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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골프장 안 돼!” 기장郡의 반란

부산시에 추가 골프장 건설 막아달라 건의문…주민들도 “천혜의 원시림, 몸 던져 저지”

“골프장 안 돼!” 기장郡의 반란

“골프장 안 돼!” 기장郡의 반란
“기장군이 아니라 골프군으로 바꿔 부릅시다.”

부산 기장군 한 주민은 “해도 해도 정말 너무한다”며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 가뜩이나 골프장이 많은 기장군에 3곳이 더 생긴다는 소식이 지역 언론을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부산시 도시개발본부에 따르면 민간사업자 2곳은 2010년 하반기 퍼블릭 골프장 건설을 위해 도시계획시설(체육시설) 결정 제안서를 부산시에 제출했다. O개발은 기장군 일광면 용천리 114만1480㎡ 용지에 18홀 규모의 퍼블릭 골프장을, D건설은 기장군 기장읍 만화리 38만5653㎡ 용지에 9홀 규모의 골프장을 지을 예정이다. 이뿐 아니다. 부산도시공사는 기장군 동부산관광단지 내 운동휴양지구에 90만4589㎡ 규모의 18홀 회원제 골프장을 지을 계획이다.

주민의 화를 더욱 돋운 것은 기장군에는 이미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은 27홀 규모의 회원제 골프장이 여러 곳 영업 중이기 때문이다. 규모도 만만치 않아 정관면 H컨트리클럽은 152만7005㎡, 일광면 A컨트리클럽은 145만0261㎡, B컨트리클럽은 140만8628㎡에 이른다. 이 3곳이 기장군에 들어서는 데도 진통은 있었다. A클럽은 환경파괴 문제로 주민과 다툼이 있었으나 보상을 해줌으로써 일단락됐고, B클럽은 개발업자가 개발행위 허가 등을 받지 않고 사업지 인근 농지를 무단으로 형질변경을 하는 등 농지법을 위반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약간의 벌금을 내고 영업 중이다.

마을을 울리는 전기톱 소리

또한 기장군 삼각산의 18홀 규모의 골프장은 환경훼손 논란 때문에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장군은 급기야 지난해 말 골프장의 추가 건설을 막아달라는 의견을 부산시에 전달했다.



1월 25일 골프장 예정지역인 일광면 용천리 회룡마을을 찾았다.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는 2005년 용천리 일대를 골프장 건립이 불가능한 보전녹지 지정 지역에서 제외했다. 회룡이란 마을 이름은 ‘용이 승천한 뒤에도 땅이 좋아 다시 돌아온다’는 뜻을 살린 것이다. 현재 20여 가구가 살고 있으며 대부분 70세 이상 노인이다. 이 지역의 자랑은 소나무를 비롯한 아름드리나무로 이루어진 원시림이다. 마을 어르신들은 “어려 보이는 소나무도 30년 이상 됐다. 곧게 자란 소나무가 우리 마을의 자랑”이라며 입을 모아 칭찬했다.

마을 뒷산으로 난 길을 따라 숲으로 들어가니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했다. 하지만 이곳에도 며칠 전부터 톱질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산길을 따라 더 올라가니 곳곳에 잘린 소나무 등이 가지런히 쌓여 있다. 동행한 기장군청 직원조차 “이렇게 굵은 소나무는 자를 수 없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남부지방산림청 양산국유림관리소가 나무를 잘랐다. 양산국유림관리소가 “생태적으로 건전하고 경제적 가치가 높은 산림자원 육성을 하겠다”며 내건 현수막에는 “우세목에 대한 생장을 방해하는 방해목, 불량목, 덩굴류 제거 및 경관림 조성” 중이라고 적혀 있다.

주민대책위원회 정동주(58) 위원장은 “멀쩡한 나무를 잘라내는 것이 숲 가꾸기냐. 어른 몸통만 한 소나무가 불량목도 아니고 병에 걸린 흔적도 없다. 울창한 소나무숲이 골프장 건설에 방해될까봐 산림청에서 미리 잘라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남부지방산림청 관계자는 “주민들의 오해다. 활용가치가 떨어지는 소나무의 수종 갱신 차원에서 잘라내는 것이다. 골프장 사업지는 이곳이 아니라 바로 뒤쪽”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장군 관계자는 “이곳은 사업지는 아니지만 골프장이 제 기능을 하려면 수용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산림청이 (쓸모 있는 나무는 베고) 쓸모없는 나무만 남겨놓았다. 이 벌목이 골프장 허가를 받는 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상반된 주장을 했다.

기장지역은 부산시에서 유일하게 남은 천혜 자연지역으로 손꼽힌다. 특히 용천리 일대는 기장군이 부산대 캠퍼스, 태권도공원 유치전이 한창일 때도 후보지로 내놓지 않은 지역이다. 당시 유치 담당자였던 기장군청 김성열 공보계장은 “지형 조사를 하려고 직접 탐사해보니 팔색조, 오색딱따구리, 고라니, 살쾡이, 개구리, 뱀 등이 생태계를 이뤄 살고 있었다. 기장군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사업임에도 환경적 가치를 고려해 포기했는데 개인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사업자에게 이 땅을 내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O개발 관계자는 “예정부지의 20%는 법에 따라 원형 보존한다. 원시림도 이에 따라 보존될 것이며 부족하다면 협의해서 늘리겠다. 업체 소유의 목장 자리도 예정 부지에 포함되는 만큼 환경문제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다른 개발업체 관계자도 “골프장 건설은 부산 동남권 개발 큰 그림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 전 군수는 빨리 골프장을 지으라고 적극 권했다. 군수가 바뀐 뒤 상황이 180도 바뀌어 더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골프장 안 돼!” 기장郡의 반란

회룡마을 뒷길은 여느 유명 둘레길 못지않다.

“무독성 농약은 무해하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회룡마을 사람들의 삶과 역사도 망가진다. 골프장과 마을 사이 거리는 500m다. 마을사람들은 이 땅에서 농사를 짓고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식수로 써왔다. 골프장이 들어서 각종 농약을 뿌려대면 농사도, 식수 공급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게다가 골프장이 마을 뒷산에서 앞산까지 이어질 계획이라 골프장 속 섬으로 고립될 가능성도 있다. 회룡마을 김동철(64) 이장은 “앞산과 뒷산으로 이어지는 곳에 구름다리까지 들어온다는데 마을 꼴은 무엇이 되느냐”고 분개했다. 마을 어르신들은 언제 집으로 날아들지 모르는 골프공도 걱정이지만 조상을 뵐 면목이 없어 더 속상하다. 80세의 한 어르신은 “선조들의 묏자리까지 골프장 예정지역에 들어가 있다. 돈 좀 있다고 우리 고향을 다 뒤집어놓겠다 하니 너무 억울하다. 꼭 막아달라”며 고개를 연방 숙였다.

O개발 관계자는 “A클럽이 막대한 보상을 주민에게 해준 뒤 일단 반대하고 보자는 여론이 주민 사이에 퍼졌다. 개별 접촉을 하면 주민들도 보상을 받고 떠날 뜻을 밝힌다. 군도 법적 하자가 없는 기업의 활동은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부산시 내에 골프장이 부족하고 골프 수요가 충분해 지역 경제활성화도 이뤄지는 만큼 골프장에 찬성하는 여론도 있다. 하지만 기장군청 관계자는 “지역 경제활성화는 틀린 말이다. 돈 있는 사람은 가까운 해운대에 가서 돈을 쓰지 기장에서 돈을 쓰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골프장 건설은 기장군 전체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회룡마을에서 사는 한국생명과학회 류병호 이사장은 “기존 골프장에서는 이미 살균제, 살충제, 제초제 등 농약을 엄청나게 뿌리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골프장까지 들어서면 기장군 일대 해수욕장과 양식장까지 농약으로 인한 피해가 커질 것이다. 기장 대표 명물인 기장 멸치, 미역 양식도 불가능해질 것”이라 주장했다. 골프장 건설 때 나오는 토사도 문제다. 토목공사로 흙을 퍼내고 나무를 없앤 자리에서 유실된 토사 속 비소, 납, 카드뮴 같은 중금속이 바다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부산시 도시개발본부 관계자는 “부산시는 골프장 건설과 관련해 결정할 권한이 없다. 이는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도시계획위원회는 이 일대를 보전녹지 지역에서 제외한 장본인이다. 회룡마을 주민들은 “동해를 바라보며 골프를 치러 오는 소수의 골퍼들에게 고향 땅을 내줄 수 없다. 어떤 보상을 해줘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 오규석 기장군수도 “임기 동안 기장에서 더는 난개발을 할 수 없게 할 것이다. 법의 잣대만으로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골프장을 건설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회룡마을 주민들의 싸움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한 기장군청 직원의 말이다.

“도시계획위원회는 공무원, 시의원, 대학교수 등 25명으로 구성돼 있어요. 하지만 예전부터 건설, 토목 업자와 위원들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이야기가 나돌았고 특혜 의혹도 몇 번 있었습니다. 기장군청도 위에서 찍어 누르면 어떻게 대처할 도리가 없어요. 이 지역을 공원으로 지정하는 등 갖은 수를 찾아볼 겁니다.”



주간동아 2011.01.31 773호 (p80~81)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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