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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전국 삼키는 혁신학교 돌풍

무너진 공교육 대안 경기도에서 시작 … 자발, 창의, 공공성 교실서 꽃피워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전국 삼키는 혁신학교 돌풍

전국 삼키는 혁신학교 돌풍
전국에 혁신학교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시발점은 경기도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2009년 교육감 선거 당시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등과 함께 혁신학교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혁신의 사전적 의미는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고, 학교의 뜻은 ‘일정한 목적, 교과 과정, 설비, 제도 및 법규에 의해 계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이다. 언뜻 보기에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를 묶었지만 유권자들은 혁신학교가 꿈꾸는 목표 ‘활기찬 학교, 행복한 교실’에 공감했다.

혁신학교는 무너진 공교육의 미래지향적 대안이다. 경기도에는 폐교 검토 대상인 재학생 60명 미만 학교가 80~90개에 이른다. 경기도 교육청은 학급당 25명 이하, 학년당 6학급 이하인 소규모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해 학교운영과 교육과정 자율권을 주고 연 1억~1억5000만 원을 4년간 지원했다. 그 유형은 전원형, 도시형, 미래형 3가지. 전원형 혁신학교는 쇠락한 농어촌 마을 공동체에 생기를 불어넣고, 도시형 혁신학교에서는 삭막한 도시 공동체를 살기 좋은 곳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새로 설립하는 학교에는 미래지향적 시스템을 도입해 미래형 혁신학교를 만들었다.

경기도 내년까지 100개 혁신학교 운영

혁신학교는 빠르게 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조병래 대변인은 “경기도에만 2009년 9월 13개 학교에 이어 2010년 30개, 올 3월 40개 혁신학교가 문을 열었다. 9월에 17개 학교를 더 선정하는 등 올해까지 모두 100개 학교를 혁신학교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3년까지 200개 학교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서울, 광주, 강원, 전북, 전남 교육청도 이에 동참했다. 경기도 일부 혁신학교 주변은 전학을 위해 다른 지역에서 이사 온 가정이 늘어 집값까지 들썩인다.

혁신학교의 기본 철학은 자발성, 지역성, 창의성, 공공성이다. 혁신의 철학은 하루이틀 고민해 나온 깜짝 발상이 아니다. 김 교육감은 “교육감 선거를 준비하면서 초중등 교육문제를 전공한 교수, 현장 교사, 학부모와 공동 연구 및 토론을 하면서 철학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성공한 혁신학교들은 이 기본 철학을 제대로 구현했기에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자발성은 교사, 학생의 주체성을 키우는 것이 핵심 가치다. 혁신학교는 지시와 명령에 의한 형식주의에서 벗어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참여와 자치로 운영된다. 과거 교육청 지시에 일선 학교가 기계적으로 따르던 데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소모적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결국 기우에 그쳤다. 조 대변인은 “낮은 수준에서라도 합의를 도출한 뒤 교육과정 등을 의욕적으로 집행하자 더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경기 시흥시 장곡중학교는 혁신학교 지정 전부터 자발적이었다. 교사와 학부모가 학교를 살려보겠다며 발 벗고 나서 혁신학교 선정에 응모했다. 인근에 새로운 학교가 생긴 뒤 6~7학급 규모의 학생이 빠져나갔던 학교는 혁신학교 지정 이후 빠르게 변했다. 교사는 어떤 교육을 할지 고민하고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형 방식에 호응하면서 수업시간에 조는 아이까지 줄었다.

지역성을 고려한 혁신학교는 단점도 장점으로 만들 수 있다. 농촌과 도시 학교는 확연히 다르다. 같은 도시지역이라도 경제 수준, 교통 인프라, 구성원 특성에 따라 학교 모습이 다르다. 혁신학교는 이런 지역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것을 교육의 한 요소로 활용해 경쟁력을 키운다.

고양시 덕양중 학생은 인근 항공대 학생들의 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다. 매일 오후 덕양중 동아리 교실은 시끌벅적하다. 덕양중 학생 2~3명이 항공대 학생 1명과 그룹을 지어 공부하기 때문이다. 중학생들은 이렇게 형, 누나와 공부하며 공부 실력뿐 아니라 정서적 유대감까지 키운다. 주변 개발을 막아 주민들을 떠나게 만들었던 인근 군부대도 장병들을 학교에 보내 학생들의 공부를 봐주며 힘을 보탠다.

혁신학교 성공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창의성이다. 김 교육감은 “공교육이 본연의 의무인 인성교육 대신 입시 위주 교육에 매달리다 집중적으로 성적만 올리는 사교육에 밀려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고 진단했다. 주입식, 암기식 교육은 기초지식을 배우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이를 넘어 지식을 활용하려면 창의성 교육이 꼭 필요하다. 혁신학교는 블록식 수업, 협동학습, 협력학습, 토론형 학습 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해 효과를 보았다.

양평 조현초등학교는 이중현 교장이 2007년 부임한 뒤 ‘조현 교육과정 9형태’를 실시해 성과를 냈다(42쪽 기사 참조). 조현초의 대표적인 수업은 문화예술 학습 수단의 하나인 영어 뮤지컬이다. 영어 뮤지컬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언어 습득을 도울 뿐 아니라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신체활동을 통해 표현력까지 길러준다.

혁신교육 선진자치 지역으로 도약

혁신학교는 공교육의 본래 목적인 교육의 보편성, 즉 공공성도 챙겨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보편적 교육복지를 선진국 수준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가정 형편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가 일정 수준 이상의 질 높은 교육을 받게 하겠다는 것.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학교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도리어 잘사는 지역 학교가 더 많은 지원을 받고, 못사는 지역 학교가 성적이 나쁘다는 등의 이유로 지원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불리한 여건에 있는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고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등 교육 양극화 문제 해결에도 힘쓴다.

혁신학교는 경기도 교육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싶어 하고 스스로 배우는 과정에 기쁨을 느끼기 시작했으며, 교사도 교육현장에서 느낀 문제를 그냥 문제로 놔두지 않고 교육방법을 고안하는 등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학교에 남겨진 과제는 아직 많다. 교육계의 해묵은 관료주의, 폐쇄성 등 오랜 타성도 아직 다 타파하지 못했다. 한정된 예산을 어떻게 배분해 학급당 학생 수를 맞추어 나갈지 같은 현실적 고민도 남았다. 또 혁신학교에 지정되지 못해 의도하지 않은 역차별을 겪는 학교도 배려할 필요가 있다.

김 교육감은 5월 2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경기도를 혁신교육 선진자치 지역으로 만들어 대한민국 교육을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교육과정을 근본적으로 개편해 상상력, 통찰력을 키우는 창의지성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중학교 3년과 고교 1년을 묶어 4년을 ‘창의지성 교육과정’으로 만드는 파격도 보였다. 조 대변인은 “교사도 단편적 지식 총량을 재는 임용고시의 한계를 극복해 전문성, 철학, 사고력, 품성과 자질 등을 따져 뽑기로 했다. 현직 교사도 생애주기별로 창의지성 교육역량을 키우는 교육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1.05.09 786호 (p38~39)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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