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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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상납 31명 거론 ‘증거 능력’을 어떻게 보나

故 장자연 씨 편지

  • 남성원 변호사 법무법인 청맥

    입력2011-03-14 10: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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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상납 31명 거론 ‘증거 능력’을 어떻게 보나
    최근 한 방송사가 성 상납과 접대 실태를 담은 고(故) 장자연 씨의 편지를 공개하면서 2년 전 성 상납 비리사건 수사에 대한 부실 의혹을 제기했다. 문제의 편지에는 성 상납 인사 31명의 명단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인이라는 사람이 교도소를 전전한 전력이 있고 고인과 접촉한 사실조차 당시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편지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방송사 측은 “고인의 친필임을 확인했다”고 반박한다.

    이 사건은 2009년 3월 7일 장씨의 자살과 전 매니저 유모 씨의 폭로로 촉발했다. 당시 수사 경찰은 20명을 입건했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대부분 혐의를 벗어났다. 검찰은 유씨와 장씨의 전 소속사 대표 김모 씨 등 2명만 기소했다. 이들도 지난해 10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자유의 몸이 됐다. 성 상납 비리사건은 이처럼 검찰의 기소 단계와 법원의 판결 과정에서 단순폭행 사건과 명예훼손 사건으로 맥없이 끝났다.

    당시 검찰과 법원이 내세웠던 원칙은 ‘증거법칙’이다. 만일 재수사가 이뤄진다면, 이번에도 ‘증거법칙’은 유효할 수밖에 없다. 형사 절차에서 ‘증거법칙’이란 범죄 사실을 증거에 의해서만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거라고 다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엄격한 증명’, 즉 ‘증거 능력’이 있고 ‘적법한 증거 조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여기서 증거 능력은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을 뜻한다. 극단적으로 범죄 현상을 촬영한 영상물이라 할지라도 위법하게 수집한 것이라면 증거 능력은 사라진다.

    증거 능력은 법관이 심증을 갖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증명력’과도 구별된다. 증거 능력이 있는 증거의 경우, 그 증명력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를 말한다.

    이번에 다시 불거진 장씨의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씨 편지다. 과연 증거 능력이 있느냐가 관건인 것. 증거로서의 편지는 ‘전문(傳聞) 진술’이라 한다. ‘전하여 들은 진술’이라는 뜻이다. 진술자가 직접 법정에 나와 법관의 면전에서 고하는 진술이 아니어서 진짜 그 사람이 쓴 것인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



    ‘전문 진술’은 피고인이 자신의 재판에 증거로 쓸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원칙적으로 증거 능력이 없다. 다만, 작성자가 공판정에 나와 그 내용을 자신이 진실로 쓴 것임을 법관 앞에서 증언한다면 증거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망인의 편지는 친필이라는 것이 입증돼도 망인이 법정에 나올 수 없으니 문제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망인의 전문 진술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해진 때에 예외적으로 증거 능력을 인정받는다’라는 규정이 있다. ‘서류의 작성에 허위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때’에 한해 증거로 인정한 판례도 있다. 그럼에도 증거 능력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결국 이 사건을 검찰이 재수사한다 해도 그 결과는 검찰의 수사 의지와 방법에 달려 있는 셈이다. 물론 수사와 기소 여부도 전적으로 검찰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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