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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MB 레임덕은 국회에서부터 시작

취득세 감면 개정안 부결될 뻔…한나라당 29명 반란, 12명은 친이계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MB 레임덕은 국회에서부터 시작

MB 레임덕은 국회에서부터 시작

올해 초 당청 간 갈등이 불거진 직후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 참석 의원들의 표정이 무겁다.

4월 29일 오후 4시 44분 국회 본회의장. 의장을 대신해 사회를 맡은 한나라당 소속 정의화 부의장이 부동산 취득세 50% 감면을 골자로 한 ‘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포함, 19개 법안을 일괄 상정했다. 잠시 후 사회가 정 부의장에서 민주당 소속 홍재형 부의장으로 바뀌고, 토론이 이어졌다. 해당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정안전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했지만 야당의 반대는 여전했다.

“이명박(MB) 정부 3년간 국가부채는 100조 원이 늘었습니다. 올해 나라살림은 21조 원의 빚을 내야만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건전 재정기반이 급속히 무너졌습니다. 부동산 취득세 인하로 인한 지방세수 감소를 중앙정부가 전액 보전해준다는데, 무슨 돈으로 정부가 2조 원 넘는 돈을 부담하겠습니까.”(민주당 장병완 의원)

“취득세 같은 거래세를 내린다면 종부세(종합부동산세) 같은 보유세를 높여야 세수 중립의 원칙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MB정부 들어서는 종부세도 무력화돼 세수가 2007년 2조7000억 원에서 2009년 9000억 원으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취득세까지 인하한다면 부동산 세수 감소액은 4조 원에 이릅니다.”(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취득세 감면은 부유층에 집중 혜택이 돌아가는 반면, 그 피해자는 지방자치단체에 돌아간다는 점에서 제2의 종부세 감면이요, MB 정부의 부자감세 완결판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진보신당 조승수 의원)

MB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



하지만 개정안은 표결을 거쳐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적 203인 중 찬성 107인, 반대 74인, 기권 22인으로 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행정안전위의 수정안대로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홍 부의장)

그 순간 본회의장이 술렁였다. 표결 결과가 예상 밖이었기 때문이다. 여야를 떠나 의원 6명만 반대쪽에 더 가담했어도 부결될 뻔했다. 한나라당 의원 상당수가 개정안에 반대 또는 기권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 사실이라면 이는 여당 의원이 현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4·27 재보궐선거(이하 재보선) 참패에 따른 당내 혼란만 없었다면 상당한 파문이 일었을 법한 일이다.

‘주간동아’가 국회 속기록을 통해 표결 결과를 분석한 결과, 실제 이번 개정안에 대한 한나라당 내 반대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대 74명 중 11명, 기권 22명 중 18명 등 무려 29명이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뿐 아니라 친이(친이명박)계 의원이 다수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표결에 앞서 홍 부의장에게 사회를 넘긴 정 부의장을 포함해 김동성, 원유철, 신상진 의원 등 4명이 반대표를 던진 친이계다. 또 친이계로 분류되는 권택기, 신성범, 조문환, 정태근, 김장수, 윤영, 이정선, 허천 의원 등 8명은 기권했다.

개정안에 반대와 기권표를 던진 한나라당 의원 중에는 상대적으로 친박계가 많았지만, 친이계도 일부 합류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친박계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이 더는 먹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면서 “이번 4·27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대통령의 레임덕도 조기에 가시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한 고위당직자는 “이번 표결 결과는 한나라당과 정부 간 당정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한나라당 내부가 복잡하게 분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은 정부가 3월 22일 발표한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을 추진한다는 차원에서 여당 의원 15명이 4월 12일자로 공동 발의한 것이다. 주요 내용은 9억 원 이하 1인 1주택의 경우 취득가액의 2%에서 1%로, 9억 원 초과 1인 1주택 또는 다주택인 경우 취득가액의 4%에서 2%로 취득세를 낮춘다는 것이다. 시한은 2011년 올해 말까지다.

행정안전부는 이로 인해 2조1000억 원 정도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취득세는 지방세다. 정부의 일방적인 취득세 감면 발표에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는 것. 정부 여당은 이를 무마하려고 세수 감소분을 전액 보전해주기로 했지만, 지자체는 한시적 재정 보전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해야 한다.

취득세 감면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층은 고가의 다주택 보유자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에 따르면, 올 1월에서 3월까지 서울 고가 및 다주택 보유자는 1채당 평균 2704만 원의 취득세를 납부했는데, 이번 조치로 1352만 원 감면 혜택을 받는다. 반면 9억 원 이하 1주택 보유자가 받는 혜택은 평균 370만 원에 불과하다. 고가 및 다주택 보유자가 9억 원 이하 1가구 보유자보다 4배 가까운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셈이다. 현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크다. 한나라당 내 친이계 일부 의원이 이번 개정안에 반대 또는 기권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 부의장은 이번 개정안에 반대한 이유에 대해 “지방 분권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게 지방 예산인데, 중앙정부가 함부로 재단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라면서 정부의 감세정책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정 부의장의 얘기다.

MB 레임덕은 국회에서부터 시작
민주당 의원 8명은 찬성

“감세정책도 물론 정부의 선택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감세정책은 상당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 재정 적자나 재정 수요를 면밀히 따져 결정해야 한다. 감세로 이익을 본 기업이나 중산층 이상의 사람이 투자와 소비를 늘리면 좋은데, 즉각적인 효과로 이어지기도 쉽지 않다.”

친이재오계로 분류되는 김동성 의원도 “취득세 감면을 통한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도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지방 재정만 악화될 것”이라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김 의원 역시 정부의 감세정책에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김 의원의 설명이다.

“취득세는 물론 소득세 감면에도 반대한다. 있는 사람이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닌가. 법인세 감면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감면해준 법인세만큼 투자하지 않는다면 감세정책을 철회해야 한다.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 그 정도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할 때다. 친이계 내에도 말은 안 했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안다.”

친박계의 반발은 더하다. 친박계 중진 이한구 의원은 “집도 없는 사람에게 세금을 걷어 부동산을 거래하는 사람을 지원하는 정책이 말이 되나. 사회정의에도 안 맞고, 부자감세보다 더한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같은 분위기라면 정부가 ‘거주기간 2년’이라는 양도세 비과세 조건 완화를 골자로 한 5·1 부동산대책에 대한 법안 처리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의원은 “결국 부동산 매매를 통해 생긴 소득에 대해서도 과세하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지금 세금이 안 들어와 국가는 빚을 지고 있는데,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세금을 거두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취득세 감면 개정안에 찬성한 민주당 의원은 8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만 반대했으면 부결될 수 있었던 것이다. 민주당 한 고위당직자는 “여야 합의를 했다고 해도 현 정부가 종부세까지 감면한 상황에서 취득세까지 감면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 당내의 전반적인 의견”이라고 전했다.



주간동아 2011.05.09 786호 (p16~17)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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