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5

2011.05.02

서태지와 이지아가 뭐기에

연예인 사생활에 호들갑 제발 좀 참아줘요!

  •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의학박사 psysohn@chollian.net

    입력2011-05-02 12: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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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이 서태지와 이지아의 소송으로 들썩이고 있다. 온통 그들에 관한 기사가 도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태지와 이지아를 둘러싼 각종 추측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들도 사람인 이상 연애하고,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이혼할 수 있다. 사실 연예인의 사생활에 이와 같은 대대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상 현상이다.

    이상 현상은 서태지가 신비주의 화신이라는 데서 기인한다. 서태지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 돌연 은퇴했고, 이후 간헐적으로 음반을 발표했을 뿐 각종 사회활동이나 공익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의 사생활에 대해선 일반인이 거의 모른다. 톱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이나 연애 스캔들이 간간이 흘러나오는 데 비해 그는 대중에게 신비로운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신비주의는 그의 위상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기회만 있으면 각종 방송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는 여느 스타와 격(格)이 다르다는 느낌을 확실히 준 것. 이와 비슷한 존재로는 배용준을 들 수 있는데, 서태지는 배용준보다 더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서태지와 이지아의 소송에 대중의 의문이 폭발한 것도 그 신비주의 때문이다. ‘신비주의로 둘러싼 당신이 겨우 그 정도였어요?’ ‘그동안 몰래 숨겨왔던 내용을 왜 이제 터뜨린 거죠?’ ‘대중에게 그래도 기본적인 사항은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지아의 속임수 역시 파문이 확산하는 데 기름을 부었다. 이지아는 자신이 유부녀였다는 사실을 가까운 지인에게도 숨겼다. 이혼 전력을 숨긴 채 새로운 남성과 연애했으며, 이름도 여러 번 바꿨다. 게다가 서태지, 배용준, 정우성 같은 대스타들과 연루돼 있으니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감각을 갖추고 영어와 일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각종 레저나 스포츠에 능숙하며, 음악적 기량까지 갖춘 미모의 여성이라니 완벽해 보이기까지 한다. 어렵게 무명시절을 겪으면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다 마침내 행운을 거머쥔 과거 최고의 여배우들과는 다르다. 이 사람은 그저 연예인 활동을 취미 삼아 하는 것 같고, 지금 당장 그만 두더라도 평생 호화롭게 떵떵거리며 인생을 즐길 듯한 분위기다. 부러움과 동경의 감정, 그리고 질시와 아니꼬움이 슬며시 함께 배어나온다.

    아니,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네! 단지 예쁜 연예인이 아니라, 우리와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사는 사람 같다. 그러나 계속 보고 싶다. 도대체 무슨 내용까지 나오는지, 양파 껍질을 벗기듯 지켜보리라는 호기심이 강하게 작용한다. 그래야 더 부러워하거나 미워할 수 있다. 연예인을 좋아하고 만나고 싶어 하면서도 한편으론 미워하는 감정이다.

    서태지와 이지아가 뭐기에

    지난 14년간 결혼과 이혼 사실을 숨겨온 서태지와 이지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서태지의 행보를 보니 조용필이 강하게 오버랩된다. 얼마 전 조씨가 자신이 했던 1년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소록도에서 공연을 했다. 그는 오히려 자신의 행동이 선심성 또는 홍보용으로 비칠까 조심스러워했고, 기사를 내보내지 말아달라고까지 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그는 “대중가수임을 잊은 적이 없다. 성공한 것은 운이 따른 덕도 크다”고 겸손해한다. 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가. 서태지는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수많은 젊은이에게 꿈과 해방구를 선사했다. 그리고 스무 살을 넘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문화대통령에 취임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문화대통령이라니요. 과분한 칭호입니다”라는 공식발언을 들은 적이 있는가. 가왕은 선행으로 대중에게 보답하고 있는데, 문화대통령은 노래도 게을리한 채 대중에게 실망을 안겨준다. 이제 서태지도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세간의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물욕과 정욕을 잠시 뒤로 한 채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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