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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나눔은 함께 하면 마술처럼 커진다”

CJ 이재현 회장 숨은 기부 화제 …연봉 10% 기부 약속 실천, 직원들도 기부 열풍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나눔은 함께 하면 마술처럼 커진다”

“나눔은 함께 하면 마술처럼 커진다”

이재현 회장은 2009년 1월 이후 연봉의 10%를 기부하고 있다.

“CJ가 사업만 잘하는 기업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이 되게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CJ는 수익 상황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것입니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공식 언론 인터뷰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재계 인사로 유명하다. 그래서 언론으로부터 ‘은둔의 CEO’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런 그가 빠지지 않고 참가하는 곳이 있다. 바로 봉사활동 현장이다. 얼굴만 내미는 게 아니라 김장 담그기, 벽화 그리기에 직접 소매를 걷어붙인다.

7월 21일 CJ그룹의 교육원인 인재원에서 열린 CJ도너스캠프 5주년 기념행사에도 어김없이 모습을 나타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300명의 임직원 자녀와 기부자들을 대상으로 사회공헌 철학을 피력했다. 특히 자신의 사회공헌 철학은 할아버지인 이병철 회장에게서 나온 것임을 강조했다.

“가난 대물림 막아라” 교육평등사업 시작

“제가 경영인으로서 꼭 닮고 싶은 분은 바로 제 할아버지,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님입니다. 선대 회장님께서는 3가지 창업이념으로 ‘사업보국-인재제일-합리추구’를 세우셨고, 그중 ‘사업보국’을 특히 강조하셨죠. ‘사업보국’은 회사가 있을 수 있는 기반은 나라이므로 나라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라는 창업 정신입니다. 저 역시 선대 회장님의 뜻을 이어 사업보국을 중시하며, 회사의 이익과 동시에 사회적 책임인 나눔활동에 큰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그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CJ도너스캠프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게 된 것입니다.”



2005년 7월 문을 연 CJ도너스캠프는 이 회장의 이런 사회공헌 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다. 가난이 대물림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저소득층 어린이들의 교육지원사업이다. CJ나눔재단(www.donorscamp. org)이 운영하는 도너스캠프는 소외된 어린이와 청소년의 교육환경 개선사업을 하는 온라인 기부사이트로, 개인이 일정액을 기부하면 재단이 같은 금액을 추가로 기부해 2배로 만드는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부자가 온라인을 통해 직접 기부처를 정하는 방식이어서 투명성을 보장받는다.

CJ도너스캠프는 현재 전국 2117곳의 공부방과 지역아동센터를 후원하며, 16만여 명의 일반인 기부자가 참여하고 있다. 도너스캠프는 공부방에 대한 교육 콘텐츠 제공과 함께 직업체험 교육도 한다. CJ가 운영하는 각 계열사의 제빵사, 케이크 마스터, 연구원, 방송인들과 아이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멘토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CJ나눔재단 5주년 기념행사에서 이 회장은 온라인상의 기부자들을 직접 챙겼다. 온라인에서 운영되는 도너스캠프의 특성상 기부자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지 않아 이날만큼은 기부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이날 최연소 형제 기부자인 유현준(4), 유예준(2) 군을 비롯해 기초생활수급자인 독거 어르신 기부자 최보석(77) 할머니도 참석했다. 또 CJ 오쇼핑 프로그램 ‘오쇼핑의 기적’에 정기적으로 출연해 모금방송을 한 탤런트 김나운 씨, 개인 소장품 경매로 기부에 참여한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씨, CJ나눔재단의 기부를 받아 운영되는 의정부 공부방의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기부에 얽힌 이야기를 나눴다.

“나눔은 함께 하면 마술처럼 커진다”

(왼쪽) 7월 21일 CJ도너스캠프 5주년 행사에 참여한 임직원 가족. 이 회장은 이날 이들과 함께 저소득층에게 나눠줄 쿠키를 만들었다. (오른쪽) CJ도너스캠프 5주년을 맞아 열린 ‘도너스캠프의 성과와 발전방향’ 세미나.

이 회장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서울역 인근의 CJ 사옥을 지나던 그는 근처 공원에 모인 노숙인들을 보며 곧바로 무료급식 봉사를 시작했다. 직접 밥과 국을 담으며 그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준 것. 이때부터 그는 ‘기업이 최상의 제품을 만들어 수익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배고픈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생각했다. 국내 제1의 식품회사 CEO답게 적어도 이 땅에서 배를 곯는 사람이 없게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사회공헌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 회장이 또 강조하는 경영철학은 ‘어려울 때 돕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다’라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직후 악화된 경제 사정으로 대부분의 기업이 투자를 줄이는 등 긴축경영 기조를 유지했지만, CJ는 오히려 사회공헌팀을 신설하고 재단을 설립하는 등 수익 상황과 상관없이 ‘사회와 나누는 일’에 앞장섰다. 지난해 12월 직원들과 봉사활동에 나선 자리에서 그는 “CJ는 과거 10년 동안 성장 모멘텀을 만드느라 수익 상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CJ도너스캠프 공부방 지원사업 등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했다. 수익 상황이 어렵더라도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회장은 그 자신이 CJ그룹 내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기부자다. 그는 지난해 1월 “연봉의 10%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한 뒤 지금까지 꾸준히 이를 실천하고 있다. CJ도너스캠프를 통해 기부하는 경우, 그는 주로 저소득가정 학생들의 교복지원사업과 도서지원사업 등 학습지원사업에 선택 기부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난으로 인한 교육 불평등 해소’라는 이 회장의 사회공헌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회장의 ‘10% 기부’ 바람을 타고 직원들 사이에서도 기부 열풍이 불고 있다. 시발점은 CJ그룹 내에서 매년 한 해 동안 가장 업무 성과가 뛰어난 팀을 선정해 주는 ‘CJ 온리원 대상’ 수상자들이 상금의 10%를 기부하면서부터. 올해 온리원 대상 본상을 받은 4개 팀은 상금의 10%씩을 CJ도너스캠프에 기부했는데 총 금액이 2000만 원에 달했다. 특별상을 받은 4개 팀도 상금의 10%인 800만 원을 기부했다.

매달 정기적으로 급여의 일정 부분을 기부하는 이도 CJ그룹 전 직원의 59%에 이른다. CJ그룹 홍보실 정길근 부장은 “급여의 일정 부분을 매달 기부하는 문화가 전 그룹에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 신입사원들에게도 직원 기부문화를 설명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다음과 같은 말로 CJ그룹 임직원의 마음을 움직인다.

“나눔은 큰 것도,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다만 함께 하면 마술처럼 커지는 신기한 것이죠.”



주간동아 2010.07.26 747호 (p54~55)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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