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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대학로는 화끈하게 벗는 중

낯 뜨거운 ‘성인연극’ 경쟁적으로 올려…성인배우 연기력 논란에도 객석은 북적

  •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journalog.net/inourtime

대학로는 화끈하게 벗는 중

대학로는 화끈하게 벗는 중

‘교수와 여제자2’.

#1. 남주인공은 팬티만 입었고 여주인공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 여주인공은 그 상태로 무대에서 20여 분 동안 연기했다. 1월 말부터 대학로에서 상연 중인 성인연극 ‘교수와 여제자2’에서 말이다. 이 연극은 성기능 장애로 부부생활에 갈등을 겪는 중년의 남자 교수가 꿈에서 여제자와 성행위를 하며 심리적 발기불능을 고친다는 내용을 다룬다. 여주인공 역은 두 명의 배우가 번갈아 맡는다. 성인영화 배우 엄다혜와 모델 양서연이다.

#2.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에로티시즘.’ 성인연극 ‘여선생은 수업중’의 포스터에 적힌 글귀다. 3월 18일부터 대학로 가든시어터에서 상연 중인 이 연극은 여선생과 남학생의 위험한 사랑을 다룬다. 두 사람은 교무실, 차 등에서 성행위를 하는데 여주인공은 알몸을 감행하기도 한다. 이를 맡은 여배우는 여성그룹 ‘네이키드 걸스’ 멤버 이세연이다.

최근 대학로 무대에 성인연극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아예 공연 포스터에 ‘알몸연극’ ‘노출연극’이라 명명한 연극도 있다. 한국소극장협회 정대경 이사장은 “성인연극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면서도 “요즘처럼 여러 성인연극이 드러내놓고 상연된 경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성인연극은 2009년 8월 말 남녀 배우가 알몸으로 연기해 화제를 모은 예술극 ‘논쟁’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다시 대학로 무대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연극은 프랑스 극작가 마리보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초연이었다. 서울예대 연극과 김승미 교수는 “요즘 성인연극은 노출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논쟁’과 성격이 다르다”며 “‘논쟁’이 흥행한 이유를 노출로 보고 우후죽순 성인연극을 내놓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연극배우들은 출연 고사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무대에 오른 성인연극을 나열하면 그 증가세를 확인할 수 있다. ‘교수와 여제자’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바이올렛’ ‘개인교수’ ‘여선생은 수업중’ ‘교수와 여제자2’ 등. 이런 연극은 여성 동성, 교수와 여제자, 여선생과 남학생, 미대 교수와 딸의 친구 등 자극적인 사랑을 다뤘다. 여주인공 대부분이 전신을 노출했다.



흥미로운 점은 성인연극 무대에 오르는 여주인공은 연극배우 출신이 드물다는 것이다. 위의 두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성인영화 배우, 모델 출신이 대부분이다. 연극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에는 미국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 이파니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고, 연극 ‘개인교수’에는 성인영화 배우 최은이 등장했다.

무대에서 연기한 경험이 없는 이들의 연기력에 관객은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교수와 여제자2’ 공연장에서 만난 대학원생 이모(27) 씨는 “여주인공이 기본적인 발성 연습조차 하지 않은 것 같다. 아무리 노출이 중요한 연극이라 해도 연기력이 너무 부족하다. 몸매밖에 볼 게 없었다”고 비판했다. 같은 공연을 본 20대 커플 역시 “배우의 연기가 어색해 몰입이 잘 안 됐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누구나 성인용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시대에 단순히 노출연극이라고 작품을 폄하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기본적인 연기 훈련조차 되지 않는 배우가 연기하는 연극은 예술이라기보다 돈벌이에 가깝다”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성인연극 연출자들은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을 털어놓았다. 연극배우 열에 아홉은 성인연극 출연 제의를 거절한다는 것. ‘바이올렛’ ‘개인교수’ 등을 연출한 성시환 씨는 “기존 연극배우가 무대에 선다면 연극의 질을 높일 수 있지만, 대부분의 배우가 출연을 원치 않는다”며 “어쩔 수 없이 외부에서 연기력이 떨어지는 배우나 모델을 캐스팅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성인영화 배우, 성인방송 출연자, 모델이라 해서 쉽게 무대에 서는 것은 아니다. 성인영화나 사진을 찍는 세트장과 무대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 예를 들어 영화 촬영은 하루나 이틀이면 끝나지만, 연극은 몇 개월에 걸쳐 무대에 서야 한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교수와 여제자’ ‘교수와 여제자2’를 연출한 강철웅 씨는 오히려 “이들이 일반 연극배우보다 나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노출은 심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일반 연극에서 연기를 잘하던 배우도 정작 성인연극 무대에 서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노출하는 데 당당함과 자부심을 가진 이들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볼 만하다” 입소문에 흥행 행진

대학로는 화끈하게 벗는 중
사실 배우의 연기력이나 작품성 논란에도 성인연극의 흥행 성적은 좋은 편이다. 성인연극의 티켓 가격은 보통 4만~5만 원 선. 성인연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높은 객석 점유율을 자랑했다. 예를 들어 2009년 10월 초부터 7개월간 공연한 ‘교수와 여제자’의 경우, 4만 원이라는 입장료에 하루 2~3회 공연이었음에도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이에 ‘교수와 여제자2’는 티켓 가격을 5만 원으로 올렸고 최근에는 객석 규모가 2배인 극장으로 무대를 옮겼다. 강철웅 씨는 “특별히 홍보하지 않아도 관객이 꾸준히 찾는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소극장 연극이 각종 할인이 적용된 1만 원짜리 티켓으로도 객석을 절반조차 채우지 못하는 현실과 비교하면 놀라운 일이다.

한편에서는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여배우의 노출에 대한 호기심으로 초기에는 관객이 연극을 찾겠지만, 두 번 보러 가지는 않는다는 것. 김승미 교수는 “1980년대에는 여배우가 벗는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될 수 있었지만, 지금 시대에 성인연극이 통한다는 게 의아하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현재의 성인연극 관객이 연극을 꾸준히 즐기는 관객층이라고 보긴 힘들다. 벗은 몸을 영상이 아닌 라이브로 볼 수 있다는 점에 호기심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성에 실망한 관객이 점점 찾는 횟수를 줄이면 연극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성인연극 연출가들은 관객층의 변화를 들어 반박했다. 초기에는 중·장년층 남성이 주요 관객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젊은 세대와 여성 관객이 늘어났다는 것. 성씨는 “연극을 보지 않은 사람은 비판만 하지만, 막상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은 박수를 보냈다”며 “요즘은 입소문이 가장 중요한데 연극이 별로면 입소문이 나겠느냐”고 반문했다. 강씨 역시 같은 반응이다.

“여배우의 노출이 흥행의 촉매제는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흥행이 계속될 수는 없다. 40, 50대 남성의 성에 대한 고민을 잘 표현했기 때문에 반응이 온 것이다.”

인터뷰/ ‘개인교수’ 알몸연기 최은 씨

“노출 부담되지만, 작품성 보고 출연 결심”


대학로는 화끈하게 벗는 중
성인영화 배우 최은 씨는 1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상연한 성인연극 ‘개인교수’에서 여주인공 실비아를 연기했다. 연극은 대학교수 델가도가 딸의 친구인 실비아에게 성적 쾌락을 느끼는 내용을 다룬다. 최씨는 이 연극에서 알몸으로 연기했다. 최씨와의 일문일답.

어떻게 ‘개인교수’에 출연하게 됐나.

“연극에 출연할 의향이 있는지 먼저 물어왔다. 그전부터 일반 연극에 도전하고 싶었 지만 성인연극이라 고민했다. 하지만 대본을 보고 스토리 구성이 탄탄한 데다 실비아라는 인물도 매력적이라 생각해 출연을 결심했다. 성인연극이라서가 아니라 작품성을 보고 선택한 것이다.”

무대에서 노출을 할 때 어떤 느낌이 드나. 성인영화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나.

“영화는 소수의 스태프와 단기간에 촬영한다. 하지만 연극은 관객이 바로 눈앞에 있고 기간도 길다. 성인영화 배우 출신이라도 노출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부담스러운 감정을 어떻게 극복하나.

“이미 성인연극 무대에 서본 선배가 조언해줬다. 관객이 없다고 생각하고 무대를 즐기라고. 관객을 개미처럼 여기라고 하더라. 생각을 바꾸니 당당해졌다. 신경 쓰면 관객도 눈치를 챈다. 공연 후기에서 ‘당당한 모습이 자연스럽고 좋았다’는 평가를 보고 보람을 느꼈다.”

주요 관객은 노출을 보러 온 중년 남성 아닌가.

“전혀 아니다. 처음에는 그런 경향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중년 여성, 커플도 많이 왔다. 계모임으로 온 아주머니들도 봤다. 젊은 커플이 많이 온 것이 가장 신기했다.”

성인연극을 예술이 아닌 외설로 보는 이도 많다.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성인연극을 예술로 보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나는 ‘개인교수’를 예술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다. 성인연극이라고 다 출연하진 않는다.”




주간동아 2011.04.11 782호 (p48~49)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journalog.net/inour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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