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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탑골 공원서 시간 죽이기? 인터넷은 노인들 최고의 공간이죠”

실버넷뉴스 정태명 교수 “OECD 국가도 관심 … 무상으로 노하우 전수할 것”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journalog.net/yurim

“탑골 공원서 시간 죽이기? 인터넷은 노인들 최고의 공간이죠”

“탑골 공원서 시간 죽이기? 인터넷은 노인들 최고의 공간이죠”
2월 15일 미국 워싱턴DC.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기구 NSF(National Science Foundation)가 ‘더 똑똑하고 잘사는 미래 만들기’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열었다. 각국 대표가 자국의 노인복지 정책을 소개하고 함께 토론하는 자리였다.

“우리는 노인의 일상과 재활을 돕는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노인이 모바일을 통해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본 대표가 발표를 마치고,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컴퓨터공학과 정태명(54) 교수가 단상에 올랐다. 그는 “노인 대상 의료 기술은 우리나라도 준비하고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자 참석자이 일제히 정 교수의 입을 쳐다봤다.

“단순히 가치가 떨어진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식의 노인 정책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정보사회에서 소외된 노인이 인터넷을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정 교수는 워크숍에서 어르신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노인을 위한 인터넷 신문 ‘실버넷뉴스’(silvernet.ne.kr)를 소개했다. 정 교수는 “우리 발표를 듣고 일본, 스웨덴 등 각국 관계자가 관심을 가졌다. 발표 이후에는 다수의 국내외 관계자가 질의 내용을 e메일로 보내왔다”고 밝혔다.



“서울 성북구 월곡동에 있는 밤골경로당 컴퓨터교실이 3월 7일 개강했다. 어느 해보다 추웠던 겨울방학을 끝낸 노인들은 따뜻한 봄볕을 등에 업고 언덕을 활기차게 걸어올라 컴퓨터교실로 들어섰다.”(3월 7일 실버넷뉴스 최복희 기자)

2001년 창간한 실버넷뉴스는 ‘노인의,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 언론이다. 노년층의 치명적인 질병을 알아보는 정보 기사부터 노인 일자리에 대한 심도 있는 비판까지 주제도 다양하다. 총 158명의 기자가 ‘무보수’로 일한다. 기자단은 교사, 교수, 공무원, 목사 등 식자(識者)층 출신이 대부분이다.

사실 정 교수의 이력을 살펴보면 ‘정 교수가 왜 갑자기 노인 인터넷 신문에 관심을 가졌을까?’ 의아하다. 미국 퍼듀대학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정 교수는 그동안 한국정보처리학회, 한국정보통신진흥원, 한국정보통신보호학회 이사로 재직했으며 지난 1월 한국정보처리학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평생을 컴퓨터공학 및 정보보호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것. 정 교수는 “2000년 정보처리학회 소속 젊은 교수들과 술자리에서 우연히 실버넷뉴스를 구상했다”고 회상했다.

“동료 교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는 나라의 도움으로 공부를 마쳤으니 국가의 혜택을 받은 사람인데 그 도움을 사회에 돌려주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이 생겼어요. 결국 제가 정보통신 전문가니까 이와 관련해서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죠. 마침 당시 국내에 인터넷망이 급속도로 퍼지던 시기였는데, 그런 정보화 혜택이 어떻게 하면 노인에게도 미칠 수 있을까 고민했고, 그렇게 실버넷뉴스를 구상하게 됐죠.”

실버넷뉴스 출범 10년. 정 교수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아는 65세 이상 노인은 11.7%(2009년 기준)에 그친다. 정 교수는 “일반인을 100으로 봤을 때 노년층의 정보화지수는 61 정도”라며 우려를 표했다.

“2008년 이후로 국민 중 65세 이상 노인의 비중은 10%가 넘었는데, 정보격차지수는 제자리 수준입니다. 정보화 사회에 정보에서 소외되면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일자리 구하기도 힘드니 경제력도 취약해져요. 무엇보다 자신감이 없어집니다.”

“탑골 공원서 시간 죽이기? 인터넷은 노인들 최고의 공간이죠”

실버넷뉴스(왼쪽 홈페이지)는 어르신들이 직접 취재하고 운영하는 인터넷 신문이다.

새로운 30년 인생 모두가 나서 도와야

“탑골 공원서 시간 죽이기? 인터넷은 노인들 최고의 공간이죠”
정 교수는 실버넷뉴스 10년 동안 활동한 200여 분 기자 중 돌아가신 분은 단 두 분이고, 대부분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 교수는 “일하는 노인이 건강하다는 건 잘 알려졌지만 우리는 실버넷뉴스를 통해 이를 증명했다”며 “노인을 일하게 하면 노인을 건강하게 하고, 그렇게 되면 국가 의료비 지출도 줄어드니 일석삼조”라고 말했다.

정 교수가 이번 워크숍에 참석한 것은 보건복지부의 요청 때문이었다. “각국의 노인복지 정책을 소개하라는데 우리나라만의 정책으로 발표할 만한 게 마땅치 않다”는 보건복지부의 고민을 덜어주고자 했던 것. 정 교수가 2009년부터 OECD 정보보호분과 부의장직을 맡아온 것 역시 인연이 됐다. 정 교수는 “이번 워크숍을 통해 우리 정부도 많은 것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실제 노인에게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정부도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최근 노인을 위한 SNS(Social Network Service) 교육을 한다. 정 교수는 “교육받은 후 페이스북을 만드셔서 내게 ‘친구 신청’을 하신 분도 있다”며 “이전 같으면 지레 ‘배우기도 어렵고 배워봤자 금방 까먹는다’고 포기했을 분들이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육체적 제약이 없는 인터넷 사회야말로 은퇴한 노년층이 활동할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죠. 은퇴 이후 업무와 관련된 인간관계가 끊기면서 소외감을 느꼈던 노인이 SNS를 통해 친밀감을 느끼고 교류하면 정신적으로 매우 안정될 거예요.”

정 교수의 꿈은 국내외에 제2, 제3의 실버넷뉴스가 탄생하는 것. 지난 OECD 워크숍에서 실버넷뉴스에 관심을 가진 일본, 스웨덴 대표 등에게 “우리 노하우를 거저 알려줄 테니 어서 시작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은퇴를 뜻하는 ‘Re-tire’라는 단어처럼, 은퇴는 ‘새로운 30년’을 위해 새 타이어로 갈아 끼우는 시기입니다. 어르신들이 더 빠르게, 튼튼한 타이어로 갈아 끼울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도와야 합니다.”



주간동아 2011.03.14 778호 (p62~63)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journalog.net/yu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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