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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으로 본 법률상식

등장인물 ‘인격 모독’ 긁어 부스럼 만들까?

신정아 ‘4001’로 본 명예훼손의 한계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등장인물 ‘인격 모독’ 긁어 부스럼 만들까?

등장인물 ‘인격 모독’ 긁어 부스럼 만들까?
스캔들 주인공이었던 한 여성이 ‘화려하게’ 돌아왔다.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된 자전적 에세이집을 낸 신정아 씨다. 책 내용을 보면 등장인물과 저자 자신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 사람들에게도 인격이 있는데 어떻게 이런 내용을 공개할 수 있지’라는 의구심이 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 과연 무사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크고 작은 평가를 받으며 그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인격과 명예는 개인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으로, 사회생활에서 매우 중요하다.

법에서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처벌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예전에 절도로 처벌받은 전과자’라든지, ‘아버지가 바람피워 얻은 사생아’라든지 하는 말을 공개석상에서 하면 그것이 사실일지라도 처벌받는다. 당연히 거짓말로 다른 사람을 비방하면 처벌이 가중된다. 나아가 신문, 라디오, 책 등을 이용하면 더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약점을 숨기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에 법도 이를 존중하는 것이다.

다만 명예훼손에는 예외가 있다. 다른 사람에 대한 비방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처벌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고위공직자의 경우 현재의 잘못은 물론이고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도 언론이 널리 공개할 수 있다.

실제 사례를 보면, 직무 감사를 상관이 의도적으로 방해한다면서 실무 감사관이 양심선언을 한 경우(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도7915 판결), 시장의 토지개발 추진 과정에 개인적 욕심이 있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경우(대법원 2007. 6. 1. 선고 2006도1538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언론에서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는 기사가 나오면 공인은 대부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항변한다. 사실임을 인정하는 순간 본인의 명예는 순식간에 실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인 중 실제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괜히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저 아니라고 말만 한다. 공인들의 특징이다. 기사가 거짓임을 증명할 수 있는 경우에만 법적 조치를 취한다. 수사기관은 이런 사정을 감안해 고소 없이 수사에 쉽게 나서지 않는다.

그러나 보통사람은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 감정이 격해져, 또는 별 생각 없이 뱉은 말 때문에 상당히 곤란한 처지에 빠질 수 있다. 그 말이 사실이더라도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그 내용을 보면 등장인물의 명예를 분명히 훼손했다. 인격 모독에 가까울 정도다. 사사로운 자전적 에세이집을 출간한 것이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문제는 그 내용이 거짓임을 증명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는 점이다. 책은 이미 베스트셀러가 됐는데, 어떤 사람은 그러그러하기 때문에 사실이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아니라고 말한다. 등장인물들이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진실을 규명할 수 없을 테고,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제각각 믿고 싶은 대로 믿을 것이다. 신정아 씨가 노린 것도 이 점이지 않을까.



주간동아 2011.04.11 782호 (p42~42)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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