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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신인류 문화건강족의 걷기 본능-서울 숲길③

켜켜이 쌓인 역사의 흔적…한양의 넉넉한 품에 안겼다

내사산 성곽길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켜켜이 쌓인 역사의 흔적…한양의 넉넉한 품에 안겼다

켜켜이 쌓인  역사의 흔적…한양의 넉넉한 품에 안겼다

북악산 성곽길의 모습.

햇빛과 부딪혀 희게 빛나는 북악산 성곽. 그 사이에서 푸름을 뽐내는 녹음을 바라보며 부풀어오는 마음을 어쩔 줄 몰랐다. 춥다고 투덜거리는 새에 보란 듯 다가온 봄. 조선의 수도 한양을 둘러싼 성곽을 따라 걸었다.

조선시대 한양을 둘러싼 북쪽 북악산, 동쪽 낙산, 남쪽 남산, 서쪽 인왕산은 내사산(內四山), 지금의 서울을 둘러싼 북쪽 북한산, 동쪽 용마산, 남쪽 관악산, 서쪽 덕양산은 외사산(外四山)이라 부른다. 2009년 6월 서울시는 “내사산과 외사산 숲길을 각각 원형의 녹지길로 잇는 ‘그린 트레킹 네트워크’를 2011년까지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내사산은 한양을 둘러싼 성곽과 현 서울의 화려한 모습을 함께 볼 수 있기에 걷기 좋다.

내사산 트레킹은 총 18.6km. 보통 걸음으로 13시간 정도 소요된다. 체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하루 만에 다 돌 수도 있지만 천천히 봄을 만끽하려면 2~4일에 나눠 걷는 것이 좋다. 걷다 앉아 쉬고, 여유롭게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걷는 것이 재미다. 서울시는 성곽길을 걷는 사람들을 위해 내사산 성곽길을 총 4개 구간으로 나눴다. 숭례문에서 남산을 넘어 장충체육관을 잇는 1구간, 장충체육관에서 낙산을 지나 혜화문까지 다다르는 2구간, 혜화문에서 북악산을 넘어 창의문까지 닿는 3구간, 창의문에서 인왕산을 넘어 출발지 숭례문까지 도달하는 4구간이 그것이다.

하지만 꼭 구간 출발점에서 시작해 끝까지 가야 하는 건 아니다. 서울시내를 걷는 장점을 살려 중간 어느 지점에서든 내려와도 되고, 버스를 타고 구간 중간 지점까지 가 그곳에서 걷기 시작해도 된다. 주변 관련 유적지를 돌아봐도 좋다. 기자는 총 이틀에 걸쳐 첫째 날에는 혜화문-북악산-창의문-인왕산-숭례문 코스를, 둘째 날에는 숭례문-남산-동대문-낙산-혜화문 코스를 걸었다.

하얗게 뻗은 성곽을 따라 걷기



켜켜이 쌓인  역사의 흔적…한양의 넉넉한 품에 안겼다
북악산-인왕산 루트는 내사산 코스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네모반듯하고 흰 성곽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으로 내려다보는 서울시내 경치도 환상적이기 때문. 4월 마지막 날 일요일, 조금 걷다 보니 겉옷이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포근한 날 도심 속 성곽여행을 시작했다.

혜화동과 동소문동 사이 언덕에 있는 혜화문에서 여정을 시작했다. 높은 온벽 위에 삐죽이 모습을 드러낸 혜화문이 새침해 보였다. 서울과학고등학교를 향해 오르막을 걸었다. 중간에는 내셔널 트러스트로 지정된 고고한 한옥, 최순우 옛집과 ‘님의 침묵’의 시인 한용운이 살던 심우장이 있으니 한번 들러보자. 명륜동 성균관대 후문을 지나 오르막 능선을 둘러싼 성곽 곁을 걸으니 깔끔이 정돈된 와룡공원 쉼터에 도착했다.

그러나 전형적인 ‘저질 체력’인 기자는 본격적으로 산에 오르기도 전 숨이 턱까지 찼다. 성곽에도 못 가고 지칠까봐 걱정이면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에서 종로02번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이용해 성균관대 후문까지 와 와룡공원에서 걷기 시작하면 된다.

북악산(342m)은 경복궁의 진산(鎭山)으로 1968년 1·21사태 이후 시민에게 개방되지 않아 천연식물이 많다. 와룡공원을 지나 끝도 없이 펼쳐진 계단을 따라 20분쯤 걷다 보면 말바위안내소에 닿는다. 북악산은 사적 10호로 2007년 4월부터 시민의 출입이 가능해졌지만 아직도 신분증을 지참해 현지에서 출입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 밖에 창의문안내소, 숙정문안내소 등에서 신청 가능하지만 창의문-백악마루 구간은 경사가 급해 오르기 힘들기 때문에 체력이 약한 사람은 말바위나 숙정문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1일 2회 해설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으니 시간 맞춰 가도 좋다.

조금 더 걷다 보면 우거진 수풀에 엄숙하게 서 있는 문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숙정문이다. 서울 성곽의 북대문으로 그 이름은 ‘엄숙하게 다스린다’는 뜻이다. 본래 사람들의 출입을 위해 지은 것이 아니라 서울 성곽 동서남북에 사대문의 격식을 갖추고 비상시 사용할 목적으로 지었기에 평소 굳게 닫아놓는 문이다. 남대문과 반대로 음기(陰氣)에 해당해 ‘여자가 숙정문에 세 번 가서 놀면 바람이 난다’는 말이 전해진다.

재미난 이야기를 뒤로하고 길을 재촉했다. 저 멀리 길상사의 웅장한 이마가 보였다.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가 재미있었다.

“어쩜 서울시내에 이렇게 좋은 길을 내놨을까.”

“여긴 보물이야, 보물.”

감탄하는 소리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촛대바위를 지나 한참 오르면 경사가 급해지면서 성곽이 툭 튀어나온 곳을 만날 수 있다. 반원형으로 굽은 성곽인 곡장(曲墻)이다. 서울 성곽을 걸으면 이런 곡장을 인왕산에서 한 번, 북악산에서 한 번 해서 모두 두 번 볼 수 있다. 저 멀리 서울시내와 북한산 언저리까지 보였다. 산들산들 부는 바람이 이마의 땀을 씻어냈다. 땅에서는 높게만 보였던 종로 고층빌딩들이 한 손에 쥘 수 있을 듯 작게 보였다.

이제는 내리막길. 성곽을 따라 돌계단을 한 계단 한 계단 내려오다 길게 늘어진 성곽을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웅장하고 견고한 성곽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청운대(靑雲臺)에 닿았는지도 몰랐다. 청운대는 북악산을 개방하면서 젊은이들이 푸른 꿈을 안으라는 의미로 새로 지은 이름이다. 저 멀리 촛대바위와 북악산 기슭의 해태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오르니 1·21사태 소나무가 나타났다. 1968년 김신조 등 무장간첩 31명이 당시 박정희 대통령을 처단하겠다고 내려왔던 길목이다. 소나무 여기저기에 총상 흔적이 뚜렷한데 그 상처를 잊지 않으려는 듯 도드라지게 흰색과 붉은색 페인트를 칠해놨다.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심해 다리가 후들거렸다. 사진기를 꺼내자 곳곳에서 공익근무 요원이 나와 “사진 찍으시면 안 됩니다” 하고 말했다. 펼쳐진 성곽의 아름다운 광경을 사진에 담고 싶은 마음에 사람들이 몰래몰래 사진기를 꺼내 한 장씩 찍었다.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라도 담아가고 싶은 절경인 것을.

24시간 열려 있는 유일한 문, 창의문

창의문은 서울 성곽의 4소문 중 하나로 서대문과 북대문 사이에 있어 북소문(北小門)이라 부르기도 했다. 지금은 이곳 계곡 이름을 따라 ‘자줏빛 안개’라는 뜻의 자하문으로 더 많이 부른다. 조선시대 지어진 서울시내 9개 문 중 유일하게 24시간 개방하는 문이다. 창의문 옆에 작은 정자도 늘 개방해 안에 들어가 쉴 수도 있다. 길을 떠난 지 2시간 반 만에 창의문에 다다랐다. 창의문 근처에는 1·21사태 때 북한 무장공비가 쏜 총탄에 쓰러진 고(故) 최규식 경무관의 동상이 늠름히 서 있다.

조금만 내려오면 부암동이다. 분위기 있는 작은 카페와 허름하지만 인심 좋은 주인이 지키는 호프집이 곳곳에 있다. 함께 걷던 친구와 노천 레스토랑에서 담백한 마르게리타 피자와 파스타를 먹으며 맥주 한잔을 곁들이니 그야말로 ‘이보다 좋을 순 없다’였다. 허름한 슈퍼마켓에서 콘아이스크림 하나 사들고 슈퍼 앞 평상에 앉아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볕이 충만한 휴일 오후. 마음 맞는 가족, 친구, 연인과 걷는 사람이 많았다. 대부분 운동화에 편한 복장이었지만 곳곳에 높은 구두를 신고 잔뜩 멋을 부린 채 성곽 걷기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도 있었다. 그런 복장으로도 오를 수 있을 만큼 계단길이 깔끔하게 마련돼 있고, 중간에 언제든지 창의문으로 내려와 경복궁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탈 수 있으니 부담 없다.

길을 건너면 인왕산(338m). 가장 먼저 마중 온 건 윤동주의 시다. 인왕산 초입의 윤동주 시인 언덕에는 ‘서시’ ‘길’ ‘별 헤는 밤’ 등 시인의 시가 나무, 바닥, 돌 등에 적혀 있다. 한 글자 한 글자 눈에 새기다 보니 마음이 어느새 풍요로워졌다.

언덕을 넘어 인왕산 입구에 다다르면 복구된 성곽을 볼 수 있다. 곳곳에서 공익근무 요원들이 관리를 하고 있는데 그들이 머무르는 초소는 네모반듯 멋없는 컨테이너 박스였다. 인왕산의 절경과 어울리지 않았다. 조선시대 성곽을 지키던 전망대처럼 멋스럽게 꾸며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성곽 및 등산로는 보수공사를 하느라 폐쇄된 곳이 많았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끝없는 계단이어서 무릎이 아팠다. 하지만 계단을 오르다 허리를 쭉 펴니 그림 같은 서울시내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아픈 다리를 잊을 수 있었다. 걷다가 때때로 울창한 소나무가 만들어준 그늘에서 땀을 식혔다.

인왕산에서 내려와 서울시교육청 쪽으로 걸으면 작곡가 홍난파 선생이 세상을 떠나기 전 6년간 살았던 집을 찾을 수 있다. 김구 선생이 1948년 안두희의 총을 맞은 경교장도 있다. 그 길에는 성곽이 소실된 골목길이 많다. 나무담장으로 겨우 표시만 해둔 초라한 돈의문 터에서 길을 건너 정동에 다다랐다. 정동길의 성곽은 창덕여중 뒷담 20m 정도가 전부지만 옛 러시아 공사관 터, 이화여고 교정 내 유관순 우물,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인기인 덕수궁 돌담길 등 들러볼 곳이 많다.

정동길을 지나 서소문으로 나오니 갑자기 라디오 볼륨을 잔뜩 올린 듯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 소리에 귀가 멍멍해졌다. 새삼 이곳이 서울이었음을 깨달았다. 소의문 터, 중앙일보, 대한상공회의소를 지나 숭례문에 다다랐다. 2008년 초 불탄 숭례문은 아직 옛 모습을 회복하지 못한 채 제 모습을 가리고 있다. 까치발을 들어봤지만 회색 가리개만 눈앞을 가렸다. 아쉬움 끝에 오늘의 여정을 마쳤다. 천천히 걸은 까닭에 오전 10시에 길을 떠났지만 이미 어둑해지고 있었다.

켜켜이 쌓인  역사의 흔적…한양의 넉넉한 품에 안겼다

1 인왕산에 곧게 뻗은 소나무와 흰 성곽. 2 서울시내 9개 문 중 유일하게 24시간 개방된 창의문. 3 날이 좋으면 잠실까지 한눈에 보인다. 4 북악산에서 바라본 서울 야경. 5 외국인들도 성곽의 매력에 푹 빠졌다.

빌딩 숲 속 성곽 찾기

다음 날 아침, 너무 오랜만에 오래 걸은 탓인지 종아리 핏줄 한 줄기 한 줄기가 제 존재를 알려오는 듯 다리가 아팠다. 하지만 남은 성곽길도 마저 만나고 싶은 기대감에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나 다시 길을 나섰다.

남쪽 성곽길은 북쪽 성곽길에 비해 성곽이 드문드문 있어 성곽길이라기보다는 서울 도심을 걷는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하지만 숨은 성곽을 찾는 재미도 쏠쏠해 무시할 수 없다. 숭례문 앞으로 건너 남산육교 쪽으로 올랐다. SK빌딩 앞에서 채 100m도 안 되는 옛 성벽의 흔적을 만날 수 있었다. 남산(262m)길의 시작이다. 무수한 계단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성벽이 사라졌다. 아쉬움도 잠시, 아담하게 잘 꾸며진 백범 광장에 다다랐다. 전날 경교장을 봐서인지, 허공에 손을 뻗은 김구 선생의 동상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계단 따라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지나 다시 돌계단을 오르면 팔각정과 N서울타워, 봉수대가 모여 있는 곳에 다다른다. 남산 구간은 상점이나 음식점이 많지 않고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도시락을 준비해 와 팔각정에서 먹는 것이 좋다.

조금 쉬었다 숲길을 올랐다. 아카시아 숲 사이로 뻗어 있는 성벽이 아름다웠다. 이쪽 성곽은 북악산의 희고도 네모반듯한 성곽과 달리 자연스러운 모양새가 그대로 남아 있는 크고 검은 돌로 쌓여 있다. 불규칙함 속의 조화가 아름다웠다. 우리나라 고유 소나무 5만 그루가 심어진 남산 고유 소나무 탐방로 쪽으로 길이 이어진다. 천천히 성곽을 에둘러 발길을 움직였다. AFKN 송신소 쪽으로 난 성곽 주변 300m가량이 출입 금지돼 있기 때문. 아쉬움도 잠시, 국립극장을 지나 타워호텔에 다다르니 사라졌던 성곽이 다시 제 모습을 보였다. 이 구간에서 성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이곳에는 성벽 돌에 새겨넣은 각자(刻字)가 많다. 공사 일자와 공사 책임자의 직책, 이름 등을 기록한 것이다. 한 글자, 한 글자 아는 글자를 찾아 읽는 것도 재미다. 그 옛날 ‘공사 실명제’를 실시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뒤쪽 산길을 따라 성벽이 굽이쳐 흐른다. 신라호텔 옆을 지나 장충체육관이 바라보이는 큰길에서 성벽은 아쉽게도 모습을 숨긴다.

켜켜이 쌓인  역사의 흔적…한양의 넉넉한 품에 안겼다
성곽이 끊긴 곳에서 천주교 신당동교회 쪽으로 올라가면 성곽의 유산이 주택가 골목 곳곳에 남아 있다. 장충아트빌라 옆 골목 등에서 현재 집 축대로 사용되는 성곽 조각들을 볼 수 있다. 본래 서로 어깨를 마주한 채 도성을 지켰던 성곽이 제 모습을 잃은 채 군데군데 흔적만 남긴 모습을 보니 왠지 섭섭했다. 10년 넘게 서울 성곽길을 걸었다는 유근표 씨는 “겨울에는 눈, 여름에는 풀 때문에 이곳 성곽 모습을 아예 못 찾는 경우도 많다”며 아쉬워했다.

대금빌딩 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다시 성곽의 모습이 보인다. 광희문이다. 광희문은 상여가 드나드는 문으로 1975년 복원됐다. 본래 열어두었지만 숭례문 화재 이후 개방하지 않는다. 사람들을 소통시켰던 문이 두 입을 굳게 닫고 있음에 서글펐다. 한양공고 쪽으로 길을 건너 조금만 걸으면 패션 쇼핑센터가 즐비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다다른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은 조선시대 별기군 훈련 장소였던 하도감 터 등을 전시한 동대문유구전시장과 도성 안에서 밖으로 물을 빼내기 위한 시설인 이간수문(二間水門) 등이 자리한 곳으로 2009년 10월 일부 개장됐다. 특히 동대문운동장 철거공사 도중 흔적이 발견된 142m 구간이 복원됐다. 위풍당당한 성곽은 세월의 흔적이 묻지 않아 뽀얀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낙산공원 성곽에 앉아 소곤소곤

흥인지문으로 발길을 옮겼다. 쌩쌩 달리는 찻길 사이에 묵묵히 서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이대 부속병원 담장으로 성곽길이 이어지는데 여기 돌에는 이 성곽을 지은 책임관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한 글자 한 글자 짚어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주민 편의를 위해 성곽 중간마다 뚫어놓은 암문(暗門)을 통해 나가 천천히 오르막을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낙산(駱山, 125m)에 도착했다. 낙산은 원래 낙타를 닮았다고 해서 생긴 이름으로 낙타산 또는 타락산이라고 불렀다.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 1년 내내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은은한 가로등과 흰 성곽이 닿을 때 만들어내는 로맨틱한 분위기 덕에 야간 데이트 장소로 인기다. 성곽에 자유로이 걸터앉아 대화하는 가족, 연인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성 밖으로 난 골목길은 나무 우거진 산책로로 이어졌다. 낙산공원에서 성벽 밖 창신동으로 나갔다. 천주교 신학대학으로 성벽이 이어지지만 출입금지 지역이라 철조망이 쳐져 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계속 성곽길을 따라 내려왔다. 군데군데 이가 빠진 성곽이 안타까웠으나 그조차도 멋스러웠다. 오른쪽으로는 마당에 빨래를 걸어둔 단층집이 오밀조밀 모여 있어 재미있다. 특히 이 길에서는 큰길에서는 자세히 볼 수 없는 혜화문을 눈높이로 볼 수 있어 좋다. 이정표를 따라 좁은 골목길을 내려가니 이 길의 출발점, 혜화문에 다다랐다. 서울 성곽을 따라 한양을 품고 돌던 이틀 간의 여정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Basic info.

☞ 교통편과 구간

제1 구간 숭례문(시청역 7번 출구/서울역 4번 출구)→힐튼호텔→남산도서관→N서울타워→남산→타워호텔→신라호텔→장충체육관

제2 구간 장충체육관(동대입구역 5번 출구)→광희문→동대문운동장→흥인지문→낙산→혜화문(동소문)

제3 구간 혜화문(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 혜화역 1번 출구 사이의 언덕길)→서울과학고→와룡공원→숙정문→북악산→창의문

제4 구간 창의문(경복궁역 3번 출구→0212, 1020, 7022번 버스→자하문고개 하차)→인왕산→한국사회과학도서관→돈의문 터→정동길→소의문(서소문)→숭례문

☞ 북악산 서울성곽 탐방 안내

제1 구간 말바위안내소→숙정문→백악마루→창의문안내소

제2 구간 숙정문안내소→숙정문→백악마루→창의문안내소

제3 구간 창의문안내소→백악마루→숙정문→말바위안내소

입장시간 하절기(4~10월) 09:00~15:00, 동절기(11~3월) 10:00~15:00, 매주 월요일 휴관

신청방법 신분증을 지참하고 말바위안내소, 숙정문안내소, 창의문안내소에서 출입신청서 작성 후 제출, 30명 이상일 경우 홈페이지에서 신청서 작성 후 e메일 접수

해설 프로그램 운영 매일 오전 10시, 오후 2시에 말바위안내소, 창의문안내소에서 시작

홈페이지 www.bukak.or.kr



주간동아 2010.05.10 736호 (p32~36)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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