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9

2010.08.09

찌질한 수컷들의 행동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10-08-09 1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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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명인사와의 인터뷰. 시간이 다소 모자라자 그는 “이동해야 하니 차에서 계속하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운전하는 그의 옆자리에 앉아 질문과 답변을 이어가는데, 점차 분위기가 이상해졌습니다. 인터뷰와 상관없는 남녀관계 이야기를 꺼내더니, 갑자기 제 손을 덥석 잡는 게 아닙니까. “지금 뭐 하는 짓이냐”고 따지자, 이 사람의 답변이 더욱 가관입니다. “기자님이 제 차에 올라타지 않았습니까.”

    후배 여기자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유명인사를 인터뷰하면서 그의 갓 태어난 딸, 아내와 함께 사진을 찍고 이야기도 나눴다죠. 이후 그 사람에게서 “와인 한잔 하자”는 연락이 왔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나갔는데, 그는 불편한 이야기(이른바 음담패설)만 계속하더니 “함께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답니다. 기겁하고 돌아온 후배는 처음엔 그 인사를 욕하다가, 나중에 술자리에 나간 자신을 자책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여기자도 취재원으로 만난 남자의 ‘문자’ 공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유부남인 그가 대놓고 사귀자며 꾀는 것은 아니라 정색할 수도 없고, 마음만 불편한 거죠. 열 번 연락이 오면 한 번 답변해주는 식으로 서서히 멀어지기만 바란다고 해요.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기자들이 취재원, 즉 인맥을 관리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술 한잔 하며 친해지라’고 하지만, 남자 취재원과 단둘이 만나는 건 예기치 못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상대방이 작위적으로 해석할 가능성도 크고요.

    찌질한 수컷들의 행동
    최근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에 대한 논란이 거셌는데요. 이에 대해 남자들은 “술자리에서 농담 삼아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이를 대학생들에게 한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술자리 농담이라도 여성을 성적 객체로만 바라보는 그 시각 때문에 지금도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여기자에게도 그런 수작을 거는데, 다른 직종에서는 얼마나 심할까 싶습니다. 찌질한 수컷들의 찌질한 행동, 정말 기가 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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