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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으로 들어온 한 권

‘재테크’ 잘해서 행복하십니까?

‘돈의 인문학’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재테크’ 잘해서 행복하십니까?

‘재테크’ 잘해서 행복하십니까?

김찬호 지음/ 문학과지성사/ 271쪽/ 1만3000원

3년 전쯤인가. 펀드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기록했다. 시도 때도 없이 배시시 웃음이 흘러 나왔다. 많이 사랑받는 기분이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펀드가 반 토막 났다. 자산관리를 해주던 인사에게 괜히 신경질을 냈다. 불안하고 작아진 기분에 씀씀이를 줄이며 스스로를 야박하게 몰아붙였다. 기분과 생활방식을 들쑤시는 통장 잔액의 위력을 그때 처음 알았다.

우리는 왜 돈에 집착할까. 먹고사는 문제로 돈벌이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돈을 향한 욕심은 은행 잔고와 관계없다. 수십억 원대 재산을 가졌다면 수백억 원대를 탐하고, 수백억 원의 자산가들은 수조 원대의 부호를 꿈꾼다. 죽어 저승 갈 때 짊어지고 갈 것도 아닌데. 자녀나 손자, 또는 그 후세의 안녕을 위해서일까. 이에 대한 케인스의 통찰은 이렇다.

“의지에 가득 찬 인간,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인간은 항상 행동의 동기를 미래로 투영함으로써 환상적이고 인공적인 불멸성을 얻으려고 한다. 그는 자신의 고양이를 사랑하지 않는다. 사실 그 고양이의 새끼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새끼의 새끼를 사랑하는 것이고, 그것은 고양이의 우주에서 시간이 다할 때까지 반복한다.”

한 주간잡지에 연재된 칼럼 모음집인 ‘돈의 인문학’은 돈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을 시도했다. 매일같이 돈을 내고 돈을 벌면서도, 그 근원적 의미에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은 드물다. 일확천금이 굴러들어오거나 월급이 줄었을 때, 혹은 애정과 돈 사이에서 고민할 때 돈은 우리를 자극한다. “당최 돈이 뭐기에!”

‘재테크’에 대한 단상도 눈길을 끈다. 언제부턴가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격언이 자취를 감췄다. 그 대신 ‘로또’ ‘대박’ ‘재테크’ 등의 단어가 넘쳐났다. 돈으로 돈을 낳는 ‘재테크’가 갑남을녀의 일상이 된 금융 자본주의.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머니게임은 자신감을 넘어 오만으로 치달았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는 금융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다.



이쯤에서 생각해보자. 돈에 휘둘리지 않고 지혜롭게 그것을 부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돈의 중요성을 인정하되 ‘돈’ 자체보다 ‘가치’에 무게를 두는 사회를 만들 방법은 뭘까. 이 책은 ‘돈이 많아도 얻기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 ‘돈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해보라고 조언한다.

“‘너의 일상이 초라해 보인다고 탓하지 마라. 풍요를 불러낼 만한 힘이 없는 너 자신을 탓하라’(릴케),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에 있다’(법정스님). 절대빈곤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잠언은 공허하거나 폭언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끝없이 소유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한 강박을 여과하고 완충하면서 생의 보람과 부가가치의 원천을 되짚어볼 수 있는 의미의 공간이 절실하다.”(254쪽)



주간동아 2011.02.21 775호 (p84~84)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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