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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유료 앱, 알고 보니 ‘짜증폭탄’

이용자 48.2% ‘품질불량’등 피해…앱 마켓마다 규정 달라 환불도 어려워

  •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journalog.net/inourtime

유료 앱, 알고 보니 ‘짜증폭탄’

유료 앱, 알고 보니 ‘짜증폭탄’
#1. 지난해 직장인 김모(25) 씨는 우리 돈으로 약 3000원을 주고 한 외국 신문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Software·응용프로그램, 이하 앱)을 구입했다. 한 달 동안 앱을 잘 이용하던 김씨는 당황스러운 일을 만났다. 1년 치인 줄 알았던 앱 구매가격이 알고 보니 한 달 치였던 것. 김씨는 “매달 요금을 내야 한다는 안내를 봤다면 앱을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2. A씨는 지난해 3월 구입한 앱 때문에 속병을 앓았다. 앱을 다운로드하자 스마트폰이 말썽을 부리기 시작한 것. 이전에 설치한 다른 앱들이 작동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스마트폰의 다른 기능까지 먹통이 됐다. B씨는 앱 마켓 측에 불만을 제기했지만 끝내 환불받지 못했다.

#3. 3월 23일 현재 애플 앱스토어에서 유료 인기항목 2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앱 ‘Angry Bi… Cheats’. 하지만 이 앱과 관련한 2300여 개 리뷰는 ‘속았다’ ‘환불해달라’와 같이 불만을 제기한 글이 대부분이다. 이용자는 0.99달러인 이 앱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게임 앱인 ‘앵그리버드(Angry Birds)’라 착각해 구입한 것. 소비자가 구입한 앱은 ‘앵그리버드’의 공략집 앱이다. 영어로 쓰인 앱 소개 글을 꼼꼼히 읽으면 공략집인 것을 알 수 있지만, 무심히 보면 게임 앱으로 착각하기 쉽다.

스마트폰이 일반 휴대전화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이용자의 필요에 따라 앱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는 약 926만 명. 지난해 9월 말 이용자가 440만 명이었으니 5개월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셈. 이에 따라 앱을 구입하는 이용자 역시 늘었는데, 문제는 늘어난 이용자만큼이나 앱에 대한 불만이나 피해도 함께 증가했다는 점이다.

유료 앱 구입으로 월 평균 1만269원



유료 앱, 알고 보니 ‘짜증폭탄’
앱이란 스마트폰에 설치해 사용하는 응용프로그램으로, 컴퓨터에 응용프로그램인 MS워드나 한글,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 등을 설치해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곳을 ‘앱 마켓’ 또는 ‘앱 스토어’라 한다. 대표적인 앱 마켓에는 해외 기업인 애플의 앱스토어,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 노키아의 Ovi스토어와 국내 기업인 SKT의 T스토어, KT의 올레마켓, LG유플러스의 OZ스토어 등이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가 유료 앱을 구입하는 데 쓰는 비용은 월 평균 1만269원.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2월 유료 앱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스마트폰 이용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유료 앱을 설치·이용하면서 불만을 느끼거나 피해를 입은 이가 전체의 48.2%에 달했다. 불만을 느낀 이유는 ‘품질불량’ ‘앱 정보나 표시, 광고의 허위·과장’ ‘앱이 제대로 다운로드되지 않거나 작동되지 않은 문제’ 등이었다.

이상한 점은 상당수 이용자가 피해를 입고도 사업자에게 항의하거나 보상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 불만을 느낀 이 중 29.4%만 이의를 제기거나 환불을 요구했다. 항의나 보상을 요구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앱의 가격이 소액이기 때문이다. 앱의 가격은 우리 돈으로 100원에서 10만~20만 원 정도로 다양하다. 지난해 말 게임 앱을 구입한 대학생 김모(25) 씨는 요즘 해당 앱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 게임이 갑자기 정지하는 일이 잦아 짜증이 나기 때문. 김씨는 “불쾌하지만 우리 돈으로 1000~2000원 주고 구입했는데 환불을 요구하면 유난스럽게 비칠 것 같아 항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용자가 사업자에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도 한 이유다. 직장인 유모(26) 씨는 무료 앱을 다운로드했다가 며칠 뒤 업데이트 버튼을 무심코 눌렀는데 나중에 카드 명세서를 보고서야 업데이트가 실행되면서 자동으로 결제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유씨는 “정확히 어느 곳에 소비자 불만을 제기해야 하는지 몰라 속으로 화를 삭였다”며 “앱 마켓 홈페이지는 너무 복잡하고, 앱 개발자는 연락처조차 알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약관 등 보상기준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용자도 많다. 기자가 만난 애플 아이폰 이용자 중에는 “환불을 받으려면 애플 본사에 영어로 쓴 e메일을 보내야 한다더라” “환불을 자주 요청하면 블랙리스트에 기록돼 나중에는 환불을 안 해준다더라”와 같은 소문을 듣고 환불 요청을 망설이는 이도 있었다. 애플코리아 홍보·마케팅부 박정훈 부장은 “이는 잘못된 정보”라며 다음과 같이 환불 절차를 설명했다.

“애플의 앱스토어에 접속해 ‘서비스 및 지원’ 항목에 들어가면, e메일로 환불을 요청 할 수 있다. e메일은 한국어로 써도 된다. 회사 측에서 e메일을 읽고 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환불 처리를 해준다.”

이는 소비자가 알고 있는 환불에 대한 정보가 그만큼 명확하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전화나 방문을 통해 불만을 제기하는 데 익숙한 한국 사람에게는 애플 앱스토어의 환불 절차가 여전히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다.

소비자 피해 구제 법규 없어

유료 앱, 알고 보니 ‘짜증폭탄’

제대로 된 소비자 법규나 각 마켓마다 통일된 규정이 없어 소비자들의 피해는 날로 늘어가고 있다. 사진은 안드로이드마켓의 모습(기사의 특정사실과 관계없음).

다른 앱 마켓도 소비자가 접근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각 앱 마켓 사업자는 이용약관이나 환불 조항을 통일하지 않고, 자체 기준으로 소비자 피해를 보상한다. SKT의 T스토어는 회원가입 당시 약관의 ‘환불에 관한 규정’을 통해 “상품의 기능상 중대한 오류로 인하여 구매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내에 회사의 고객센터에 환불 요청을 할 수 있다”라고 명시해놨다. SKT 측은 “환불 요청을 앱 개발자에게 전달하고 합당하다고 판단되면 환불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KT의 올레마켓은 현재 앱에 문제가 있을 경우, KT에서 전적으로 환불을 부담한다. 환불은 앱 개발자도 함께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지만, 올레마켓 활성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KT가 양보한 것. KT 측은 “단 앱에 불만을 느끼는 이유가 타당하다고 판단돼야 환불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의 경우 현재 구입 후 15분 이내에는 어떠한 조건 없이 환불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한편 앱 소비자 피해에 대한 정부의 정책도 마땅히 없는 상태다.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휴대폰 애프터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스마트폰 앱 환불 관련 내용도 포함시켰다. 방통위 이용자보호과 이재범 과장은 “이동통신사업자가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앱 환불 문제와 절차에 대해 미리 고지하도록 했다”면서도 “가이드라인은 법규가 아니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 방통위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앱 시장의 50.3%를 애플 앱스토어가, 36.8%를 SKT T스토어가 차지하고있다. 하지만 국내 앱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하는 애플 앱스토어에 대해서는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조차 적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애플은 이동통신사업자가 아니라 제조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단말기나 이동통신 서비스업과 관련한 보상기준만 있을 뿐 앱과 관련한 조항은 전무한 상태다. 한국소비자원 정책개발팀 이창옥 연구위원은 “스마트폰 앱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 예방 및 보상기준 등을 마련해 관계기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소비자 피해를 줄이려면 이용자 스스로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 연구위원은 “앱을 구입할 때 이용약관, 소비자보호정책을 꼼꼼히 살펴볼 것”을 권유했다. 또 피해를 입증할 증거를 최대한 확보하고, 자신이 입은 피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상담하거나 보상을 요구할 것을 당부했다.



주간동아 780호 (p52~53)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journalog.net/inour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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