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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한-호주 워킹홀리데이 15周年

우린 4만 명 갔다, 그들은 22명 왔다

체류 방문자 불균형 갈수록 심각…한국 찾게할 뾰족한 매력 없어 고민

  • 시드니=윤필립 시인·호주 전문 저널리스트phillipsyd@hanmail.net

우린 4만 명 갔다, 그들은 22명 왔다

우린 4만 명 갔다, 그들은 22명 왔다
광속으로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변하지 않는 건 정체가 아니라 후퇴다. 1995년 체결된 한-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 협정도 마찬가지다. 출범 첫해에 250명의 워홀러(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의 한국식 표현)가 호주로 건너온 후 2000년 즈음부터 기하급수로 늘어나더니 지금은 한 해 4만 명에 이른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18~30세의 청년들에게 평생 1회에 한해 발급된다. 체류기간은 12개월. 이후 호주 당국은 한-호주 워킹홀리데이 출범 11년 차였던 2006년 7월 1일부터 1차에 한해 체류기간을 12개월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이때의 비자를 ‘The Second Working Holiday Visa’라 하는데 대도시 밖에 소재하는 1차산업(농업, 축산업, 광업, 어업 등) 현장에서 3개월 이상 일한 워홀러에게만 적용된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 15년 동안 워킹홀리데이 관련 규정이 단 한 차례 바뀌었을 뿐, 제반 여건의 변화에 따른 개선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워킹홀리데이 인포센터를 개설한 (사)국제교류증진협회 김창수 회장 일행이 호주를 방문해 실태 파악에 나섰다. 또한 한국으로 오는 호주 워홀러의 수를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호주에 체류하는 한국 워홀러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주(駐)시드니 대한민국 총영사관 김진수 총영사는 “15년의 연륜이 쌓인 한-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 협정을 업그레이드할 시점이다. 특히 호주는 첫 상대국이고, 우리나라의 워홀러가 호주를 제외한 4개국에 있는 이를 전부 합친 수보다도 많은 곳이기 때문에 관련 프로그램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며 “앞으로 국제교류증진협회와 협력해서 좋은 정책이 개발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보장, 매매춘 등 문제 산적

11월 4일 국제교류증진협회 관계자들은 ‘대학교수 간담회’로 호주 일정을 시작한 뒤, 한국관광공사 시드니 지사와 함께 현지인들에게 한국에서의 워킹홀리데이 장점을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리고 호주에 거주하는 우리나라의 워홀러를 포함해 워홀러를 지원하는 한인동포 단체와 교회 등을 찾아가서 간담회를 했다. 그런데 간담회 도중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워홀러와 한인동포 간의 상호협력 관계를 논의하던 중 한인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일하는 워홀러에게 호주법이 정한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등의 얘기가 나왔던 것이다.



호주에서는 18세 이상 청년이 부모와 함께 거주하면 자립 의지가 약한 사람으로 취급해 ‘캥거루족’이라 부른다. 18세가 성인으로 진입하는 나이이기도 하지만, 그때쯤이면 부모로부터 독립해 스스로 삶을 꾸리기 시작하는 것이 호주의 관습이기 때문이다.

또 ‘잭카루(Jackaroo)’를 위해 농촌으로 떠나는 나이도 18세다. 잭카루란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이나 사회 진출을 앞두고 대자연 속으로 들어가서 목동이 되는 체험을 하며 성인이 되기 위해 자기 수련을 하는 것을 가리킨다. “젊어서 하는 고생으로 평생을 준비한다”는 호주 개척시대의 정신이 깃든 오랜 전통이기도 하다.

잭카루는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이곳저곳으로 떠돌아다니는 유목민의 특성을 지녔다. 잭카루는 목장 일을 도와주면서 숙식과 약간의 돈을 제공받는데, 이런 잭카루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바로 워킹홀리데이다. 일하면서(working) 휴가(holiday)도 즐기자는 취지이기 때문. 잭카루가 호주 국내에서 이뤄지는 반면 워홀러는 해외에서 일한다는 차이가 있다.

한국과 호주는 1995년 워킹홀리데이 비자 협정을 체결했다. 호주는 영국, 미국, 독일, 일본에 이어 다섯 번째 국가로 우리와 체결했지만, 우리는 최초의 상대국이 호주였다. 이 비자는 호혜의 원칙에 따라 발급되기 때문에 두 나라 청년이 상대방 나라에서 똑같은 조건으로 일하고 여행할 수 있다.

한국에서 해외여행 자유화가 실시된 건 1989년이다. 이어 1993년 해외유학 자유화 조치가 시행됐다. 1994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11월 호주 방문 중 시드니 하버에서 ‘세계화 선언’을 한 뒤 한국인들의 해외 나들이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1995년 7월 1일 발효된 한-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 협정도 세계화 선언의 부산물 성격이 크다. 더욱이 부유층 자녀들만 가능했던 해외유학과 해외여행이 모든 한국 젊은이에게 확대되는 동기를 부여했다. 스스로 돈을 벌어서 여행하고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어연수가 추가된 것은 지극히 한국적인 발상이었고, 한국 젊은이 사이에서 큰 환영을 받았다. 이렇듯 한국이 영어연수 아이디어를 내자 일본이 뒤따라 채택했다.

우린 4만 명 갔다, 그들은 22명 왔다

1 농장에서 일하는 한국인 워홀러들이 모여 공연하는 모습. 2 국제교류증진협회 관계자들이 호주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국 워킹홀리데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호주 워킹홀리데이 15년의 빛과 그늘을 헤아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성공사례가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2000년 이후 급작스러운 양적 팽창에 따른 부작용이기도 하지만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한국 워홀러를 이용해 호주 노동시장 하부구조(특히 3D 업종)를 충당하게 만드는 구조적인 현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게다가 최저임금 보장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많은 워홀러가 호주 한인동포 업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그보다 훨씬 나쁜 사례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입국한 한국 여성이 호주 매매춘 업계로 흘러들어가는 것이다. 매매춘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호주의 현실에서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 특히 1994년 한국에서 성매매 금지법이 통과된 뒤 그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워홀러 영어 강습 금지가 걸림돌?

한국은 호주를 시작으로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프랑스, 미국, 독일, 아일랜드, 덴마크, 스웨덴, 대만, 홍콩 11국과 워킹홀리데이 비자 협정을 맺었다. 이 중 호주로 떠나는 워홀러가 압도적으로 많다. 다른 나라는 입국허가 인원을 제한하지만, 호주는 무제한이다. 호혜원칙에 따라 한국도 호주 워홀러에게 똑같은 혜택을 부여한다. 그런데도 2009년에 한국에 입국한 호주 워홀러는 고작 22명에 그쳤다. 호주에 입국하는 한국 워홀러가 한 해 4만 명인 것과 비교하면 심각한 불균형이다. 국제교류증진협회 관계자들이 그 타개책을 알아보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2011년은 한국과 호주가 수교를 맺은 지 50주년 되는 해다. 김창수 회장은 “이번 호주 방문을 통해 여러 차례 한국 워킹홀리데이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현지인들을 만나 그들의 요청사항을 들었다. 그들이 한국에 워킹홀리데이로 오지 않는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법무부가 외국인 워홀러는 영어 강습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외교통상부에 보고해 해결책을 알아볼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워킹홀리데이 인포센터는

내외국인 참가자에 다양한 정보 제공


2010년 외교통상부 위탁으로 (사)국제교류증진협회 안에 워킹홀리데이 인포센터가 세워졌다. 호주나 기타 나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려는 한국 청년에게 비자신청 및 발급 절차, 출입국 정보, 현지 생활정보, 취업 조건, 사건·사고 발생 시 적응 방법 등을 알려준다. 또 비자 협정 체결국가 단위로 매뉴얼을 개발해 사전 설명회와 상담을 진행하고, 내국인 참가자를 위한 ‘아웃바운드’와 외국인 참가자를 위한 ‘인바운드’도 운용한다.




주간동아 2010.11.29 764호 (p42~43)

시드니=윤필립 시인·호주 전문 저널리스트phillipsy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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