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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난 이천수, 박지성 공백 메우나

J리그에서 기량 회복 대표팀 복귀 거론 … 6월 A매치 출전 가능성

  •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살아난 이천수, 박지성 공백 메우나

이천수(30·오미야)가 오랜만에 언론과 팬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에는 사건이나 사고 때문이 아니다. 일본 J리그 개막전에서 혼자 2골을 만들어내며 옛 기량을 회복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의 대표팀 복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천수가 꾸준하게 소속팀에서 활약한다면 불러들일 수 있다. 나이는 문제 되지 않는다”라고 말한 뒤 “‘어떤 컨디션을 보여주느냐’ ‘대표팀에서 뛸 마음 자세를 갖추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물론 당장 이천수를 뽑을 계획은 없다. 다만 J리그에서 꾸준하게 활약을 펼친다면 한 번쯤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조광래 감독 “컨디션보다 마음자세”

이천수의 기량에 의심을 갖는 감독은 아무도 없다. 그가 전남 드래곤즈에서 임의탈퇴 선수가 돼 K리그에서 뛰지 못하게 됐고, 구제받을 수 없는 문제아로 인식되고 있지만 국내 감독은 대부분 이천수의 기술만큼은 인정한다. 사생활에 문제만 없다면 어떤 감독이라도 이천수를 불러다 쓰고 싶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허정무 감독이 이천수 영입을 원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주로 윙어를 맡는 이천수는 파괴력과 힘을 갖췄다. 국내 선수로는 보기 드물게 드리블 때 스피드를 살려 상대 수비수를 괴롭히는 능력이 있다. 또한 득점력이 뛰어나다. 오른발 프리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위협적이다. 게다가 경기의 흐름을 한순간에 바꿔놓는 능력까지 갖췄으니 감독 처지에서는 구미가 당기는 선수일 수밖에 없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허 감독은 조커로 이천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마땅한 조커가 없어 고민하던 허 감독은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던 이천수를 발탁하려고 코칭스태프를 파견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천수가 소속팀과 월급 문제로 갈등을 빚어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계획을 백지화했다.



현재 이천수는 몸 상태가 이전보다 훨씬 좋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겨울, 고질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오른쪽 발목 치료에 전념하면서 약해졌던 오른발 킥이 살아났다고 한다. 개막전에서 넣은 2골 모두 오른발 중거리 슛이었다. 기량만 놓고 보면 당장 대표팀에 불러들여도 손색이 없다.

이천수는 만 21세인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조커로 활약했을 정도로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기량을 인정받았다. 2001년 올림픽 상비군에 속해 있던 그는 히딩크 감독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아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발탁됐다. 이때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스타 대열에 합류한 이천수는 프로에 진출한 이후부터 조금씩 안 좋은 소문의 주인공이 됐다.

2003년 수원과의 경기에서 상대 서포터스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올려 징계를 받은 게 시작이었다. ‘서울 나들이를 자주 가면서 훈련도 잘 하지 않는다’ ‘후배들을 데리고 술을 마시러 다닌다’ 등 많은 루머가 떠돌았다. 그해 여름 이천수가 스페인으로 진출하면서 조용해졌지만 스페인 적응에 실패해 1년 만에 다시 K리그로 돌아와야 했다.

복귀한다면 대표팀의 천군만마

살아난 이천수, 박지성 공백 메우나

2009년 이천수는 K리그를 떠나 사우디 ‘알 나스르’로 팀을 옮겼다.

전 소속팀 울산으로 돌아온 이천수는 여전히 최고였다. 그는 울산 현대를 2005년 K리그 우승으로 이끄는 능력을 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연예인과의 스캔들 등 사건과 사고를 몰고 다녔다. 이 때문에 이천수는 항상 뉴스의 중심에 있었다. 그는 2007년 해외 진출을 위해 어려운 시기에 자신을 받아줬던 울산을 떠났다. 그러나 이때도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았다. 해외 진출을 반대하면 K리그에서 뛰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유럽 진출. 이번에도 적응은 쉽지 않았고, 2008년 임대선수 신분으로 수원으로 이적했다. 이때부터 문제가 더 꼬였다. 자신이 아버지처럼 생각한다는 차범근 감독과의 불화설이 불거졌다. 그리고 사기 사건으로 피소를 당했고, 임의탈퇴 선수가 됐다. 수원 소속 선수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이어가지 못하면서 우승축하연 분위기를 망가뜨렸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그는 2009년 수원의 배려로 전남으로 팀을 옮겼다. 박항서 감독은 이천수가 문제가 있지만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다며 팀을 설득해 이천수를 데려갔다. 그러나 첫 경기에서 심판을 향해 주먹감자를 날려 징계를 받았다. 처음으로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고 페어플레이 기수까지 맡아야 했다. 반성의 기미를 보이는 듯했지만 코칭스태프와 마찰을 빚으며 결국 K리그를 떠나야 했다. 전남은 코치와 다툼을 벌인 이천수를 임의탈퇴 선수로 지정했고, K리그 단장들도 그의 복귀를 허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더는 한국에서 축구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이천수 복귀설이 나오는 배경에는 박지성의 은퇴가 연결돼 있다. 대표팀은 박지성의 은퇴로 왼쪽 윙어를 잃었다. 손흥민(함부르크),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등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가 있지만 대표팀 A매치를 소화하기엔 아직 무게감이 떨어진다.

이천수가 가세한다면 박지성만큼은 아니겠지만 전력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천수는 현재 대표팀에 없는 유형의 윙어다. 이청용(볼턴)이 있기는 하지만 득점력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 조 감독은 “(이)청용이가 좀 더 가운데 쪽으로 움직이면서 공격에 가세해줘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아쉽다. 득점 분포를 고르게 하려면 이청용이 과감하게 공격을 해야 한다”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팬들도 이러한 문제점을 잘 알아 이천수의 대표팀 복귀를 환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일부 팬과 관계자들은 여전히 그의 복귀에 의문부호를 붙인다. 국내에서 사고 치고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팬들은 그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천수가 대표팀에 복귀하려면 무엇보다 선수들과 융화를 해야 한다. 현 대표팀에 복귀한다면 이천수는 거의 최고참급이다. 연장자는 이정수, 차두리 정도에 불과하다. 대표팀은 박주영(AS모나코)이 주장일 정도로 많이 변했다. 이천수가 대표팀에서 활약할 당시 뛰던 선수는 거의 없다. 세대가 바뀌면서 문화도 많이 달라졌다. 선배라고 해서 강압적으로 후배에게 지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조 감독은 6월 A매치에서 이천수를 불러들일 생각도 있다. 단, 이천수가 6월까지 소속팀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는 가정이 붙었다. 앞으로 3개월이 이천수가 축구인생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아울러 대표팀 복귀를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주간동아 779호 (p64~65)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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