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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혁신학교가 창의력 키우기다”

취임 2주년 경기도교육청 김상곤 교육감 “초중등 교육 변하면 대학도 변할 것”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혁신학교가 창의력 키우기다”

“혁신학교가 창의력 키우기다”
“와, 오셨다.”

5월 2일 오후 1시, 경기도교육청 김상곤 교육감이 경기 성남시 보평초등학교 정문에 들어서자 아이들이 기다렸다는 듯 김 교육감을 에워쌌다. 아이들의 쏟아지는 사인 공세에 그는 걸음을 잠시 멈춰야 했다. 2009년 9월 개교한 보평초는 ‘미래형 혁신학교’로, 김 교육감은 혁신학교 방문수업을 위해 이 학교를 찾았다. 5교시에는 초등 3학년을 대상으로 스토리텔링 수업을, 6교시에는 6학년을 대상으로 진로교육을 했다. 방문교육을 마친 뒤 김 교육감은 경기 수원시 경기도교육청 교육감실에서 혁신학교를 주제로 ‘주간동아’와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그는 이날 방문학습이 만족스러웠는지 “초등학교에서의 강의는 처음”이라는 말로 얘기를 시작했다.

혁신 주체는 교사

▼ 혁신학교에 대한 문제인식은 언제부터 갖게 됐나.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계기로 민주주의가 사회 전반에 퍼졌는데, 이때 교육조직의 민주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대학 교육은 물론, 초중등 교육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초중등 교육은 양극화가 뚜렷하다. 교육이 소득 양극화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계층을 고착화하는 현실이 무척 안타까웠다. 공교육에 문제가 있다면 누가 뭐라 해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육감 선거에 나가면서 이런 고민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담아냈다.”



▼ 혁신학교에서 말하는 혁신 주체는 누구인가.

“단위 학교 교사다. 혁신학교 신청을 받을 때도 교사들이 혁신을 얼마나 열망하는지를 중시한다. 그리고 교사를 중심으로 학교장, 학부모 간 파트너십을 구축한다. 혁신학교에서는 학부모가 더는 방관자가 아니다. 1년간의 교육 활동계획을 수립할 때부터 학부모의 의견을 듣고, 보조교사처럼 교육 활동 중간 중간에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자 한다. 그리고 1년이 마무리되면 함께 평가하면서 공동구성원으로의 구실을 하게 된다.”

▼ 과도한 행정업무 탓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가 많다.

“혁신 주체인 교사가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데, 아직도 잡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행정업무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 행정실과 교무실을 통합한 교육지원실을 운영하고 교육행정 전담 인력을 확충해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자신의 전문성을 쌓는 데만 충실할 수 있도록 구조를 정비하겠다.”

▼ 혁신학교의 성공을 위해선 학교장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과거의 리더십은 수직적 리더십, 즉 듣기보다 말하기에 치중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혁신학교에선 교사와 학부모가 공동구성원으로 활동해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따라서 학교장의 리더십도 수평적 리더십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비판받아온 권위주의와 관료주의는 벗어던지고 가장 낮은 곳에서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 혁신학교를 통해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지금 대한민국 교육은 사교육 문제를 비롯해 공교육 붕괴, 교육 양극화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난제를 풀 해법은 학교 교육 정상화에 있다. 사교육 시장에 교육행정이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혁신교육의 성공을 통해 공교육을 정상화해나간다면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

혁신교육 선진 자치지역 선포

5월 6일 김 교육감은 취임 2주년을 맞았다. 그는 이를 기념한 5월 2일 기자회견에서 “경기도를 ‘혁신교육 선진 자치지역’으로 만들어 대한민국 교육을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초중고교가 연계한 혁신학교 벨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일정 지역에서 모든 학교가 혁신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교육문화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경기 교육이 대한민국 교육 개혁의 허브 구실을 하겠다. 중앙정부는 규제와 간섭을 과감히 줄이고 지역의 교육 자치를 지원하는 체제로 그 소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혁신학교에 대한 기초자치단체의 반응이 뜨겁다.

“교육지원 담당 조직을 만드는 기초 단체가 늘었다. 경기도교육청, 지역교육지원청, 기초단체 간 협력 체계가 구축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 특성을 고려한 지역 교육 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교육예산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교육예산을 시 전체의 몇%로 제한했는데, 요즘에는 몇% 이상처럼 하한선을 정하는 추세다. ‘교육은 정치적 중립’이라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민주당뿐 아니라, 한나라당 소속 기초단체장이 있는 지역에서도 혁신학교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다.”

▼ 중학교 3년과 고등학교 1년을 연계한 4년을 ‘창의지성교육 과정’으로, 고등학교 2~3학년을 ‘창의형 진학·진로 과정’으로 하는 ‘4+2’ 교육과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아이들이 창의성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 내용을 전면 바꿀 생각이다. 하지만 기존 학제를 중학교 4년과 고교 2년으로 바꾸는 건 아니다. 고교 1학년 교육과정에 중점을 둬 해당 학년 학생이 중학교에서처럼 창의성 교육을 더 많이 받도록 한다는 의미다.”

▼ 대학 교육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초중등 교육이 변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는가.

“지금까지는 초중등 교육이 대학에 종속돼 있었다. 미래지향적 교육을 통해 초중등 교육과 대학 교육이 독립적인 관계가 돼야 한다. 초중등 교육이 변하면 대학도 따라오리라 믿는다. 그리고 입시도 변하고 있다. 요즘 대학이나 기업이 강조하는 덕목이 창의성 아닌가. 창의지성교육을 하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취업 면접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 혁신학교에서는 창의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창의성 못지않게 인성교육도 중요한 것 아닌가.

“창의지성교육이라는 말에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뜻하는 ‘창의’도 있지만, ‘지성’도 담겨 있다. 고전을 읽고 가르치는 것만이 인성교육이 아니다. 예를 들어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교사는 학생 편에서 생각하고, ‘선생님 존경 캠페인’을 통해 학생은 교사를 존경하게 됨으로써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소통을 통해 남을 배려하고 자기 행동을 돌아본다면 인성, 책임감, 사회성을 함양할 수 있다.”

그는 “임기를 마치고 경기도교육청을 떠날 때 ‘하고자 했던 것을 최선을 다해서 했다’는 얘기를 들었으면 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정권이 바뀌고, 교육감이 바뀌어도 유야무야되지 않는 새로운 학교 모습을 만들겠다. 대한민국 교사의 역량은 우수하고, 교육 여건도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 이런 조건에 수평적 문화, 미래지향적 개혁을 접목해 대한민국 교육을 혁신하겠다.”



주간동아 2011.05.09 786호 (p40~41)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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