에서 보여준 사례를 통해 남녀의 미묘하면서도 엄청난 차이와 한국인의 짝짓기 실체를 살펴보자.

한 달에 한 번, 여성의 은밀한 유혹

모든 동물의 암컷이 그렇듯 여성의 조상에게도 발정기가 있었다. 배란기 즈음이 발정기의 절정. 하지만 진화 과정에서 발정기를 잃어버리면서 남성은 여성의 배란기를 알 수 없게 됐다. 여성도 대부분 자신의 배란기를 거의 감지할 수 없다. 이를 ‘배란 은폐’라고 부른다. 배란 은폐의 이유에 대해 인류학자들은 △남성들의 협동심을 고양하려고 △남녀의 결속을 강화해 한 가정을 굳건히 하려고 △유아살해(남성은 자신의 자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어린애를 곧잘 죽였다)를 방지하려고 등의 이유를 앞세운 다양한 이론으로 설명해왔다.

그렇다면 배란은 완벽하게 은폐된 걸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 배란기 여성의 몸이 의식과 상관없이 ‘은밀한 유혹’을 한다는 것. ‘남과 여’ 프로그램은 연세대 심리학과 김민식 교수팀과 함께 배란기 여성의 무의식적 변화와 관련된 실험을 했다. 6명의 여성 지원자에게 배란기일 때와 아닐 때 각각 평소대로 걸어보라고 한 후, 두 영상을 실루엣 상태로 만들어 20~30대 남성 34명에게 보여주고 더 매력적인 쪽을 고르라고 한 것. 놀랍게도 남성의 76%는 배란기일 때 여성들의 걸음걸이가 더 매력적(섹시)이라고 답했다. 몇몇 남성은 같은 여성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이 프로그램을 담당한 이선희 PD는 “여성은 배란기일 때 피부와 머릿결이 좋아지고 성적으로 좀 더 쉽게 흥분하며 남성이 더욱 매력을 느끼도록 행동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면서 “실험 결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와 무척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원초적 본능은 남녀의 짝짓기 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짝짓기의 심리학’ 저자인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은 자신의 저서를 통해 “남자의 몸 냄새가 여자의 배우자 선택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이 책에 따르면, 2001년 과학자들은 다양한 남성의 체취가 밴 티셔츠를 여성들에게 나눠주고 냄새를 맡도록 했는데, 여성들은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HC)의 유전자가 자신과 완벽히 다른 남성의 티셔츠 냄새가 더 좋다(섹시하다)고 평가했다. 이 유전자가 100% 일치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없으며, 부모와 자식은 50% 일치한다. 즉 여성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다른 유전자를 가진 남성을 짝으로 선택해 근친 간 성관계를 방지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2007년 미국 뉴멕시코대 크리스틴 가버-애프가 교수는 “유전적으로 유사한 부부는 아내가 성적으로 덜 충실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아내의 유전자가 외간 남성에게 더 끌리기 때문이라는 것.

‘남과 여’ 프로그램에서도 한림대 유전체응용연구소 이경화 교수팀과 함께 남녀 6명에게 동일한 실험을 한 결과, 남녀 모두 유전자가 완벽히 다른 이성의 티셔츠 냄새가 가장 성적으로 끌린다고 답했다(흥미로운 건 참가자 모두 유전자가 100% 일치하는, 즉 자신의 냄새를 역겹다고 했다).

그런데 이들이 직접 만나고 난 후 서로에 대한 호감도를 평가할 때 냄새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남녀의 짝짓기에는 본능뿐 아니라 외모, 사회적 지위, 경제력 등 이성적 판단이 개입하기 때문. 이에 대해 이 PD는 “남녀 짝짓기에는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치지만, 이성적 판단 이면에 본능적 영역이 분명히 있고, 어떤 상황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유혹, 헬로 짝짓기

EBS 다큐프라임 ‘남과 여’의 한 장면.

남성이 ‘도끼병’ 환자인 이유

“편의점에서 여자 점원이 거스름돈을 손에 쥐어줄 때가 있다. 평소 점원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지만, 그럴 때면 여자의 얼굴을 쳐다보게 된다. ‘혹시 나한테 관심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36세 남성 직장인)

“미팅 파티를 할 때 모든 여자에게 잘하는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내가 모든 여자에게 잘해주면 모든 여자가 나를 찍을 것’이라고 믿는다. 솔직히 이런 남자가 무척 많다. 하지만 여자는 모든 여자에게 잘하는 남자를 절대 선택하지 않는다.”(듀오 이벤트팀 장성윤 팀장)

남성은 ‘도끼병’(모든 여성이 자신에게 이성적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환자로 진화해왔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이를 ‘오류관리 이론’으로 설명한다. 남성은 여성이 호의를 베풀었을 때 이를 자신에게 성적으로 관심이 있다고 착각하는 ‘긍정오류’를, 여성은 같은 상황에서 남성의 호의를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부정오류’를 저지른다. 남성은 긍정오류를 통해 더 많은 여성에게 정자를 퍼뜨리는 기회를 잡을 수 있고, 여성은 부정오류 때문에 한 달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난자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남성의 긍정오류는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태도로, 여성의 부정오류는 마음에 드는 남성이 있어도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주간동아’가 결혼정보회사 ㈜듀오정보와 함께 5월 2일부터 4일까지 총 216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남성 응답자의 62.5%는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을 때 대시한다”고 답했다. 반면 여성 응답자의 61.4%는 “상대방의 관심을 유도해 그로 하여금 대시하도록 한다”고 답했고, “자신이 직접 대시한다”는 응답자는 32.4%에 불과했다.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자신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하나”는 질문에 대해서도 남성의 82.5%는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에게 관심을 갖게끔 노력한다”고 했고, 17.5%만 “조용히 마음을 접는다”고 응답했다. 반면 여성은 “조용히 마음을 접는다”는 응답이 30.1%나 됐다.

SBS 리얼 다큐멘터리 ‘짝’에서 남성 출연자는 여러 여성 출연자에게 동시에 관심을 가지는 반면, 여성은 마음에 드는 남성이 없을 경우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것도 오류관리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남성은 짝 1, 2, 3을 찾지만 여성은 오로지 짝 1을 찾는다는 것.

앞선 설문조사에서 “친구나 지인이 ‘이성’으로 느껴질 때가 언제인가”를 묻는 질문에 남성은 77.5%가 “상대방의 외모, 사회적 지위 등이 업그레이드됐을 때”라고 응답했으며 여성도 46.6%가 똑같이 대답했지만, “내가 많이 외롭고 힘들 때”라고 답한 여성도 39.2%나 됐다. 여성은 상대방에 대한 평가 외에도 자신의 주관적 감정이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짝짓기를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다음은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의 설명이다.

“남성이 무작정 들이댄다고 해서 여성의 관심을 얻는 건 아니다. 여성의 감정과 상황, 필요로 하는 것을 알아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 짝짓기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사 초입에 있는) 두 남성의 구애를 받은 한 여성의 예에서 선택받지 못한 남성은 여성의 감정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노력에 대한 대가만 기대했다.”

연애 못하는 20대, 연애만 하려는 3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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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모두 따지는 게 많아졌다. 여성은 예쁘면서도 직업이 좋아야 하고, 남성은 능력이 있으면서도 외모가 준수해야 한다. 매력적인 여의사는 호감도가 급상승하지만, 외모는 예쁘나 직업이 없는 여성은 남성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남성 역시 직업이나 경제력만으로 여성에게 어필했다가는 퇴짜 맞기 일쑤다.”(듀오 이벤트팀 장성윤 팀장)

‘주간동아’와 ‘듀오’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이성으로서의 매력과 사회적 지위 및 조건이 상충할 때 어떤 것을 택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여성의 50%, 남성의 37.5%가 “둘 다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과거엔 여성은 외모, 남성은 사회적 지위 및 조건이 좋다면 경쟁력이 있었으나, 이젠 다 갖춰야 한다.

이는 최근 30대 골드미스가 급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황 교수는 “30대 싱글 여성의 경우 사랑과 결혼에 대한 로망이 가장 강한 때다. 그러니 조건도 좋고 ‘필’도 통해야 하는데 그런 만큼 결혼하기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성향은 여성이 더 강하긴 하지만 남성에게도 조금씩 나타나는 추세. 연세신경정신과 손석한 원장은 “과거엔 단지 신체가 강한 남성이나 외모가 매력적인 여성에게 본능적으로 끌렸지만, 이젠 남성이 경제력을 갖추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것도, 여성이 지능이 좋거나 능력 있는 것도 본능적 매력의 영역으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강한 배우자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남기고자 하는 남녀로서는 그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인식 소장은 이에 대해 “승자독식의 원시사회보다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원시사회는 승자가 독식했지만, 약자도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질서가 있었고 이에 순응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사회는 약자를 위한 배려 없이 승자가 짝짓기 시장을 독식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

한창 페로몬을 뿌리며 짝짓기에 몰입해야 할 20대 남녀가 “연애는 취업 후에 하는 것”이라며 ‘연애 파업’을 선언하는 것도,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키워야 할 30대 남녀가 “결혼은 신화, 출산은 전설”이라며 연애만 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다음은 황 교수와 손 원장의 설명.

“요즘 대학생은 취업과 스펙 쌓기로 스트레스가 심하다. 스트레스는 연애 감정을 일으키는 호르몬 분비를 억제한다. 또 감정을 우선하기보다 머릿속에서 조건 을 앞세운다. 즉 조건 때문에 본능적인 연애 감정 자체에 빠져들지 못한다.”(황 교수)

“생존과 종족 번식이라는 두 가지 과제 앞에서 ‘나부터 살고 본다’는 생존을 선택하기 때문에 성적인 에너지를 억제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남성은 공격적이 되거나 자신감이 위축되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여성도 성적 매력 및 자존감 저하, 짜증 증가, 외로움, 우울증 등을 보인다.”(손 원장)

그럼에도 이 소장은 인간 남녀의 본능인 ‘사랑’에서 희망을 찾았다. 그는 “아무리 사회가 각박해져도 남녀는 결국 사랑에 빠지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진화심리학자인 마티 해즐턴 교수에 따르면, 남녀는 100명의 잠재적인 상대 가운데 무작정 만난 아홉 명에서 한 명을 짝으로 선택한다. 즉 가장 이상적인 상대를 짝으로 맞을 가능성은 통계적으로 볼 때 무척 희박하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수많은 상대를 만나는 것도 능률적이지 않다. 그래서 생겨난 게 바로 로맨틱한 감정인 ‘사랑’이다.

이 소장은 “사랑에 빠졌다고 느끼는 ‘위대한’ 속임수는 한 사람의 짝을 선택해야 하는 최선의 방법이자, 자연이 인간에게 부여한 재능”이라며 “이렇게 진화한 남녀 간 사랑은 쉽게 왜곡되거나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금 당신도 짝이 없다면 사랑을 찾아나서는 게 어떨까.

빌 클린턴과 케이트 미들턴

최고의 짝짓기 지능을 가진 남녀?



화려한 유혹, 헬로 짝짓기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성추문 사건은 인간의 짝짓기 심리를 연구하는 진화심리학자들에게 ‘짝짓기 지능’(Mating Intelligence·MI)의 상징적 사례로 손꼽힌다. 왜 클린턴은 위험을 무릅쓰고, 백악관의 일개 여직원과 몇 초간의 짧은 성적 쾌락을 즐기려고 펠라티오를 했을까.

MI는 미국의 진화심리학자이자 ‘짝짓기 하는 마음’의 저자인 제프리 밀러가 사회심리학자 글렌 기어와 함께 펴낸 ‘짝짓기 지능’을 통해 학문적인 용어가 됐다. 인간 짝짓기와 지능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 고안한 개념으로, 짝짓기와 관련된 심리적 과정의 진화가 인간 지능 진화에 필수적인 것으로 본다.

밀러와 기어는 “클린턴의 MI가 탁월했다”고 강조했다. 성추문이 있을 당시 아내인 힐러리가 48세, 르윈스키가 22세였다. 짝짓기 지능의 관점에서 보면 클린턴이 임신 능력이 뛰어난 젊은 르윈스키에게 접근한 것은 ‘당연한’ 일. 즉 클린턴은 MI에 전적으로 의존한 행동을 했다고 봐야 한다.

최근 밀러는 “클린턴 이상으로 MI가 높은 여성이 바로 영국 윌리엄 왕자의 아내 케이트 미들턴(사진)”이라고 밝혔다. 좋은 유전자를 가진 ‘씨’를 받아 자손을 남기려는 ‘암컷’ 본능을 실현한 대표적 사례라는 것.

과학문화연구소 이인식 소장은 “두 사람 모두 MQ(Mating Intel ligence Quotient) 선발대회에 나간다면 1, 2등을 다툴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고서적 ‘짝짓기의 심리학’(이인석 지음·고즈윈)



‘잘난’ 남성이 빠지는 여성은

이지아, 신정아, 덩신밍…시각 만족+지적 욕구 충족



이지아, 신정아, 덩신밍은 2011년 초 대한민국을 뒤흔든 여인이다. 내로라하는 대한민국 톱클래스 남성들이 이들에게 빠져든 이유는 뭘까. 과연 이들은 어떤 본능적 매력을 보였기에 유명 인사의 ‘뮤즈’가 됐을까.

㈜듀오정보의 윤영준 홍보팀장은 ‘세 여인과 스캔들을 일으킨 남성들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라는 점에 주목해 설명했다. 성공한 남성은 정복욕, 소유욕이 무척 강한데, 자신이 가지지 못한 능력을 여성이 대신 채워줄 수 있다면 그 여성을 정복, 소유하고자 한다는 것. 예를 들어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중국 사회에서 근무했던 엘리트 외교관들은 높은 사교력과 인맥을 자랑하는 덩신밍에게 매력을 느꼈다. 또 세 여인 모두 상대 남성의 직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보니 대화 소재도 풍부했을 것이다.

연세신경정신과 손석한 원장도 “세 여인 모두 평범한 남성에게는 별다른 매력을 주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삼이사’는 그저 젊고 예쁜 여성을 좋아하기 때문. 하지만 엘리트 남성은 성적 쾌락이나 시각적 만족도를 넘어 지적인 대화 상대를 원한다. 손 원장은 “지적인 교류가 먼저 이뤄진 후 에로틱한 관계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엘리트 여성이 내게만 섹시한 자태를 보여준다는 ‘특권 의식’이 더해지면서 더욱 빠져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간동아 2011.05.09 786호 (p18~22)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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